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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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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7일 09시 55분 등록

샤워를 하다가 정강이를 보았습니다. 올해는 내 몸 정강이에 유달리 상처가 많이 생겼습니다. 모두 겨우내 도끼질을 하면서 얻은 상처입니다. 도끼에 맞아 쪼개지는 장작개비가 때린 상처들이지요. 예년에는 이런 상처 한 두 개 생기기가 흔한 일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특별히 상처가 많습니다. 장작을 패면서 그만큼 실수가 많았던 탓입니다. 실수의 원인은 도끼질을 흩어진 마음 상태로 했기 때문입니다. 고도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마음이 자주 흩어졌다는 증거입니다.


만약 우리의 아이들에게 도끼질을 가르친다면 도끼질을 하면서 상처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도끼질을 익히는 과정을 우리가 삶을 알아가고 그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 비유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실수를 없애고 그 실수 때문에 얻게 되는 상처를 겪지 않을 수 있을까요? 만약 장작을 패는 도끼질이 우리가 삶을 살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려 할까요?


도끼질을 가르쳐주는 명문 학교를 보내고 불안하면 유력한 아카데미를 찾아 과외를 시키려 할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위험한 일은 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생 장작을 사주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 물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기도 할 것입니다. 머리에는 헬멧을 쓰게 하고, 다리에는 보호대를 착용시키고... 또 어떤 사람들은 도끼질의 동작을 구분 동작별로 면밀히 분석하여 구분 동작별로 안전 요령을 가이드하려고 할는지도 모릅니다.


더 살면서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까지의 나는 그냥 도끼자루를 쥐어주고 싶습니다. 장작이 방구들을 얼마나 따뜻하게 하는지 알게 한 다음, 장작을 패는 일이 그래서 참 중요하다 알게 하고는 도끼질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나무의 크기와 종류별로, 또 나무의 모양새에 따라 어떤 녀석은 수월하고 어떤 녀석은 씨름을 해야 장작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제 근육을 써가며 때로 작은 상처도 얻어가며 도끼질을 익혀가게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삶이요 그것이 공부라고, 실수가 사람을 성찰하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큰 힘이라고 스스로 알아가게 하고 싶습니다.


지금 봄비 내립니다. 경칩도 지났고 바람에도 겨울의 기운 사라졌습니다. 낮 기온도 확연히 높아졌습니다. 엊그제 이웃 마을에서는 서양 꿀벌 한 마리가 노란색 꽃가루를 모아 겨드랑이에 달고 기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밤에는 벌써 이름 모를 나방 한 두 마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이 비는 확실히 첫 봄비라고 불러도 되겠지요? 멋진 봄날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더러 실수도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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