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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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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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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일 00시 39분 등록

오늘은 보다 구체적으로 여우숲 공간을 상상해 보실 수 있는 편지를 쓰려 합니다.

봄 여름에 이어 요새도 비 오고 눈 오는 날 자주 이어져 여우숲의 막바지 공사가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곧 7년 세월을 꿈꿔온 비인가 학교가 이 숲에 들어설 것입니다. 물론 7년 전 붙여두었던 이름은 새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행복숲이라 불렀던 이름은 여우숲으로 바뀌었고, 숲학교도 오래된 미래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여우숲에는 100평 건물 두 동이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각 건물도 이름을 얻었습니다. 각 동 앞에는 각각 한 그루씩 특징적이고, 제법 커다란 나무가 살고 있습니다. 아랫동 입구에는 졸참나무, 윗동 입구에는 층층나무가 있습니다. 해서 얻은 건물의 이름이 각각 졸참나무관과 층층나무관입니다.

 

애초에 건축가와 나는 숲을 최소한으로 훼손하며 숲 탐방로를 내고 건물을 얹자고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예정지를 일일이 조사해서 표식을 붙여가며 불가피하게 훼손될 나무의 숫자를 최소화하려고 애썼지만, 불가피 대략 스물다섯 그루의 나무를 모셔야 했습니다. 건물을 지칭하는 이름이 된 그 두 그루의 나무는 공사 내내 장비를 가로막아 공기를 늘어지게 했습니다. 일을 맡은 업체들은 여러 차례 나무를 베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베면 안되냐고 물었지만 나는 절대 안된다고 버텼습니다.

 

숲의 경사를 그대로 살려 다리 형태로 지은 졸참나무관에는 계단 형의 반 야외 강의장이 만들어지고 있고, 6개의 크고 작은 숙소가 완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구들을 깔아 장작을 지피고 자는 황토방으로 꾸몄습니다. 졸참나무관은 주로 의식주와 관련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설계되었고, 가족 단위 혹은 조직 단위가 숲과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숲학교 오래된 미래의 교실은 층층나무관 1층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교실 옆에는 숲카페 여우비가 운영할 적절한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사무실 역시 층층나무관 1층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2층에는 6개의 방이 철저히 개별적 공간으로 나뉘어 숲 쉘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모두 하늘을 볼 수 있는 창을 가진 다락방이 있는 것도 재미를 줄 것입니다. 사람이 기거하는 방은 모두 흙과 나무를 주재료로 건축되었고, 개별 취사와 개별 욕실시설을 갖추었습니다. 층층나무관은 모든 창의적 작업자들이 개별적인 작업을 하기에도 적절한 공간일 것입니다. 두 동의 건물을 합치면 최대 80명의 인원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공간으로도 설계되었습니다.

 

여우숲에는 다분히 의도된 불편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우숲 입구에는 버스 두 대와 몇 대의 승용차 정도를 동시에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있는데 몸이 불편하거나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모두 이곳에 차를 세우고 비포장 도로를 걸어 숲에 이르기를 권합니다. 그대가 느리고 불편함이 주는 작은 성찰과 공부를 마주해 보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여우숲에는 또한 야생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야성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19동의 텐트를 칠 수 있는 캠핑 데크가 꿈꾸는 언덕이라는 이름 하에 숲 길을 따라 마련되어 있습니다. 산나물 들나물을 뜯어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효소도 담고, 된장과 간장 고추장을 만들어 보고 보관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발효 장독대도 마련 중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난 숲 탐방로는 숲을 배우고 느끼면서 숲에게 길을 물어 고요히 자신을 돌이켜 보며 새롭게 자신을 세울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카페 여우비는 이 숲 최고의 풍광을 덤으로 삼아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IP *.20.20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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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12.01 00:53:18 *.163.144.35
"느리고 불편함이 주는 작은 성찰과 공부를 마주해 보기를 기대
여우숲에는 또한 야생을 통해 자신 안에 잠재된 야성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
숲 탐방로는 숲을 배우고 느끼면서 숲에게 길을 물어 고요히 자신을 돌이켜 보며 새롭게 자신을 세울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하기를
카페 여우비는 이 숲 최고의 풍광을 덤으로 삼아 차를 마시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믿습니다. 아멘_()_
마치 한편의 숲영화를 보는 것같았습니다.
좋은 여화감사합니다. 한걸음에 달려가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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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례
2011.12.01 08:06:36 *.161.72.217
보내주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기가 어딜까 궁금했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도록 숲에 들어선 시설까지 소개를 해주시는지라 더욱 궁금합니다.

어디에 소재한 곳이며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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