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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동면을 위한 28일간의 책 여행
목차
프롤로그 28일간의 성장 여행, 생산적 동면을 위한 4권의
독서노트
첫째 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신화를
통해 발견하는 인생의 역동,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 Book
column 1: 나에게
신화란 무엇인가
둘째 주 – 공동체의 본질을 찾아 떠나는 여행 법의
기원을 통해 발견하는 나와 사회의 관계망,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Book
Column 2: 정신줄 놓은 사회에서 법의 정신을 찾는
이유
셋째 주 – 현실 속의 영웅을 만나는 여행 삶과 구원이 하나 되는 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Book Column 3: 내가 아는 영웅에 대하여
넷째 주 – 배움으로 실천하는 삶 위대한 유산, 교육의 힘, 이희영의 ‘솔로몬
탈무드’ Book Column 4: 새로운 교육에 대하여
프롤로그
28일간의 성장 여행, 생산적 동면을 위한 4권의
독서노트
2월은
동면의 절정에 이르는 계절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 그러한 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게는 그렇습니다. 저는 계절을 많이 타거든요. 모든 동물들이 충만한 에너지와 식량과 태양광을 즐기는 여름과 가을엔 온갖 일에 열정을 불태웁니다. 잘 먹고 잘 놀고 누가 안 시켜도 흥에 겨워 일하지요. 누가 날
좀 말려야 하나 싶게 많은 일을 벌이고 감당을 못 할 때도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눈부신 햇살이 저를 깨우고, 밤보다 훨씬 긴 ‘낮’이 제 열정과 에너지를 감당하기에 충분할 만큼 넉넉한 시간을 주니까요. 문제는 겨울과 봄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들뜬 연말연시가 지나고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찬 바람과 지저분하게 얼어붙은 길바닥에 진저리가
나기 시작하는 1월 말부터 코 앞까지 다가온 봄을 도무지 실감할 수 없어 괴로운 3월 초까지의 늦겨울녁입니다. 아무리 부정하고 도망가려 해도 동면의
계절은 어김없이 다가와서,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지난 한 해의 피로가 온 몸에서 제 증상을 발현하기
시작하고, 정신은 더디 뜨는 아침 해마냥 느리게 의욕 없이 간신히 구동하며 오로지 휴식을 갈구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러므로 1월이 되면 저는 또 다시 동면의 계절이 다가왔음을 온 몸과 마음으로 실감하며 조바심을 냅니다. ‘어떡하면 이 시기를 어떻게 피해갈 것인가….’ 이때는 무슨 일이
눈 앞에 벌어지든 부정적인 예감에 시달리고요. 어떤 신나는 건수가 생겨도 어떻게든 도망갈 핑계를 찾게
된답니다. 이런 불길한 시기에 중요한 프로젝트가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최대한 낮은 자세를 몸을 낮추고요. 실패할 게 뻔하니까요. 남들이 아무리 잘해낼 수 있다고 얘기해줘도 소용없습니다. 이런 시기를
바로 슬럼프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수년간 제 맘을 배신하고
저를 곤경에 빠뜨려온 이 놈의 동면기… 이렇게 에너지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 상태로 추락할 때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지금 이 시간도 지나가리라’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최대한 동면하는 동굴곰의
자세로 겨울을 나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괴로운
동면기를 색다른 벗들과 함께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저 아무 일 없이 좀 지나가주기만 바랬던
겨울이 어느새 끝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뭐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어요. 심지어 자발적으로 한 일도 아니었답니다. 뭘 했느냐 하면요. 그냥 책을 읽었어요. 책을 읽고 맘에 든 근사한 구절들을 옮겨 쓰고요. 감상도 적어봤어요. 그리고 책의 교훈을 나의 생각으로 정리하고자
끙끙대며 칼럼을 썼답니다. 호러와 SF, 추리물과 시대물
같은 장르소설에만 매달리던 제게는 진짜 낯설고 힘든 독서였어요. 거기에 이 낯선 내용들을 내 것으로
정리하려니 참, 진땀을 빼긴 했습니다. 그 중에는 이게 내
생각인지, 남의 생각인지, 내가 이 어려운 내용을 이해를
하긴 한 것인 지. 부끄럽게도 ‘에라, 나도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냥 주구장창 그냥 옮겨 적기만 한
글이 절반이 넘고요.
그럼에도 4주는 지나갔고, 오색 포스트잇을 처덕 처덕 붙여둔 4권의 책들과 올망졸망한 독서노트가 제 앞에 놓였더라고요. 뭘 알고
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닌데, 무언가 응어리진 것이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어려운 책들과 씨름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양 뿌듯함도 느꼈어요. 가장 좋았던 건, 늘
무기력과 허무함에 시달리던 공포의 동면기가 저도 모르게 지나간 거예요. 한 주에 한 권씩, 태백산맥의 준령들을 차례 차례 정복하는 마음으로 읽어나간 이 네 권의 책들 덕분에 다가올 봄을 위한 힘을 비축하는, 진정한 의미의 동면을 취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죽은 듯 엎드려,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 바라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인생의
겨울 같은 시련을 맞아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하던 일이 전처럼, 내 맘처럼 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는 슬럼프를 맞으면, 이것도
저것도 모두 또 다른 실패의 원인이 될까 봐 두렵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일, 내 지친 몸과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줄 일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때 조용히 책을 드는
겁니다. 형광펜과 포스트잇을 옆에 두고요. 좋은 독서대가
있으면 금상첨화지요. 책을 열기 전, 나의 고민을 내려놓고
생각을 비워둡니다. 그건 도망가는 게 아니예요. 저자의 피와
땀이 어린 문장과 생각을 붙들고 씨름하다 보면, 나의 고민과도 거리를 두고, 제 3자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나의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는 거예요.
그러려면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읽고, 가슴으로 읽어야 해요.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문장은 형광펜으로 줄을 긋고, 쉽게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알록달록 스티커도 붙여놓아요. 가능하다면 그날 그날 읽은 부분 중 가장 좋았던 문장, 잊고 싶지 않은 부분은 다시 옮겨 적어봅니다. 읽고 스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꼭꼭 만년필로, 키보드로 씹어 삼키는 거예요. 내 몸으로 소화해서 내 정신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요.
제가 28일간의 독서여행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방대한 세계를 가진 책들을 분석, 정리, 소개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사실 제게는 역부족이예요. 저는 이 책들을 온전히 제 것으로 소화해서 다른 이들에게 자신있게 나눠줄 수 있는 경지에는 오르지 못했어요. 그냥 이 책들 속에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있는 것 같군. 한번 읽어볼까? 어차피 뭔 일도 벌이기 힘든 시기인데, 까짓 거 책 속에서 잠깐
나들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이 동한다면, 그것으로 제 임무는 완성입니다.
그래서 이 독서노트는 아는
직장 후배에게 이야기하듯, 같은 동 엘리베이터 안에서 늘 마주치는 제 또래 엄마와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이야기하듯 주절 주절 이야기 형식으로 적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재미있었던 부분만 골라 적었어요. 그냥 말하기
편하고 듣기 편하게요.
4주간
작성한 이 짧은 독서노트가 제 피곤하고 지친 정신에 꼭 필요한 외출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저의 독서노트가 이 멋진 네 권의 책들, 그리고 더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계기, 더 큰 도약을 위한 생산적 동면을 취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첫째 주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신화를 통해 발견하는 인생의 역동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