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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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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3일 02시 03분 등록

인도 사람들의 차(茶) 사랑은 대단합니다. 홍차 가루와 우유를 끓이고 거른 후 설탕과 향신료를 더한 ‘짜이’는 생활의 일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밥은 못 먹어도 차는 마셔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요. 어디를 가도 ‘짜이’를 파는 가게와 행상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입술자국도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유리잔에 담아주는 걸 보고 혼비백산했지만, 이제는 저도 슬슬 중독이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문득 ‘짜이’ 한잔 생각이 밀려드네요.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는 ‘티보이’라고 불리는 심부름 소년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차를 좋아하는 인도 사람들의 기호와 값싼 인건비가 만들어낸 직업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실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다가와 세상에서 가장 공손한 태도로 차 주문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고 안쓰럽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제가 함께 일하는 인도 회사에는 티보이가 없습니다. 대신 구내식당이 있지요. 전화 한 통이면 10층 건물의 어느 구석으로라도 ‘짜이’가 배달됩니다.

이 구내식당에는 차를 파는 사람이 두 명 있습니다. 먼저, 기리쉬는 배달 담당입니다. 쟁반 가득히 찻잔을 담고선 날듯이 뛰어다닙니다. 엘리베이터가 있긴 하지만 밀려드는 주문에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여지없이 계단으로 향합니다. 기리쉬는 제가 아는 한 회사 내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또 다른 한 명은 레미쉬입니다.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는 일을 맡고 있지요.

재미있는 것은 이 둘의 생김새입니다. 배달을 하는 기리쉬는 인도 사람 치고도 보기 드물게 말랐습니다. 인도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른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지만 기리쉬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말랐습니다. 부러질 듯 마른 몸으로 무거운 차 쟁반을 들고 달리는 그를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반면 레뮈시는 거대합니다. 인도 사람답게 머리와 얼굴은 작지만 그에 비해 어처구니없을 만큼 뚱뚱한 몸집을 가지고 있지요. 어쩌면 두 사람의 역할은 서로의 체형을 배려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 회사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이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어떻게 둘이 그리도 다를 수 있냐는 제 말에 그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원래도 기리쉬는 날씬하고, 레미쉬는 체격이 컸지만 지난 몇 년 사이에 그 차이가 훨씬 커졌다는 거지요. 그제서야 두 사람의 극단적인 체형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조금씩 차이를 만들어온 거지요. 하루 종일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사람과 앉아서 카운터를 지키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히 간과할 수 없는 차이가 생기겠지요.

어쩌면 둘의 체형에는 보다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 명은 먹는 걸 즐기고 다른 한 명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에 내가 해온 행동들의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겠지요. 순간의 결심과 며칠간의 밤샘으로는 미래를 바꿀 수 없을 겁니다.

허리 둘레에 묵직하게 만져지는 뱃살이 지난 몇 달간의 무절제한 식생활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것 같아 뜨끔하네요. 내일을 만들고 있는 여러분의 오늘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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