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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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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10일 00시 06분 등록

 

올해 목련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 나무는 옮겨진 첫 해의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죽음의 원인은 토대를 소홀히 하고 욕망의 추구에 지나치게 경도되었기 때문입니다. 옮겨 심겨진 첫 해는 나무에게 대단히 위험한 한 해입니다. 토양조건과 빛 조건, 습도 조건 같은 자기 주변의 미기후 조건이 이식전의 환경 조건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무에게 있어 이식 첫 해는 새로운 환경과 밀착하고 결합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한 해입니다.

 

언젠가 편지에 쓴 적이 있는데, 백오산방 입주를 기념하여 스승님이 선물해 주신 배롱나무 역시 이식 이듬 해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 나무는 첫 해 적응하고 여름 내내 꽃을 피웠으나 두 번 째 겨울에 찾아온 혹한 때문에 동사를 했습니다. 그 동안 키워왔던 굵은 줄기를 포함해 모든 가지가 동해을 입고 맥없이 시들었다가 툭하고 쓰러졌습니다. 그렇게 죽음을 보여줘 안타까워하고 있을 즈음 그 배롱나무는 뿌리로부터 몇 개의 새로운 줄기를 힘차게 뽑아 올리더니 그 줄기마다 꽃을 피우며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나마 한 해 동안 적응하며 뿌리의 깊이를 더하는 성장을 이루어서 회생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나무들에게 있어 잎과 꽃은 그들의 현재화된 욕망입니다. 나무는 열매를 맺기 위해 꽃을 피우고, 궁극적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 잎과 가지를 키웁니다. 성장이 담고 있는 욕망의 근원이 결실인 셈입니다. 하여 낙엽이 지고 겨울이 가까웠을 때도 나무들은 그 욕망의 원형을 가장 소중한 곳에 보존합니다. 가지에 매단 겨울 눈이 그것입니다. 겨울 눈에는 내년에 피울 잎과 꽃이 원형을 고스란히 담아 웅크리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나무에게 뿌리는 삶의 기반이요 토대입니다. 기반과 토대인 뿌리를 소홀히 하고 부실하거나 과도하게 잎과 꽃의 욕망만을 키우면 나무는 지상부 전체를 잃을 수 있습니다. 뿌리를 소홀히 한 나무는 그 상실만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습니다. 올해 심은 목련의 죽음은 뿌리보다 잎, 즉 토대보다 욕망을 키우는 데 지나치게 몰두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만히 보면 이 시대는 지나치게 욕망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뿌리와 토대가 되는 철학과 정신을 쉬이 내팽개치고 물리적 성과로 모든 것을 가늠하려는 경향이 세상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요즘 어떤 일을 도모하고 계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욕망만 무성한 나무의 불행을 만나는 일은 없기를 빕니다. 이 시대에 세우기 어려운 것이 철학이고, 간수하기 어려운 것이 정신일지라도 그것에 소홀함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IP *.20.2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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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11.10 08:39:37 *.163.144.2
제가 지치고 힘들면 봐야할 내면과 외면의 세계에 지침서 같아요.
숲을 보지만 나무를 보기 힘들고 나무를 보면 숲을 보기 힘들었어요.
아마도 역사와 철학의 정체성이 혼돈이이 그 문제에 핵심같아요.
요즘에서야 철학과 역사의 중요성을 느끼고 삶에서도 찾고 책에서도 찾으며 사람과 생물 무생물에서도 찾아보게됩니다.
원리는 하나인데 표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됩니다.
다음글에 필이 콱통하였습니다.  여우숲을 통한 깨달음의 글 다시한번 더 감사드려요. 나날이 건승하셔요._()_
"지나치게 욕망에 경도되어 있습니다. 뿌리와 토대가 되는 철학과 정신을 쉬이 내팽개치고 물리적 성과로 모든 것을 가늠하려는 경향이 세상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요즘 어떤 일을 도모하고 계신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욕망만 무성한 나무의 불행을 만나는 일은 없기를 빕니다. 이 시대에 세우기 어려운 것이 철학이고, 간수하기 어려운 것이 정신일지라도 그것에 소홀함이 없으시기 바랍니다." 
가슴에 깊이 간직해서 자주자주 꺼내써보겠습니다. 부적처럼....
오늘 수능날이데 우리 학생들이 줄세우기에 나가서 승자보다 패배자가 많이나오는 구조의 시험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각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어느방향에서 최고의 승자 자기자신을 넘어서는 승자가 나와서 모두가 만족하시는 나날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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