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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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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6일 00시 42분 등록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장 그르니에, <섬>


이 구절을 읽을 때 가슴이 떨렸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하나는 두 인물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와 조지프 캠벨.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20대에 ‘비밀스러운 삶’의 시기를 살았고, 그 삶이 자신의 존재와 함께 나머지 삶 전체의 방향을 결정지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이 문장들이 신비로운 주문처럼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뭔가를 건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둘은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소로우는 28살에 혼자 월든 호숫가의 숲속으로 들어가 손수 통나무집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을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세상을 등지고 은둔하는 그를 불쌍히 여기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괴짜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소로우에게 이 기간은 스스로가 믿고 있는 진짜 인생을 살아보는 실험기였습니다. 그는 월든 숲속에서 자기 생각대로 농사를 짓고, 자연을 관찰하고, 명상하고 사색하며 글을 썼습니다. 그는 삶의 실험가이자 자연의 학생으로 월든에 갔지만 그곳을 떠날 때 삶에 대한 철학과 자연 동화적 생활방식을 담은 첫 책의 원고를 완성하고 자연주의 사상가가 되었습니다.


조지프 캠벨은 20대 중반부터 약 5년간 뉴욕 주 우드스톡의 작은 오두막에서 지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그는 자신의 뜻대로 논문을 쓸 수 없다는 이유로 박사 학위를 눈앞에서 팽개친 철들지 않은 청춘 백수였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5년간은 하루 10시간 넘게 읽고 싶은 책을 치열하게 읽고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탐구하고 소명을 따른 수련기였습니다. 훗날 캠벨은 이 5년 동안 “기본적인 독서와 공부는 거의 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드스톡으로 들어갈 때 고학력 실업자였지만 5년 후에는 생물학, 철학, 예술, 분석심리학, 역사, 신화를 아우르는 방대한 지식 체계를 형성한 통섭형 인재이자 새러 로렌스 대학의 교수가 되어 세상으로 귀환했습니다.


소로우의 ‘월든 시기’와 캠벨의 ‘우드스톡 시기’는 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비밀스러운 삶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삶의 본질은 매우 유사합니다. 둘 다 고독했고, 가난했으며, 소박하게 생활했습니다. 물론 스스로 선택한 생활 방식이었습니다. 장 그르니에는 “비밀스러운 삶은 우리들 자신의 참다운 모습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소로우와 캠벨은 비밀스러운 삶을 통해 넓어지고 깊어졌습니다. 어떻게? 자신을 이끄는 희열을 좇았고, 확고한 인생철학과 생활방식을 몸에 심었으며, 잠재력을 계발했습니다. 소로우와 캠벨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었고 내적 도약을 이뤄냈습니다.


장 그르니에의 제자이자 노벨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는 <섬>에 부치는 헌사에서 이 책이 자신 안에서 잠자고 있던 문학 본능을 깨웠다고 고백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은밀한 정원’이 열리고, 잠재해있던 ‘그 누군가’가 깨는 듯했습니다.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지만 소로우와 캠벨이 그랬듯이, 그리고 그들이 내게 왔듯이, 그것 역시 그렇게 알게 될 것이고, 그들처럼 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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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그르니에 저, 김화영 역, 섬, 민음사, 1997년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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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11.12.06 07:51:13 *.163.144.35
소로우와 캠벨 두분은 스스로 신화적 삶을 살아왔습니다.  두사람의 비유도 좋치만 우리도 그런 신화적인 요소가 없지않치않나요? 자신에게 신화적인 부분을 찾아보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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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1 21:45:36 *.75.12.25
네 좋은 글 참 잘 읽었습니다.
참으로 비밀스런 자신만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과언 나의 할일을 찾아하고 실천하는 일이
소중한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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