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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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드디어 숲학교의 기초 콘크리트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겨우 기초를 마무리한 것에 불과하지만 실로 감개무량했습니다. 2층
흙다짐벽 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서는 펌프카와 레미콘 차량이 숲학교 부지까지 반드시 올라와야 하는데, 그간 수없이 시도한 도전들이 모두 맥없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길의
가파른 경사도 경사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려대는 비 때문에 길이 너무 미끄러웠기 때문입니다. 레미콘을 포크레인으로도 끌어도 보고, 대형 트랙터로도 끌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레미콘 기사들이 더 이상 숲학교 현장에는 오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는 데까지
이른 적이 있었습니다.
숲학교답게 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지 않겠다는 애초의 결심
일부를 포기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동네 청년 한 명과 함께 교대로 고물 덤프트럭을 후진으로
몰아서 험난한 일부 구간에 임시 콘크리트 포장을 했고 미끄러운 나머지 구간에는 크고 작은 돌덩어리와 자갈을 날라서 몇 겹씩 깔았습니다. 꼬박 보름 가까운 일정이었고, 막바지 사나흘은 불을 밝혀 일하는
지경까지 갔습니다. 지난 주 편지에 쓴 것처럼 오직 꿈 단단히 붙들고 맞서는 날들의 보름을 보내고 어제
드디어 펌프카 한 대와 레미콘 트럭 25대가 숲학교 부지에 기초를 만들었으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겠습니까?
기초공사가 마무리된 저녁 시간에 나는 전망이 일품인 숲학교
‘오래된 미래’의 부지에 서서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습니다. 눈은 먼 풍경을 향하고 마음은 푸근해졌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질퍽대는
길을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던 날 내가 지금 왜 이 짓을 하는가? 하는 회의감에 사로잡혀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되살아났다가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앞으로 완공까지 또
얼마나 많고 다른 회의의 순간들이 준비되어 있을지 생각지 않기로 했습니다.
품은 꿈과 철학이 삶이 되게 하자! 그리고 다만 끝까지 가자, 오늘처럼 반드시 그 끝을 만나게 되리라!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대도 품은 꿈과 철학을 안고 새로 정한 길 위에 있다면
끝까지 가시기 바랍니다. 반드시 그 끝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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