-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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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 집 한 채를 지으면서 품는 꿈 중에 하나는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는 것인 가 봅니다. 마을로 귀촌한 오십 대 두 분의 집은 분위기에서 모두 그런 욕망을 풍기고 있습니다. 귀농 순서에 상관없이 두 분 집의 정원은 모두 철도 침목과 잔디, 아기자기한
화단을 만들고 다양한 나무와 희귀한 야생화를 심어 한껏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두 분의 집 앞을 지날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파트나 빌라처럼 닫힌 공간에 살다가 자연이라는 열린 공간 위에 집을 짓고 살게 되어서겠구나. 그래서 저렇게 정원에 마음과 정성을 주고 싶은 것이 어쩌면 갇혀 살던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마음이겠구나…. 그것은 진화심리학적으로 긴 시간 농경문화의 기억에 익숙했던 우리의 유전자가 마침내 해방감을 얻어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집 안을 꾸미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원을 꾸미는 것 역시 그
사람의 취향일 것입니다. 그래서 정원의 스타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것은 월권입니다. 하지만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먼저 살아보고 있는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조언이 있습니다.
우선 먼 시간을 살피는 안목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전국 각지의 오래된 아파트 정원을 볼 때 마다 나는 나무들의 통증이 느껴져서 마음이 불편해지곤 합니다. 아파트를 건축하며 당시에 심어놓은 나무들 대부분이 이제는 어른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 대부분은 지금 비좁은 공간을 여러 나무들과 함께 나누어 쓰느라 가지를 마음대로 뻗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혹은 높은 아파트 벽에 너무 가까이 심겨있어 벽 쪽으로는 아예 가지를 뻗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모두 십 년 이 십 년 뒤를 생각하지 않고 정원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내
눈에는 요즘 전원에 짓는 집의 정원 역시 십 년 이십 년 뒤가 되면 일부 나무들을 솎아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 들어옵니다. 나무는 본래 말이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아픔이 없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정원에 데리고 오는 모든 식물이 나와 대등한 생명임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정원이나 마당 한 켠에 꼭 쌈지 텃밭을 할애해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오늘 나는 상추 몇 잎을 뜯어 된장 쌈 밥으로 한끼를 먹었고, 파 한 뿌리를 뽑아 김치찌개를 끓였습니다. 모두 마루 옆 쪽에 애매하게
버려진 반 평 남짓한 텃밭에 심어 가꾸고 있는 채소입니다. 부엌에서 가까울수록 좋습니다. 찌게 올려놓고 맨발로 걸어나가 내가 심은 채소를 뜯어 씻고 밥상에 올리는 재미야 말로 그저 바라보기 위한 정원의
맛없음을 소멸시켜주는 숨통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그 옆에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흙으로 살짝 덮어줄 수 있는 공간도 할애해 두면 정말 좋습니다. 버리는 것 없이 흙으로 되돌려 다시
내가 가꾸는 채소를 더욱 건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꽃과 나무를 두되 먼 시간을 볼 수 있고, 보는 즐거움을 누리되 쌈지농부의 즐거움을 집안에서도 누릴 수 있는 정원! 이
두 가지만은 꼭 그대가 꾸밀 정원에도 담기면 좋겠습니다. 작은 새들이 이따금 날아오는 정원이야말로 좋은
정원임을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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