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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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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1일 01시 25분 등록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 처음으로 숲을 이룬 식물은 석송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레피도덴드론이라는 식물은 숲의 전성기였던 석탄기에 육지의 모든 습지를 점령하여 지구상에 처음으로 숲을 형성한 식물로 유명합니다. 레피도덴드론은 놀랍게도 20m 정도까지 키를 키울 만큼 성장과 축적의 원리를 일찌감치 터득한 식물이었습니다. 이 레피도덴드론은 우리나라의 화석에서도 발견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현존하지 않는 식물입니다. 사라진 화석식물인 것이지요. 비슷한 시기에 살기 시작한 화석식물로 우리가 잘 아는 현존 식물 중에 쇠뜨기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소가 잘 뜯어먹는 풀이라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들의 키는 고작 20~30c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레피도덴드론 같은 석송류는 최초의 육상식물에서 진화하여 성장과 축적의 원리를 터득하여 거대 숲까지 이루며 찬란했으나 끝내 대부분의 종이 사라졌지만, 쇠뜨기는 아주 작은 키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숲 언저리와 들판에서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소박한 번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석송류가 그러했듯 레피도덴드론은 석탄기에 번성했고, 페름기 중기에 멸종했습니다. 지구가 건조해졌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일부 작은 석송류들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략 3억 년이 넘는 아주 길고 긴 시간을 거쳐서 살고 있는 쇠뜨기는 도대체 어떤 비법을 익혀 그 삶을 지속하고 있는 것일까요? 레피도덴드론이 Y 자형으로 가지를 만든 뒤(叉狀分枝) 키를 키우고 그 키를 유지하기 위해 몸집을 불리는 선택을 했을 때, 쇠뜨기류는 오히려 키를 작게 하고 짧은 가지(短縮分枝)를 만들었습니다. 레피도덴드론은 지금의 나무들과 달리 견고하지 못한 몸집의 상태였기에 키를 키우려면 그만큼 굵기도 함께 키워내야 했지만, 쇠뜨기는 작은 키를 만들고 오히려 속을 비워냈습니다. 주축은 굵게, 속은 텅 비움! 줄기의 속을 비워서 지상부를 지탱하는 힘을 높인 것이었습니다.

 

이 숲 근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그 쇠뜨기를 가만히 볼 때마다 나는 늘 비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비운다는 것이야 말로 오히려 채우는 것보다 더 훌륭한 삶의 자세임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 간결하고 가벼움이 품고 있는 지속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또한 무언가를 채우려 하면 복잡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복잡해지면 집중하기 어렵고, 따라서 스스로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해 하루하루의 수련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무슨 법칙처럼 꼭 그렇게 됩니다. 견고하게 만들어진 콘크리트 전봇대도 그 속은 기둥을 따라 비워져 있기에 더욱 단단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 비법을 알면서도, 요즘 내 삶은 무언가 내 것이 아닌 것들이 자꾸 들어차고 채워지고 있다는 자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제 곧 휴가를 떠나시는 분들도 꽤 계시겠지요? 쇠뜨기가 지닌 지속성의 힘, 그 비움에 대해 성찰하는 휴가여도 좋을 듯싶습니다. 스스로를 성찰하기에는 숲이 최고인 것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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