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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마음을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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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29일 12시 22분 등록

백오산방 저 아래 논밭이었던 자리에 도시인들이 전원마을을 만들기 시작한지 3년이 되었습니다. 올해로 완공이 될 모양입니다. 초여름부터 조금씩 입주가 시작되더니 가을 문턱에서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입주했습니다. 일부는 도시로부터 이곳으로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는 듯 하고, 일부는 주말 별장으로 사용을 하는 듯도 합니다. 조용하던 시골에 어린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들리고 사람도 붐비기 시작하는 풍경을 몇 개월째 산 위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관심은 숲학교 마당과 숙소에 서면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풍경이 저 마을이어서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서는 마을에 지어진 집이 비록 너무 획일적이고 조밀해서 오래된 풍경에 조화롭게 녹아 들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집 한 채 한 채 마다에는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이루고 누리고 싶은 꿈이 담겨 있을 것임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해서 집집마다 텃밭도 만들 테고, 나무와 들풀도 심어가게 될 테니 이웃들이 시간 속에 땀을 녹여내면서 점점 더 자연스러운 경관이 만들어지겠구나 기대도 갖게 됩니다.

 

한편 숲 주변에 농사짓고 숲의 가르침을 들어 세상과 나누며 고요하고 충만한 삶을 살려고 들어온 내 입장에서는 새로 들어서는 이웃들이 자연을 아끼고 소박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 이웃들이 도시에서 쌓은 재능이 새 활력이 필요한 기존 우리마을에 스며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는 그런 기대를 함께 가꿀 수 있는 이웃을 사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 전조를 경험했습니다.

 

문제는 밤이었습니다. 올해 봄 나는 산방으로 오르는 길 입구 밭에 산마늘을 심어놓았습니다. 그 밭 가장자리에는 밭과 함께 사둔 네 그루의 밤나무가 있습니다. 요새 그곳을 지나노라면 후두둑 후두둑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정겹게 들려옵니다. 3년 동안 나는 밤을 털지 않았습니다. 소유야 내가 했지만 전부터 이웃들이 밤을 주었던 나무고, 다람쥐나 밭 쥐 같은 생명들도 겨울 양식으로 쓰던 나무인데 그것을 몽땅 털어서 취하는 것이 야박하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안개가 자욱한 어느 새벽에 함께 사는 개인 산과 바다가 그 산마늘 밭을 향해 맹렬히 짖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자세히 살펴보니 누군가 산마늘 밭을 누비며 밤을 털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마주보면 무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마루에 선 채로 손으로 마이크를 만들어서 산마늘이 다치니 나가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을 했습니다. 잠시 잠잠하더니 5분쯤 지나자 또 밤을 털기 시작했습니다. 노여워서 한달음에 내려가서 마늘이 심겨진 넓은 밭 이랑에 밤을 놓고 발로 짓이기며 밤을 까고 있는 그들을 제지했습니다. 제지에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태연히 밤을 까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보니 새로 들어선 마을의 60~70대 아주머니 두 분이었습니다. 밭이랑 두 개가 초토화되어 있었습니다. 가을을 맞아 휴면에 들어간 산마늘의 새싹이 상하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며 언성을 높여 화를 내고 간곡하게 당부도 했습니다. 밤나무도 내가 주인이고 이 밭의 산마늘은 나의 주력 농사이니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마시라 했습니다.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몰라서 그랬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출입 흔적이 확연한 밭 가장자리 두어 곳에 말뚝을 박아 줄을 쳤습니다. 미덥잖아 경고문도 붙여두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그때 그 아주머니가 다시 그 밭을 누비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간곡히 부탁을 해보자고 후다닥 차를 몰고 내려가자 뛰듯이 도망쳐서 마을의 어느 집으로 숨어버렸습니다. 화도 나고 슬픈 마음도 들었습니다.

 

내 기억으로 우리 마을에는 고라니 같은 짐승을 막기 위해 줄을 친 적은 있지만 사람을 막기 위해 밭에 말뚝을 박은 적은 없습니다. 새로운 이웃 때문에 말뚝을 치고 경고문을 달아야 한다면 새 이웃을 환영하기가 어려울 것이고 이것은 시골에 사는 기쁨이 아니라 깊은 슬픔일 것입니다. 이제 어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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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09.29 16:11:32 *.131.72.156
바다의 뜻을 어찌 강물이 이해하겠습니까?
강의 마음을 냇물이 어찌 알 것이며
냇물의 마음을 어찌 옹달샘이 알 것인가?

더욱 더 큰 마음 낼수있는 방법을 찾아보셔야 할 것같아요?
반상회 나가서 공개적을 부탁하고 공문도 보내고 그래도 안되면 고발하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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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2011.10.04 16:30:17 *.98.102.160
무척 난감하고 많이 속상하셨겠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불공평한데 공평함만을 주장할 수 없둣이 그들 마음이 모두 내맘같지 않은것을 탓한들 그들이 달라질리 없고, 이왕 다른사람 털라고 놓아둔 밤인데 그인심으로 내가 불러서 주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요? 노심초사했던 산마늘밭도 거친 태풍에 휩쓸려 버릴수도 있는일이고, 산짐승들이 파헤쳐 놓을수도 있는 일이니 이왕 그곳에 자리잡은 그들을 내가 미워하지 않을수 있다면....그분들 세대엔 그저 악착같이 먹을수 있는것들을 찾아 자식들 멕이는것외엔 볼수 있던 세상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그 습관들이 남아 그랬으려니 하시면 어떨까요 ?  싸구려 식당에서 호텔급 매너찾는다고 여식한테 매번 구사리먹는 아낙입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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