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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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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6일 03시 19분 등록

인도에 돌아왔습니다.

설명이 조금 필요하겠네요. 작년에 인도로 파견을 왔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지난 1월,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런 예측도 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생활을 반년 가까이 하다가 지난 달 초에 다시 인도로 왔습니다. 여전히 내일조차 짐작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네요. 시간의 가르침덕분이겠지요. 얼마간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시 돌아온 이곳이 낯설지 않습니다. 오래 비워둬서 먼지가 잔뜩 쌓이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집’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굳이 인도에 와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파견 비용이 있어서 수입이 제법 늘어나니까요. 게다가 한국에 비해 물가가 보통은 서너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 가까이 싸니까 경제적인 체감지수는 10배쯤 쾌적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물론 제가 있는 지역이 대도시가 아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자연스레 할 수 있는 일의 종류와 범위도 줄어들지요.

하루에 3,000원이면 청소, 빨래, 설거지 같은 집안일을 해결해줄 가사 도우미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20만원이면 개인 운전사를 고용할 수도 있고요. 근사한 호텔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해도 한 사람당 만원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쯤 되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지요? 모든 물건의 100g당 가격을 꼼꼼히 따지던 아내가 가격표도 확인하지 않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집어넣기 시작한 것만 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진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이곳에서 누리는 일시적인 여유로움이 진짜 부자의 그것과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가 개인의 삶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변화의 한 부분을 제가 경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얼마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것은 참 편리하군요. 꼭 필요한 것들을 소비함에 있어 ‘가격 대비 성능’이 아니라 ‘품질’만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네요. 그 동안 소비를 위해 참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아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한껏 여유로워진 경제 사정과는 달리 제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은 불안과 결핍입니다. 한국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볼 수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것도 아니면 회사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모양입니다.

부(富)가 그 자체로 삶의 목표가 되려면 다른 중요한 가치들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가져야 하겠지요. 만약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얻는 대가로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대로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때는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바닷가의 허름한 바에서 들이킨 싸구려 맥주 한 잔의 알싸함이 바로 행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한 주를 시작합니다.

beach_beer.jpg


IP *.88.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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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7.26 09:01:27 *.139.162.25
경제적인 풍요가 개인의 삶에 가져다 줄 수 있는 변화의 한 부분을 제가 경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말씀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제가 평창에 땅을 2500평을 가지고있는데...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를 위해 내놓을 수있다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그마음 낼 수있습니다.
저의 파티에 참석해주시는 분께 내놓을 생각입니다.

부 돈 행복 희망 이것을 계량화 하여 수치로 만드는 서양식 사고법에 문제가 많아보여집니다.

모두가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선대님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외로움은 인연의 연관고리가 없기에 그런것같습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트 또는 우리 변경연홈피를 통해 좋은인연지어가보다 보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우리 좋은 인과 연으로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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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1.07.26 11:04:26 *.160.33.89
종윤아, 잘 있느냐 ?  
일상이 천천히 흐르겠구나.  맥주 한 잔 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멋지구나.
어디에 있든 신이 있으라 한 곳이니 뜻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알게 되리니 잘 간직해 두고 지금을 기뻐하거라. 
매주 월요일 글은 빼 먹지 말아라.  얼마나 좋은 기회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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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2011.07.26 12:03:19 *.108.80.74
종윤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가끔 궁금했는데  답변이라도 하듯 글이 올라와서 반가우이.
글도 좋고 사진도  좋네.
아주 원숙하고 탄탄한 느낌이야.
경험에서 나오는 주옥같은 글, 기다릴게요.
온 가족 건강하고 신명나는 나날 보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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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곤
2011.07.26 14:45:46 *.87.61.225
종윤아, 이제서야 통화했구나.
내가 무슨 인연이 있어서 요즘에는 변경연 식구들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구나.
네가 여기에 있었으면 설렁설렁 수다 떨면서 일할텐데...ㅋㅋ
인도에서 명상 좀 하고 수다는 좀 수준을 높이고...ㅋㅋ
일의 결과가 나오면 전화해라.
건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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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2011.07.27 09:48:41 *.42.252.67
종윤아 ~ 너가 불안해하는 그곳이 부럽기만 하구나!
이렇게 말하면 남의 속도 모르고  겉으로 보여지는
3000원의 일하는 아줌마와 20만원의 기사를 부러워하는 아주 속 없는
아줌마로 보여지겠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네  힘으로 모든것을 돌려 박차고 나오지 못한다면
즐기라는 말이다.
나도 외국생활을  오래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참 그립다.
여행도 더 많이 다니고  언어도  더 열심히 배웠다면....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 끝에 분리할 수 없는  개꼬리처럼 달려있다.
그런데 사진과글을 좀 더 분석해 보니 저 멋진 바다에서 맥주를  마시고 시녀들이
집안 일을 하고 기사 차를 타고 다니며  왕처럼 살고 있다는 말을  간접화법으로 쓴 것 아니야??ㅎㅎ
농담이고., 외국 생활의 하루하루는 빨래줄에 서 있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불안정하고  위태롭다는 마음 상태이지.
종윤아 ~ 주전자 하나만 들어도 멋진 공연이 되는 너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으로
힘들지만  잘 버티고 환히 웃고 컴백하여 한국음식 싫컷 먹는 날을 기다린다.
첫째는 돈도 아니고 행복도 아니고 '건강' 이다. 가족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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