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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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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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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5일 00시 35분 등록

사진.JPG

늦었지만 텃밭에 심어놓은 배추 중에 한 포기. 하루 한 두 번 녀석에게 말거는 일이 참 좋다.


홀로 지내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일상의 균형을 잃는 것입니다. 지향하는 것을 향해 매일 정진하지 않으면 쉬이 나태해지고 지나치게 분방해지면서 여지없이 일상이 엉켜버립니다. 하루하루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반복하는 습관을 정하고 그것을 꾸준히 행하지 않으면 삶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삶에 조금씩 녹이 슬고 맙니다. 올해는 그렇게 일상의 균형이 깨지면서 내 삶 여기 저기에 녹이 슬고 말았습니다. 아마 숲학교 짓는 일에 몸과 마음 대부분을 빼앗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말로 삶의 특정한 전략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한 탓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하고 또한 중요한 것은 일상이 간결하지 못하고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상의 균형이 깨어지자 어느 순간 내면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영양이 부족하다고 거의 매일 주로 고기만 먹는 생활을 했을 때 느껴지는 몸의 불편함과 비슷했습니다. 이럴 경우 자연스레 채소와 밥이 그리워지는 것과 같은 것이겠지요.

 

숲학교에 온 마음과 몸을 빼앗겨 일상이 흐트러진 내게는 우선 농사에 대한 그리움이 컸습니다.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책을 읽는 것에 대한 그리움도 컸습니다. 적어도 한 두 시간 고요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 숲을 걷는 것도 대단히 그리워졌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몰 즈음의 기적 같은 숲 풍광을 온전히 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일상이 흐트러져 얼마간 지속되면 바쁘다고 라면만 내리 몇 끼 먹었을 때 느껴지는 속의 불편함 같은 것이 자연스레 느껴집니다. 이때 몸이 자연스레 채소와 밥을 그리워하듯 우리의 내면 역시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은근히 가만히 보여줍니다. 흔들리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면 나를 건강하게 이끌다가 멀어진 그 무엇이 차례로 일어섭니다. 다시 일상으로 그 균형을 불러들이라는 신호인 것이지요. 나는 오늘 다시 그 신호를 따르기로 작정합니다.

 

동네 형수님이 심어주고 가신 배추에 물도 주고, 퇴비로 웃거름도 주며 매일매일 배추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다시 운동도 시작하고, 하루 몇 십 분이라도 꼭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일몰의 시간에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서며 누리는 즐거움도 되찾기로 했습니다.

 

그대 어떠신지요? 채소와 밥처럼 자연스레 우리를 지탱해주는 일상의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흔들림 없이 만나고 계신지요? 혹시 그렇지 않다면 우선 흔들리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시면 어떨지요?
IP *.20.2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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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blee
2011.09.15 08:02:24 *.229.96.253
지난여름 영국에서는 주로 책만 읽었습니다. 몇달동안 읽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내 안에 있었는지 다른 것은 다 귀찮았습니다. 제게도 이상한 시간이었죠. 사람들이 뭐하며 재미있게 지냈는지 물어봅니다. 저는 행복했는데 달리 해줄 말이 없었죠. 일하느라 바빠 자꾸 미루어 온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이제는 그 시간을 꼭 내어야겠다 생각은 했지요. 그런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규명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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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2011.09.16 10:32:59 *.98.102.160
그렇더군요.  현미밥과 채소반찬 먹듯한 일상의 고요와 평안함이 '현실적인 단기간의 목표'때문에 무너진 최근에 정말 헛헛한 느낌이 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내가 흐르는 것이 아닌 휩쓸려내려가는듯한 일상이 그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절박하게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좀 섞어봤지만, 이게 니맛도 내맛도 아니게 어중간한것이 자꾸만 물음표를 달고 저를 휘젓습니다.  그 고요함과 평안함을 가질수 있는 시간을 그냥 넘기는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도 집짓다 쉬고 싶다고 한들 지붕은 마저 얹어야 겠기에... - 연록색 작은 배춧잎, 내 마음의 새싹같아 다시 되돌아보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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