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오늘의

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 조회 수 3765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11년 6월 29일 23시 09분 등록

며칠 전 동호인들을 구성해 이제 막 집단 이주를 시작하고 있는 귀촌자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서울 사람이 사서 묵혀 놓은 땅에 1년 전쯤 주인 허락 없이 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땅 주인이 당장 나무를 뽑아가라며 패악질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마을 이장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심어놓은 것인데 땅 주인이 나타나 강퍅하게 굴어서 상처를 입었고 무언가 응징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의 용건은 자신이 생각하는 응징의 방법이 법적 타당성을 갖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나무를 심어둔 그 땅이 자신들이 매입한 택지 부지의 안쪽에 있고, 알아보니 그 밭에 이르는 포장된 농로의 일부가 자신들의 땅이던데 거기를 차단하여 곤란을 주는 것이 그가 구상한 응징방법의 골자였습니다.  진입로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행사하는 것과 관련한 법적 타당성을 묻는 그의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법적 지식도 없거니와 그것을 법적 해석을 통해 풀어야 할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인류가 유목의 문화를 멈추고 정주의 문화를 열면서 땅은 신의 소유권을 잃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센 인간과 그 집단이 땅을 신에게서 빼앗아 왔을 테고, 이후에는 법이 인정하는 등기권리증이 그것을 정당화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땅에는 소유권이라는 권리가 부여되었습니다. 이후 소유권과 소유권이 부딪힐 때 찾게 되는 가장 가까운 것이 법이 되었습니다. 전화를 건 그는 지금 내게 그 법을 이용해서 자신들이 나무를 심어둔 것에 태클을 건 밭의 소유권자를 응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옮겨오는 귀농 혹은 귀촌자들은 시골 살이의 처세를 익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서 기존의 마을 사람 누군가와 갈등을 겪게 되고 심하면 그 갈등 때문에 도시로 되돌아가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처세의 처음은 인사입니다. 귀농 귀촌은 이 아파트에서 저 아파트로 이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유리알처럼 투명한 공동체 속으로 뛰어든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기존 마을 사람들의 눈망울이 언제나 나와 나의 집을 주시하는 공간으로 옮겨온 것입니다. 선제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주민들을 모시고 간단하게라도 식사와 다과의 자리를 만들면 가장 효과가 클 것입니다. 그것이 거하다 싶으면 최소한 떡이라도 해서 집집마다 직접 찾아 뵙고 돌리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전자를 택했습니다. 그리고 뵐 때마다 모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합니다. 가장 경제적이고 쉽지만 가장 효과가 좋은 처세입니다.

 

다음으로 체하지 않는 것입니다. 배운 체, 즉 뭐든 내가 그들 보다 더 아는 체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대화의 과정에서 가난과 함께 시골을 지킨 사람들에게 아주 민감하게 형성되어 있는 상처를 건드리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농사에 대해 묻고, 시골생활과 주변 관광지나 문화 등에 대해 겸손하게 묻고 배우려 하면 금방 정감을 얻게 될 것입니다. 가진 체도 말아야 합니다. 농부는 직업 중에 가장 아쉬움이 덜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최후까지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더럽고 아니꼬운 행동에 정면으로 치받을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적질도 금지항목입니다. 소위 그들 삶과 문화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충분한 신뢰가 쌓인 뒤에도 이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것을 몸으로 터득해 온 사람들에게 머리로 터득한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은 흡수되기 보다 소리를 내며 튕겨나가기 쉬우니까요.

 

그나저나 그대가 나라면 그 전화를 건 사람에게 무어라 조언을 했을까요?

IP *.20.202.79

프로필 이미지
햇빛처럼
2011.06.30 04:16:56 *.10.140.89
쉽지 않은 일이군요.

법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가장 최악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통행권"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질 가능성도 있고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고 비용은 비용대로 소비하겠지요. 서울사람이 그 땅을 무슨 용도로 사 놓았는지 모르지만 먼 미래에 이웃이 될 수도 있는데 그 방법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한 일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가 당한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가 봅니다. 냉정하게 보면 처음부터 땅 주인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소유권을 침해한 분이 잘못이 아닌가 싶군요.

따라서 아무 말씀하시지 않은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빗소리
2011.07.01 20:57:18 *.216.147.188
어렵군요.

땅 주인은 아마도 나중에 땅을 활용할때 나무가 이미 크게 자라 있으면 닥칠 곤란할 상황을 미리 막자는 의도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나무에 든 비용이 많지 않다면 차라리 그 나무를 땅 주인에게 싸게 팔거나 그냥 주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응징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123
2011.07.03 20:09:04 *.229.99.38
귀농을 망설이게 하고 귀농을 후회하게하고 귀농을 막는건 사실 텃세라고 봄니다 해서는 안될텃세이며 텃세는 텃세를 당하는사람잘못이 아니라 텃세를 하는사람이 잘못이지요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나라 살고싶은곳에서 살수있는 자유가 있는나라 에서 하면 안되는 텃세를 하는건  오히려 그기에 살고 있는사람들인대 텃세의 피해자인 귀농인을 되려 탓하는 글임니다  고쳐야할사람들은 텃세를 부리는사람 잘못한 사람도 텃세를 하는사람이라고 보는대 글을쓴분의 주장은 우쩻든 귀농하면 현지인들에게 설설기며 살라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