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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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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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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4일 01시 11분 등록

오늘은 여우숲 두 번째 이야기로 그 이름에 담은 뜻을 전해드리려 합니다. 어느 날 그대가 짓는 이름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 소박한 참고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퀴즈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지구상에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생명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부피를 가진 생명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키를 가진 생명은 또 무엇일까요? 짐작하셨듯 그 대답은 모두 나무입니다. 3,600년 넘게 살고 있는 나무가 있고, 쓰러진 나무의 부피가 하도 커서 나무를 파내어 작은 터널처럼 통과할 만큼 덩치가 큰 나무도 있습니다. 가장 큰 나무의 키는 무려 120m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퀴즈 속 주인공은 모두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인류가 거주한 역사가 미국의 그것보다 결코 짧지 않은데, 또한 한반도에 나무가 살기 시작한 역사 역시 미국의 그것보다 절대 짧지 않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세계적인 나무들과 견줄 만큼 크고 오래된 나무는 이 땅에 아직 없습니다.

 

엊그제 산방을 비운 사이 나의 배추밭을 어찌해보려고 멧돼지 일군이 들이닥쳤었다는 이야기를 자자산방 투숙객에게 들었습니다. 도심에 출몰할 만큼 멧돼지의 개체수가 넘쳐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조절자는 인간입니다. 고라니도 그 개체수가 넘쳐나지만 이 땅의 생태계에서 그들의 마땅한 조절자는 살피기 어렵습니다. 이 땅에 호랑이가 살았었다는 사실은 아시지요? 그렇다면 표범이 살았었다는 사실도 아시는지요? 여우는요? 이 땅에 여우는 언제까지 살았을까요?

 

여우숲의 이름은 이 두 가지 문제의식에 주목하면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국토의 64%가 산이요 숲인 나라에서 세계에 버젓이 내세울 오래된 숲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 이웃 일본과 중국에는 잘 살고 있는 자연 상태의 곰이 이 나라에는 한 마리도 살아남지 못한 나라, 1960년대까지 마을과 숲 언저리를 누볐던 여우가 이제는 드라마 속 전설로만 남아 있는 나라.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산하가 너무 아픈 역사를 반복해야 했고, 우리의 근현대가 너무 빠르고 바쁘고 저질의 욕망을 추구했기 때문이겠지요.

 

여우숲이라는 이름이 품은 단박의 뜻은 여우를 기다리는 숲입니다. 이 숲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지만 멀리 흘러갈 수 있는 숲, 그래서 아주 먼 훗날에는 수천 년을 살고 있는 나무가 이 땅에서도 여우숲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사실이 되는 꿈을 품은 숲입니다. 여우숲은 또한 스스로 살고,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사유하고 깨닫는 숲을 지향합니다. 나를 넘어 이웃의 중요성을 알고 그것을 넘어, 자연과 생명도 이웃임을 머리와 가슴, 그리고 몸으로 알아가는 숲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름입니다.

 

여우숲은 숲 언저리에 여우가 되살아 돌아오는 날을 상상한 이름입니다. 그날은 어떤 날일까요? 그것은 분명 우리 삶의 방식이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날이겠지요. 우리 삶도 숲을 닮아서 스스로 깊어지고 푸르러지며 이웃과 함께 숲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풍요, 새로운 방식의 평화가 자리잡은 날이겠지요. 그나저나 여우숲이라는 이름의 느낌 어떠신지요?

IP *.20.2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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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11.24 07:31:31 *.163.144.39
지혜 호기심 싱싱함 야생 자연 조화로움 행복 포근함 안정 평화,..... 이런 단어가 생각납니다.
원하시는 꿈 이루워서 보다 더 조활움이 넘치는 아름다운 사회가 용규님을 통해서 만들어지기를 기원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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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blee
2011.11.25 07:55:31 *.229.96.253
안녕하십니까? 시간과 일에 쫒겨 몸이 고단할 때, 책 싸들고 숲학교에 가서 뒹굴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우숲에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수년 전 영국 런던의 아는 분 집의 바베큐 저녁에 초대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여우가 음식 냄새를 맡고 정원숲으로 온 걸 보았습니다. 책에서만 본 야생동물이라 무서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사람을 피하는 귀여운 동물이었습니다. 여우가 먹이를 얻기 위해 아침에 멀리 떨어진 자기 집에서 출근^^하여, 시내로 나와 음식을 구하고는 저녁에 퇴근^^한다는...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여우숲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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