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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교대 4학년인 20대입니다. 초등임용을 준비해야하는 - 교대생의 99%는 입학과 동시에 정해진 당연한 진로입니다. - 학생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정말 생각 많이 하시고, 용기도 있으시고 보람찬 삶을 살아가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왜 사나, 공허하다, 삶의 의미도 재미도 가치도 없다고 느끼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목숨이 붙어있어 살아졌습니다.
부모님 뜻을 뿌리칠 만큼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교대 입학도 '요즘 세상에는 공무원이 최고인데, 게다가 넌 여자니까 애 키우기에도 초등 교사가 최고야.'라는 말에 '부모님 말씀이 다 옳습니다.' 하고, 아침에 눈이 떠지듯, 그렇게 살아지듯 입학'된' 것입니다.
남들은 임용 공부를 하는데 무기력하게 방학을 다 낭비하고, 이런 생활을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지독한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고 천장만 보고 누워있는 제 자신을 자꾸 죽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런 감정은 고등학생 때부터 7년 내내 그랬습니다. 떠밀리듯이. 대학 다니는 동안에도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열심히 하기까지 해야한다는 게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차라리 죽으면 편할텐데 왜 난 꾸역꾸역 살아지는건지, 제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뭔가를 해야할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지도 살지도 못 한 생활이 너무나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죽든지 살든지 하나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살을 하든지, 제대로 살든지.
생각 끝에 당장 며칠 후에 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어리석은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으로 내린 결론은 삶의 의미는
사는 것 자체였습니다. 순간 순간에 충실하게 사는 것. 50살까지 뭘 이뤄야지 하다가 30에 죽으면 30까지 산 건 무의미해질 것 같아서
30까지의 삶도 의미있으려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살아가는 매순간에 집중하며 충만함을 느껴야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최선을 다해서 현재를 만끽하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려고 마음먹고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 매일 매일이 쌓여 당연한 결과로 내가 나아지겠지 싶습니다. 지금, 여기가 그 자체로도 완성되어 있는 것이고, 그것이 쌓여서 내가 죽는 순간에 완결된 내 인생은 전체적으로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지향점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입니다. 매일 매일에 충실한데, 어디에 어떻게 충실할 건지, 그걸 정하기가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지금 하고 싶은 게 없습니다.. 방향을 정할 수가 없어요. 현재에 충실하자는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걸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도 의지와 상관없이 문과로 갔고, 교대는 학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곳은 아닙니다. 하고 싶었던 건 수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는 수학이 정말 수학의 실체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제가 하고싶은 게 변할 수도 있고, 해야하는 일이 되면 오히려 그 일을 하는 게 괴로울 수도 있고, 그래서 생업은 따로있고 수학은 취미로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고, 타고난 능력도 필요한 분야이고, 제 능력에 대한 확신도 없고, 하고싶지 않은데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잡생각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어진 것(임용!)에서 의미를 찾고 그것에 매진을 해보자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니 이 세상에 적성이라는게 있긴 있나 싶더라고요. 어느 분야에 어릴 적부터 재능을 보이는 특출난 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자기 앞에 주어진 일에서 의미를 찾고 거기에 전력투구한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회사원도, 공무원도, 상인들도, 어부들도, 농부들도... 다 사람들 수 만큼의, 60억 인구라면 60억 개 각각 나름의 의미있는 삶, 하나의 완성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 결론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적성이라는 게 없다니, 내가 뭐 대단하다고 남들이 다 부르짖는 흥미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라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건가 싶습니다. 또 분명히 고등학생 때는 생각도 안 해 본 직업이고 3년 내내 싫어했던 일인데 4학년이 되어서 남들이 다 하니까 조급해져서 괜히 의미를 찾으려고 이러는 것 아닐까,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방향을 향해서 살아야 할까.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합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서 '살고' 싶습니다. 살기로 정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남들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본래성을 회복하였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나요? 내 나름으로 이 일의 의미는 이거다라고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게 남들 기준에 몸 편히 마음 편히 편승하려는 자기합리화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살기로 정하셨다니 그 시작을 축하합니다.
이제 그때가 온 것입니다.
혹시 임용경쟁율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새길을 찾으려는 욕구가 일어나지는 않았나요?
혹시 너무 안락한 여건(성적도 되고, 경제적으로도 되고)속에서 결핍없는 인생이
본인을 무기력하게 만들지는 않았나요?
분명히 귀하의 내면에서 자신에게 질문이 던져진 것입니다.
적성은 있고도 없는 것입니다.
뚜렷한 자아를 지닌 사람에게는 쉬운 발견이 어떤 이들에게는 어렵다고들 합니다.
귀하는 후자에 속할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힘들게 60억분의 1을 찾지 말고 대분류를 정해 마음이 가는 관심사를 탐구바랍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범위를 좁혀 나가는 방법이 좋습니다.
과거에 생각을 안해본 것이라고 틀린 것일까요?
인간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는 것이어서 평생을 변치않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시작이지만 지금이 제일 빠른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길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모든 궁금증에 대한 답은 책속에 있으니 모범답안보다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답안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자기합리화가 아니라는 것, 자신만의 본래성을 회복하였는지 ?
-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다면 알게 됩니다.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와 하기 싫은 이유를 솔직하게 써보고 그 가짓수를 세어보는 일도 하나의 방법이겟지요.
- 아직도 의문이 든다면 변화를 두려워 하는 내면의 핑게일수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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