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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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Arcadia는 서구인들이 동경하는 지상의 낙원 중 대표적인 곳 중의 하나입니다. 동양의 무릉도원인 셈이지요. 그 곳은 번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풍광이 온화하고 한가로운 삶이 지속되는 곳입니다. 가장 목가적인 풍광의 자연이 펼쳐지지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아르카디아라는 이름의 지방은 고원지대로 목동들이 양을 치며 사는 곳이었고 매년 음악경연이 벌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로 볼 것이 없는 곳입니다. 그러다가 로마의 베르길리우스가 아르카디아를 자신의 목가시를 위한 이상향으로 만들어 낸 다음부터 예술가들의 이상향이 되었지요.
프랑스 미술의 고전주의를 만들어간 17세기의 화가 니콜라 푸생 Nicolas Poussin은 '아르카디아의 목동' 이라는 그림을 그렸지요. 그림 속에서 세 사람의 목동은 아르카디아에 서 무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무덤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 즉, 죽음은 낙원에도 있다는 뜻이지요. 인간은 필멸의 존재라는 것이지요.
신화 속에는 아르카디아의 왕인 리카온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그는 매우 포악하고 오만하며 신을 모독하는 자였기에 제우스가 나그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리카온의 궁전을 찾았지요. 신성한 이적을 행했기에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알고 경배했으나 리카온만은 그를 시험하기 위하여 인육(人肉)을 대접했지요. 사람 고기임을 알아 본 제우스는 분노하여 그를 늑대로 만들었습니다. 50명의 아들들 중 49명도 변을 당했습니다. 오직 한 아들만이 화를 면할 수 있었지요. 인육을 먹은 자는 9년 간 이리가 되고, 그 동안 인육을 끊으면 다시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험한 산세 때문에 늑대인간 전설의 원조 이야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유토피아와 늑대인간의 전설이 모두 하나의 이름을 가진 지방 아르카디아에서 생겨났다는 것이지요. 그 뜻이 묘합니다. 탐욕과 오만이 지배하면 늑대가 되고, 자제하고 번민에서 벗어나면 다시 사람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르카디아란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속에 있는 낙원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해서는 안되며 넘어서서는 용서 받지 못할 경계를 상징하는 단어가 바로 '인육'입니다. 카다피의 처참한 죽음을 보며, 다른 사람의 눈물과 피가 바로 인육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늘 모르는 욕망과 오만 때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자기경영은 마음 속 아르카디아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곳에도 죽음은 있으며, '죽음이야 말로 삶이 만들어 낸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 죽음이 삶을 위대한 찰라가 되게 해주는 것이니까요. 필멸의 인간이기에 불멸의 신들 조차 부러워하는 '바로 그때, 그순간'의 삶의 떨림으로 충만한 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이 바로 그 떨림으로 가득한 그 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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