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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30일 17시 11분 등록

신화경영

그리스는 위대한 문명을 이루었지요. 어떤 문명보다도 더 커다랗고 화려한 꽃을 피워냈습니다. 파르테논처럼 아름다운 신전을 짓고, 그 신전에 살아 숨쉬는 인간과 똑 같은 모습의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수많은 자연주의 철학자들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 문명 속에서 걸어 나왔지요. 운명에 맞서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작가들에 의해 불멸의 비극으로 승화되었습니다. 솔론과 페리클레스는 민주정이라는 위대한 인류의 유산을 만들었고,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와 살라미스에서 싸워 이김으로써 이 체제를 수호했습니다. 모두 예수가 태어나기 수 백년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위대한 문명조차 칠흑같은 원시를 품고 있습니다. 모든 문명은 모두 원시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중의 그리스'인 아테네에서도 미신은 여전히 존재했고, 원시인에게나 볼 수 있는 엽기적 풍속도 여전했습니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 봄이 오면 축제가 벌어졌지요. 최고 집정관은 아테네의 혈통을 가진 처녀 중에서 여왕을 직접 고르고, 그들의 여왕은 염소나 소의 모양으로 깎은 디오니소스 신과 하루 밤을 보내게 됩니다. 그저 상징적인 첫날 밤이 아니라 시민들의 열렬한 관심 속에서 실제로 나무로 만든 신과 몸을 섞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해 과실이 풍성해 지고 포도밭에 햇볕에 가득하고 모든 가정과 군대가 번성해지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지요. 2월 말에는 꽃의 축제가 벌어집니다. 첫날은 가족들끼리 포도주를 마시고, 둘째 날에는 포도주 마시기 대회가 벌어지지요. 단번에 가장 빨리 도수 높은 포도주 항아리를 비우는 자가 이깁니다. 셋째 날은 죽은 자들을 위한 날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죽은 자들이 거리를 활보한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시민들은 다들 집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문지방 위에 온갖 곡식을 휘저어 만든 수프를 내어 놓습니다. 살아있는 자들은 거리를 나다니면 안됩니다. 이런 정도의 원시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이 정도야 몇 십년전 우리의 고향 땅에서도 있어왔던 미신의 한 조각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앙드레 보나르 같은 문학자는 '진정한 원시는 문명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자유를 위한 숭고한 투쟁' 으로 일컬어지는 살라미스 해전은 헤로도투스의 표현대로 그리스 민족의 독립전쟁이었습니다. 이 역사적인 날 총사령관 테미스토클레스는 인간의 생살을 뜯어먹는 신 디오니소스에게 세 사람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잘생기고 금빛보석으로 치장한 이들은 아테네 최고 집정관의 친조카들이었지요. 테미스토클레스는 군사들이 보는 앞에서 세 사람의 목을 졸랐습니다. 그들은 산 사람을 제물로 보내고 싸움길에 올랐던 것입니다. 문명은 이렇게 원시와 몸을 섞으면 자라왔습니다.
테미스토클레스.gif

            (테미스토클레스)

우리의 의식세계는 문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의 무의식은 아직도 문명에 의해 순치되지 않은 신화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 그것이 자기 경영의 본질이 아닐까요 ? 그래서 신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내면의 어둠으로 내려가는 사다리며 통로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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