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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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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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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1일 00시 36분 등록

내가 만일 단 사흘만이라도 앞을 볼 수 있다면, 가장 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상상의 나래를 펴는 동안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내 눈을 어떻게 써야 할까?’ 셋째 날이 저물고 다시금 어둠이 닥쳐올 때, 이제 다시는 자신을 위한 태양이 떠오르지 않으리라는 것을 여러분은 압니다. 자, 이제 그 사흘을 어떻게 보내시렵니까? 여러분의 눈길을 어디에 머물게 하고 싶습니까?

-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어린 시절 시각과 청각을 잃은 헬렌 켈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녀가 상상한 사흘간의 계획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화자는 헬렌 켈러입니다. 먼저 첫째 날은 사랑과 우정을 나눈 존재들을 보고 싶습니다. 특히 내게 새로운 운명의 문을 열어준 앤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겁니다. 둘째 날은 인간의 자연과 역사를 통해 세상의 과거와 현재를 봅니다. 박물관에서 세상의 물질적인 면을 보고, 미술관에서 예술품을 통해 인간의 영혼을 보고 싶습니다. 셋째 날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할 생각입니다. 가장 높은 빌딩으로 올라가 사람들의 삶을 둘러싼 도시의 풍경들을 조망하고, 번화가에 서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저도 상상해봤습니다. 내가 사흘만 볼 수 있고 나흘째부터는 앞을 볼 수 없다면, 사흘 동안 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 것인가. 첫째 날은 사랑과 우정을 나눈 사람들을 만나겠습니다. 그들을 최대한 자세히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을 쓰겠습니다. 둘째 날에는 산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오전은 산에서, 오후는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지고 싶습니다. 태양과 달과 별을 오래 보고 싶습니다. 며칠 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초기 기독교 신학자인 오리게네스(Origenes)의 “당신 안에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있음을 알라”는 말처럼 나의 내면에서 태양과 달과 별을 발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책을 읽겠습니다. 아침에는 빛에 한한 책을, 낮에는 어둠에 대한 책을, 저녁에는 영혼을 다룬 책을 읽고 싶습니다. 익숙해서 무관심했던 빛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곧 그것이 그리워질 테니까요. 무관심해서 익숙해진 어둠에 대해 이해하고 싶습니다. 곧 그것이 두려움 속 낯선 일상이 될 테니까요. 늘 알고 싶어 했지만 본격적인 탐구는 미뤄왔던 영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흘 후부터 언제나 볼 수 있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육안(肉眼)이 감길 때 심안(心眼)이 떠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헬렌 켈러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볼 수 없게 되도 존재의 이유로 삼을 만한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삶의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상상해보니 내가 어떤 존재인지 좀 더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나는 ‘관계자’입니다. 사람들과 마음을 깊이 나누고 싶습니다. 나는 ‘탐구자’입니다. 내 마음을 끄는 것을 넓고 깊게 공부하는 걸 좋아합니다. 나는 ‘작가’입니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모습이 나다운 모습입니다. 나는 ‘내면 탐험가’입니다. 내 마음이 궁금하고, 소우주인 사람의 정신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내게 내면탐험은 삶의 방식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볼 수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고 해보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볼 수 없을 때 하고 싶은 활동들 또한 볼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마음이 즐겁습니다. 삶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요. 정신이란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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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켈러, 이창식, 박에스더 공역,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산해,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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