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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2011년 9월 9일 10시 32분 등록

그녀는 수수께끼입니다.   경이로운 나라이며 이상한 세계입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여인인지 그저 말만 분분합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합니다.

그녀는 기원 전 600전 쯤, 에게해 동부 앞바다에 있는 레스보스 섬에서 태어났지요.   뮤즈를 섬기는 뮤세이온 사원에서 여자 제자들을 가르친 여성 단체의 보스였던 것 같습니다.    뮤즈의 여신들처럼 주로 음악과 춤과 시를 가르쳤지요.    직업을 목적으로 그런게 아니라 그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스스로 아름답게 되려고 아프로디테의 자태를 따라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성은 얼굴에서 빛이 나야하고   걸음마다 사랑이 넘쳐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사포 Sappo입니다.       그녀의 제자들은 수도사처럼 엄격하고 진지하게 살았지만 행복한 결혼을 준비하는 여인들이었지요. 가슴이 차오르고 감각이 무르익을 때,  운명이 호명하면 그들은 기꺼이 몸을 맡길 준비를 합니다. 사포도 그 운명에 따라 결혼을 하여, '금꽃'이라는 예쁜 이름의 아이 엄마가 되었지요.

파일:Gustav Klimt 064.jpg

(크림트가 그린 사포)

사포의 시 하나를 들어 볼까요?

그대 앞에 얼굴을 맞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는
저 사람은 아무래도
신인가 보다

웃음이 내 가슴으로 파고들어
심장을 흔들고
그대를
본 순간
입술은 소리를 낼 수 없다

혀가 마르고
작은 불꽃이 무수히 피부 아래로 흐른다
눈은 볼 수 없고
귀는 우-우 거릴 뿐

흐르는 땀은 어쩐 일이며
몸은 어찌하여 이리 떨리는가
풀포기 보다 더 파래진 나는
아마 이대로 죽나보다

사포는 숨기지 않습니다. 그저 땀을 흘릴 뿐이고 그저 적을 뿐입니다.     사랑의 대상을 그리지 않으면서 그 사랑이 내게 한 결과,  즉 내 몸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에 이어 순식간에 내 영혼에 불이 붙는 찰라를 보여 줍니다.     그녀는 아홉 명의 뮤즈의 여신에 이어 열 번 째 뮤즈로 불린 세계 최초의 여류 시인이 되었습니다.    후대에 많은 시인들이 그녀를 사모했습니다.   극작가이며 시인인 장 밥티스트 라신의 시 하나가 얼마나 사포의 시와 닮았는지 볼까요 ?

그를 보노니, 보는 것만으로도 붉어지노니
영혼은 길을 잃고,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눈은 볼 수 없고 입은 말할 수 없느니
몸의 구석구석이 불타오르는구나

그녀는 늘 무언가에 대하여 격렬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바깥 세상의 사소한 움직임들 조차 내면으로 데리고 들어와 신비로운 마음의 세상을 만들어 냈지요.     늘 무언가가 그녀를 들뜨게 했지요.       세상은 그녀에게 무한한 기쁨이었으니,  설령 상처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녀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아름다움에 빠졌으니 스스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젊음의 꽃망울을 사랑했다.
사랑이 왔다
그것은 반짝임이었고, 순간이었다.

그러니 오늘 비내리는 우울로 시작한 사람도 빗소리를 즐기시기를.
지금 이 한 순간을 무한한 기쁨으로 기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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