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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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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3일 00시 05분 등록

얼마 전 열흘 가량 이탈리아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중 하나는 아시시(Assisi)입니다. 이곳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인데, 먼저 아시시는 성 프란체스코(San Francesco d' Assisi)의 고향입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시오노 나나미가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에서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꼽은 인물입니다.

프란체스코는 부유한 포목 상인 집안의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아버지의 많은 재산에 기대어 돈을 낭비하며 쾌락을 쫓는 삶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절제한 선동가’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돌연히 회심(回心)하고, 예수님의 참된 가르침을 깨닫게 됩니다. 그때부터 프란체스코는 방종한 젊은이가 아닌 예수님의 가르침대로는 살기 위해 노력하는 신앙인으로 거듭났습니다.

프란체스코는 예수님의 말씀, 즉 성서를 기존 성직자들의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탐구했습니다. 그는 기존의 엄격한 도덕율과 복종을 강조하는 신앙이 아닌 예수님이 전하는 가르침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해석은 당시로써는 참신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나미는 “성 프란체스코가 기독교회에 일으킨 혁명은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과 온유로 충만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깨우쳐 준 것입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를 ‘정신운동’으로 규정하고, 이 정신의 기본으로 ‘만족할 줄 모르는 탐구심’을 꼽습니다. 탐구심은 호기심을 갖고 의심하며 질문하는 것,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왜’를 연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고정된 종교 해석에 머물지 않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성서를 새롭고 참신하게 해석한 프란체스코는 르네상스 정신의 소유자로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선입견을 갖지 않은 순수한 태도로 성서와 마주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고, 자연과 마주하면서 작은 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일 뿐 아니라 새들에게 말을 걸기까지 했고, 사람들이 가까이 가는 것조차 꺼리는 나병 환자를 끌어안고 보호하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나나미는 르네상스의 인간형으로 ‘재생하고 자립한 인간’을 제시입니다. 그렇다면 성 프란체스코야말로 르네상스인입니다. 그는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고 말한 예수님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자신은 ‘가난’과 결혼했다고 공언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희망을 말하고, 사랑을 전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과거와 정반대의 삶이었습니다. 무제절하고 방탕한 삶을 끊고, 사랑으로 행동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서 기쁨을 얻는 것이 프란체스코의 새로운 삶이었습니다.

아시시에 위치한 산 프란체스코 대성당의 안쪽 벽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생애를 담은 28개의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의 문을 연 조토의 이 놀라운 작품을 보며 왜 프란체스코를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 부를 수 있는지, 시오노 나나미가 왜 ‘르네상스에 비옥한 토양과 충분한 물과 햇빛을 마련해준’ 인물로 그를 꼽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림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사랑과 소명에 대한 헌신에. 생각했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야말로 ‘극기(克己)’를 이뤄낸 ‘재생하고 자립한 인간’임을. 성 프란체스코에게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마음에 불었습니다. 동시에 졸렬하고 얇은 내 자신에 한숨 쉬었습니다.

다음 주 마음편지에서는 아시시에서 느낀 두 번째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20110823.gif
* 시오노 나나미 저, 김석희 역,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한길사, 2001년

* 홍승완 트위터 : @SW2123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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