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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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관계의 조건은 까다롭다. 건강한 두 사람이 자신의 개인적 관심사와 자아감을 그대로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파트너와도 ‘우리’라는 연대감을 이루며 자신들의 삶에 완전히 새로운 실체를 하나 더 더하기를 원할 때만이 건강한 관계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개인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둘은 하나가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둘은 셋이 되는 것이다.”
- 마릴린 소렌슨의 <자긍심>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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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갈등으로 인해 상담하는 부부들에게 사랑의 개념을 물어보면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 즉, ‘일체감’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부부란 하나여야 하는데 상대는 비밀도 많고 너무 개인적이라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흔히 호소합니다. 부부라면 일심동체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물론 5월 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도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의미에서 숫자 21일로 정했다고하니 부부관계에서 일체감은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우리는 바라지만 그러나 둘이 만나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혹은 된다고 한다면 그것이 과연 건강한 관계일까요? 정신분석학자 마가렛 말러는 아이를 관찰하면서 육체적 출생과 심리적 출생을 구분하였습니다. 즉, 출생 후로도 아이는 어머니와 심리적 공생관계에 있다가 만 3세가 되어서야 안정적인 어머니상을 내면화하여 개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이에게 또 하나의 산통에 비할 수 있는데 아이는 공생에 대한 욕구와 독립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끊임없는 심적갈등을 겪으면서 개별화 즉, 심리적 탄생을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만일 정신적 충격을 받거나 안정적인 어머니상이 내면화되지 않았다면 분리를 상실로 여겨 독립의 어려움을 보이거나 합일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어른이 되어서도 갖게 되기 쉽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이중적 욕망간의 갈등은 어른이 되어 연애를 하게 될 때 고스란히 반복됩니다. 즉, 일체감과 독립성에 대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1+1=1)’는 사랑 개념은 공생에 대한 욕구만을 인정할 뿐, 독립에 대한 욕구를 배제하는 외눈박이 사랑일지 모릅니다. 인간적인 조건에서 건강한 관계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상처난 마음에서 비롯된 환상입니다. 건강한 관계란 자신의 개인적 관심사와 자아감을 보존하는 가운데 상대와 ‘우리’라는 연결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즉, ‘나’라는 삶에 ‘우리’라는 또 하나의 삶이 더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자의 삶이 있지만 둘이 알고 있는 친구, 둘이 추구하는 목표, 둘이 즐기는 관심사, 둘이 함께 나누는 시간들로 교집합이 만들어집니다. 이는 결국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기보다 셋이 되는 것이며 합일이 이루어진다기보다 공존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사랑은 결국 관계를 멀어지게 함으로써 다른 둘로 존재하게 만듭니다. 그러므로 서로 함께하는 영역이 커지면서도 ‘나는 나대로 존재할 수 있는’ 영역이 공존하는 셋의 사랑이야말로 건강한 어른들의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슐트는 사랑을 '사랑이란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타인에게서 나의 유일성을 인정받는 것이다.'라고 정의내린 바 있습니다.
당신과 연인은 둘이 만나 몇이 되었나요?
- 2011. 8. 17. '당신의 삶을 깨우는 ' 문요한의 Energy Plus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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