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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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너무 많습니다. 와도
와도 너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숲학교는 말 그대로 숲 속에 짓는 자연생태학교입니다. 따라서 만만치 않은 나의 오두막 경사보다 더 가파른 경사를 극복해야만 완공할 수 있습니다. 날이 좋아도 건축자재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은데, 몇 달 동안 사흘에
하루 정도만 비가 멈추는 기상이었으니 아직도 숲학교는 바닥 공사도 마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닥 기초를
만들기 위해 철근과 거푸집을 올려야 하고, 버림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 레미콘과 펌프카를 올려야 하는데, 길이 미끄러워서 도무지 차가 올라올 수가 없었습니다. 온갖 장비를
다 동원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포크레인을 써보기도 하고 동네 대형 트랙터에 견인줄을
연결해서 차를 당겨도 보았지만, 비에 곤죽이 된 땅은 차의 바퀴를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두 달 가까이 길을 보수하고 손보고 또 다듬는 일만 한 것
같이 느껴질 만큼 이 숲은 난공불락, 숲학교 부지로 오르는 길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오랫동안 품어온 숲학교 건립에 대한 나의 꿈을 신이 불허하는 것은 아닐까 회의하거나, 숲에게 노여움을 살 만한 일을 한 적이 있지 않았나 돌아보는 순간도 자주 있었습니다. 8월로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늦어도 11월까지는 준공을 해야 하기에 이제는 자연에 순응하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맞서야 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고 말았습니다.
상습적으로 트럭이 빠지는 숲 속 경사로 커브 길에 일주일
넘게 돌과 자갈을 깔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제처럼 많은 비가 와도 낡은 4륜 1톤 덤프 트럭을 후진으로 몰아 오르며 골재를 퍼 나르고 있습니다. 한 번 오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화를 내며 돌아가는 레미콘 기사에게 통사정을 해서 설득하고 있습니다. 그 무거운 레미콘 트럭을 트랙터나 포크레인을 들여대어 로프로 당겨가며 경사로에 버림 콘크리트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5미터 혹은 10미터를
극복하고 나면 다시 차바퀴를 붙들어 매는 진흙구덩이에 또 골재를 날라 트랙터 바퀴로 다지고 또 골재를 날라 다시 다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 질고 미끄러운 길이 아니고는 공사차가 숲학교에 닿을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해서 나는 매일매일 이 악조건과 맞서고 있습니다.
레미콘 기사도 골재를 운반해 주는 대형 덤프트럭 기사도 이곳 현장을 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때로
현장에 도착해서 그들이 내뱉는 거친 언사와 화난 표정이 나를 주눅들게 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미리 준비해 둔 음료수를 주며 간절하게 부탁하는 방법 외에 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매일매일
사정을 해가며 비와 맞서고, 가파른 길과 맞서고, 진흙구덩이와
맞서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삶에는 오로지 맞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 비켜설 어떠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 때, 오직 맞서는 것만이, 맞서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또 넘어지기를
반복해야 하는 때. 그러한 때가 삶의 시간 속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넉넉한 예산으로 시작한 작업이 아니고, 비 때문에 시간마저 넉넉하지
않은 지금이 바로 그렇게 단순하게 그리고 질기게 맞서야 하는 순간일 것입니다. 맞서야 하는 순간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꿈 단단히 붙들고 단지 맞서는 것만이 답입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살고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 아시면 급히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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