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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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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2일 09시 31분 등록

말년에 이르러 혁명가 레닌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합니다.
"내 생애에 프란체스코 성인을 몇 분만 만날 수 있었어도 나는 피의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비텐베르크 대학 부속 교회당의 정문에 95개조의 반박문을 붙이고 종교개혁을 시작하기 300년 전, 아시시의 한 청년이 세속에 물든 중세 교회의 개혁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혁명은 피의 혁명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랑과 연민의 혁명이었습니다.  가장 권위적인 중세의 한 가운데서 인간과 피조물을 위한 르네상스의 여명이 시작된 것이지요.

1210년 여름 초라한 수도복을 걸친 27세의 프란체스코가 11명의 탁발수도사들을 대동하고 로마의 교황을 찾아와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인가해 주기를 청했을 때, 교황은 처음 망설였다고 합니다. 기독교회의 구체제를 대표하는 당시의 교황은 카톨릭 교회 최전성기의 교황으로 잘 알려진 인노켄티우스 3세였습니다. 전해지는 말로는 그날 밤 교황이 꿈을 꾸었는데 꿈 속에서 다 쓰러져 가는 성당을 프란체스코가 어깨로 부축하여 세우는 것을 보고, 그가 교회를 쇄신시킬 인재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합니다. 뛰어난 자질에 훌륭한 교육을 받은 탁월한 마키아벨리적 지도자였던 인노켄티우스 3세는 로마 교회라는 거대한 조직 내에 새로운 피의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호화로운 옷으로 몸을 감싼 51세의 교황은 카톨릭의 창조적 부적응자였던 프란체스코의 청빈과 사랑의 수도원칙을 교회의 신체제로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로마가 심장을 뛰게하는 도시라면 아시시는 그 심장에게 휴식과 평화를 주는 고요한 도시입니다. 그곳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프란체스코는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됩니다. 들판을 헤매다 문둥병에 걸린 환자를 만나 알 수 없는 몽환 속에서 그들에게 가진 돈을 나누어주고 입을 맞추어 주게 됩니다. 연민과 사랑이 가슴을 가득 채우게 되면서 너와 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짐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프란체스코는 이 체험을 자신이 갈 길을 찾게된 최초의 가장 위대한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우연이 운명이 된 것이지요. 그는 청빈과 결혼했으며, 가장 예수를 담은 사람이었습니다.

  프란체스코는 로마 카톨릭의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성직자들의 특권과 사치의 포식을 경고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자신의 직업과 일상 속에서 신을 섬기고 사랑을 나눔으로써 훌륭한 기독교인으로 살며 구원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는 성직자의 언어인 라틴어가 아니라 이탈리아어로 설교하고, 그림으로 보여 줌으로 교육받지 못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직접 다가갑니다. 평민의 언어로 가장 위대한 대중 연설을 해낸 최고의 강연가이기도 합니다. 환상과 이미지로 보여주는 연민과 교감 능력으로 새들과 동물들에게 까지 닿았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의 생각은 불교와도 서로 맞닿습니다. 출가하여 스님이 되거나 불교로 개종하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연민과 자비를 실천하면 그것이 가장 훌륭한 불교인이듯이 프란체스코로 인해 그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은 수도원에 들어가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훌륭한 기독교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평화와 구원을 얻게 된 것입니다.

자기경영은 나를 버리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나의 일상을 버리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그 꿈을 보고 이루는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듯이 지금을 버리고 삶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씨시의 성자가 그 비법을 속삭입니다.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불화가 있는 곳에 일치를..../위로를 구하기보다 위로하게 하시고/이해를 구하기보다 이해하게 하시고/사랑을 구하기보다 사랑하게 하소서... "

IP *.160.3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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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7.22 11:36:36 *.175.9.23
유구무언
巳足
하늘은 원래 있었지만 아무것도 품지않고 아무것도 흔적을 남기지않았습니다.
오늘은 내일은 어제는 그냥 우리가 만든 관념의세계... 그냥 그런것 자연
우리는 언제나 있었고 있을 것이며 있어왔습니다.
그냥 여여하고 그냥 자연이었습니다.
한말이 없었다면 더 좋았겠는데.. 아직도 말이 필요한 이못남을 어여삐 봐수제요^*^
깨달음이 있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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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07.22 11:42:13 *.237.209.28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불화가 있는 곳에 일치를....
위로를 구하기보다 위로하게 하시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이해하게 하시고
사랑을 구하기보다 사랑하게 하소서... "

아~!! 이다지도 명쾌한 것이었군요. 

돈오점수,
사부님이 주신 빛으로 가야할 그곳을 보았으니
이제 가진 힘을 다 바쳐서 '통찰'과 '실천'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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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7.22 16:20:27 *.105.249.75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만지듯
사부님의 글을 통해 저를 들여다 봅니다.
다시 힘을 내게 이끌어주시는 사부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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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07.23 14:09:09 *.220.23.66
'태양의 찬가' 인가? 그럴거에요
허접한 제 기억력이 틀리지 않는다면
프란치스코 성인을 노래한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또 있지요
평화의 도구...
남성4중창으로 하면 끝내주는데..
들으시면 영혼이 뽕가실걸요..아마도..ㅎㅎㅎ

아름다운 혁명가..
요즘은, 더욱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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