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지깽이
- 조회 수 5671
- 댓글 수 4
- 추천 수 0
한 사나이가 길을 가다 나귀를 타고 가는 미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선녀가 내려온 듯 아름다워 그만 넋이 나가고 발길이 얼어붙었습니다. 마음 속 불길이 일어 그 즉석에서 시를 지어 그녀에게 보내 작업을 시작했지요.
마음은 미인따라 달려가는데
이 몸은 부질없이 문 기대섰소
수작을 거니 그녀가 '흥' 하고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노새는 짐무겁다 투덜대는데,
그대 마음 그 위에 더 얹었으니
이 쯤 되면 넋 놓은 놈이 미칠 지경에 이릅니다. 그저 '그 마음 내 이미 접수했노라'는 말로 믿어 의심치 않고,
기대고 있던 삽작문을 버리고 냅다 달려 여인에게 이르게 되지요.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 에 수록되어 있는 시라고 합니다. 딴 책을 보다 이 대목이 인용된 글을 읽게 되었는데, 흥겨워 하루 종일 웃었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맞팔이 통해 사귀게 된 셈입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품격과 향취가 요즘과 다를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작업이 시로 이루어졌고 답변도 시로 되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걸 때 훌륭한 작업자는 시인이 됩니다. 시를 짓는 것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 가운데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입니다. A4 1 장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140 자로 줄여 말하는 것이 아니라 140 자만 남기고 모두 걷어 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작업을 당한 이는 작업자가 말하고 싶었으나 절제하고 걷어 낸 나머지 말들을 찾아내 행간에 감추어진 뜻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이 다 말해 버려서 독자가 따로 찾을 것이 없다면 그것은 시가 아닙니다. 그러니 그 주고받는 맛이 즐겁지 않겠습니까 ? 작업이 이루어지려면 주고받는 맛이 좋아야 합니다. 해 본 사람은 다 압니다.
자기경영은 복잡한 욕망 중에서 불필요한 것을 다 걷어내고 꼭 있어야할 것만 남겨 모든 에너지를 그곳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앞에 나귀를 타고 선녀처럼 지나가는 바로 그녀에게 온 마음을 쏟는 것이지요. 그 사람에게서 눈을 떼면 안됩니다. 온통 붉은 마음만 남겨 두는 것입니다. 그때 자아에 대한 구애에 성공하게 됩니다. 나를 얻는 것, 이것이 자기경영입니다. 이때 그 삶은 시가 됩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4354 | 엄마, 자신, 균형 [1] | 어니언 | 2024.12.05 | 1431 |
| 4353 | [수요편지] 능력의 범위 | 불씨 | 2025.01.08 | 1439 |
| 4352 | 삶의 여정: 호빗과 함께 돌아본 한 해 [1] | 어니언 | 2024.12.26 | 1449 |
| 4351 | 목요편지 - 아내의 눈물 [2] | 운제 | 2018.10.18 | 1470 |
| 4350 | 화요편지 -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냉면의 힘 | 종종 | 2022.07.12 | 1487 |
| 4349 | [일상에 스민 문학] 에필로그 [4] | 정재엽 | 2018.12.26 | 1494 |
| 4348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이야기 1. | 정재엽 | 2018.08.15 | 1498 |
| 4347 | [수요편지] 발심 [2] | 불씨 | 2024.12.18 | 1503 |
| 4346 | 목요편지 - 요가수업 [2] | 운제 | 2019.05.09 | 1516 |
| 4345 | [금욜편지 89- 21세기에 프로로 산다는 것은] [4] | 수희향 | 2019.05.24 | 1517 |
| 4344 | [금욜편지 32- 서울산업진흥원 창업닥터] | 수희향 | 2018.04.13 | 1532 |
| 4343 | 핀테크는 왜 '개인금융의 미래'라 불리는가?(2편)-레이니스트 [2] | 차칸양 | 2017.10.10 | 1534 |
| 4342 | 어린이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제산 | 2019.05.06 | 1534 |
| 4341 | [일상에 스민 문학] - 수녀원에서 온 편지 | 정재엽 | 2018.01.24 | 1535 |
| 4340 | [일상에 스민 문학] 휴가 책 리스트 | 정재엽 | 2018.07.24 | 1535 |
| 4339 | [수요편지 19- 심연통과 3: 주승천 전략] | 수희향 | 2017.12.27 | 1536 |
| 4338 | 목요편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운제 | 2018.12.06 | 1536 |
| 4337 | [금욜편지 98- 내가 만드는 나의 미래] | 수희향 | 2019.07.26 | 1537 |
| 4336 | 세 번째 생존자 [1] | 어니언 | 2022.05.26 | 1537 |
| 4335 | 모자라는 즐거움 [2] | -창- | 2017.08.26 | 153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