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칼럼

연구원들이

  • 세린
  • 조회 수 1544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3년 3월 4일 11시 44분 등록

 오로지 

 


 호박벌은 꿀을 따 모으기 위해 온종일 쉬지도 않고 날아다닌다. 호박벌이 일주일 동안 날아다니는 거리를 측정해보니 무려 1,000킬로미터가 넘었다고 한다. 손톱만한 크기의 호박벌이 그렇게 많이 날아다닌다는 게 선뜻 믿기지 않는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호박벌을 두고 날아다니기에는 매우 불리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날개에 비해 몸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중에 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호박벌일 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호박벌을 자신이 날 수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꿀을 따야겠다는 목표만이 있을 뿐이다. 꿀을 따려면 날아야 한다. 그래서 호박벌은 공중으로 날아올라 이곳저곳을 다니면 꿀을 모으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수학 똑똑하게 준비하기 중에서>>


 강의를 다니면 많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만나는 학생들 중에는 자신감이 넘치고, 전달하는 내용을 잘 흡수하며, 응용하려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에 전달되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의심이 생겨 자신의 삶에 잘 적용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에게서 발견되는 의심은 ‘정말 될까?’ 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이다. 

 내가 하는 강의는 대부분 학생들의 생각을 바꾸어 습관을 만들고, 자신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돕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초반에 패러다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인 패러다임은 어떤 안경을 쓰고, 어떤 지도를 들고 다니냐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달라지고, 얻는 결과도 다르다는 내용을 안고 있다. 내가 분홍색 안경을 끼면 세상이 온통 분홍색으로 보인다. 새로 배정받은 학교가 경기도에 있는 학교인데, 서울 지도를 가지고 가서 학교를 찾으려면 찾을 수 없다. 어떤 패러다임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것인지, 선택하고, 부정적인 패러다임을 전환시켜 자성예언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원칙에 근거한 자성예언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들여 전달하고, 써보게 하고, 말하게 하고, 활동까지 하게 하는데, 자신의 비젼을 그리게 하거나, 꿈 목록을 작성해 보게 하면, 아이들은 그새 다시 자신의 원래 생각으로 돌아간다. 

 습관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자꾸 자신의 부정적인 패러다임으로 돌아가려는 학생들을 안타까워 하면서 계속 긍정적인 패러다임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을 전환시킨다. 그러면 학생들은 그 순간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내가 강의를 하고 떠나도 혼자 있을 때 자신이 쓴 사명서나, 자성예언, 꿈 목록, 비전맵 등을 보면서 부정적인 패러다임을 긍정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아마 그런 학생도 있을 것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패러다임은 아주 강력하다. 수학을 보는 학생들의 생각은 수학을 좋아하는 소수자들을 제외하면 다들 어려운 과목, 해도 성적이 안오르는 과목, 포기하고 싶은 과목 1순위 일지도 모른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원학교에 가기 위해 준비했다. 하루에 피아노를 7시간씩 치면서 실기를 준비했다. 당연히 공부를 소홀히 했다. 기억에 의하면 6학년 마지막 성적표에 수학은 ‘노력을 요함’  이었다. 국어, 사회, 체육, 과학 등은 ‘잘함’이나 ‘보통’을 받았지만 수학을 예외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경시대회 상도 받아오던 내가 ‘노력을 요함’이라니 아주 충격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다.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집합’이 이해가 안됐다. 도무지 ‘집합’에 사용되는 기호는 제쳐두고, 개념 자체가 이해가 안됐다. 너무 어려웠다.  ‘노력을 요함’이라는 6학년 때 성적을 본 어머니는 중학생이 된 내게 수학학원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나는 ‘집합’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정수 연산이나 유리수 연산'은 쉽게 했다. 수학 학원을 다니면서 나는 6학년 때 받은 수학 성적, ‘노력을 요함’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도 안했다. 피아노 연습 때문에 수학 공부를 못해서 그런 평가를 받은 거지 내가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집합’이 이해가 안되는데도 별 걱정을 안했다. 그저 호랑이 같이 무서운 수학 선생님 수업에 집중하고, 학원에서 내준 문제를 성실히 풀었다. 내 수학 성적은 중학교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아주 좋다. 나는 '노력을 요함'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학생에서 수학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으로 변신했다. 고3때는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 수학 모의고사 문제집을 한 회씩 풀어내곤 했다. 

 나는 내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냥 수학 성적을 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잘한다고 착각했다.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거라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런 착각 속에 살다가 나는 중2때 ‘집합’을 이해했다. 그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떤 개념은 때로 뒤늦게 깨달아 지는구나. 사람마다 각자 이해되는 개념 속도가 다르구나.’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런 말을 자주한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면 깨달음이 오는 때가 있을거라고 말이다. 내가 수학을 대한 방식은 호박벌과 같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은 안했다. 오로지 수학을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잘하게 되기까지의 기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긍정적 착각 속에 빠져 살아보라. 오로지 수학을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만 관심을 집중시켜라. 성적이 오르던지 말던지 신경쓰지말고,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관심 두지 말고 오로지 수학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라. 믿어지든지, 믿어지지 않든지, 수학이 재미있고, 나는 수학을 잘 할 수 있고, 자심감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여러분들의 행동이 바뀌고, 그 행동에 따른 결과도 달라질 거다. 여러분이 조금만 변화기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수학 문제집을 사서 풀고, 획기적으로 변하기를 원한다면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기를 추천한다. 

IP *.142.242.20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