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 조회 수 4535
- 댓글 수 1
- 추천 수 0
여우숲에는 여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산양이나 담비가 얼마 전부터 그 희미한 움직임을 다시 보여주는 것을 보며 실낱 같은 희망을
품게 됩니다. 오직 문명의 힘, 경쟁과 발전이라는 미신, 나만의 성공과 행복만을 숭상해온 현대의 ‘인간’ 모습이 차츰 따스한 심장을 가진 ‘사람’의 모습을 회복해갈수록 망가진 사람 공동체와 사라져간 이웃 생명의 목록도 조금씩 되살아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우숲’은 그래서 그 되살아나기를 희망하는 생명의 대표 목록 중
하나를 미리 포착한 상징에 다름 아닙니다.
그래서 여우숲에는 작은 교실 하나를 만들어 숲학교를 두게
되었습니다. 숲학교는 ‘인간’의 모습만이 아닌 ‘사람’의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미래를 위한 가장 강력한 대안임을 경험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오직 자신과 앞만 보고 달려온 현대의 개인과 문명과 문화가 이제 이웃과 자연, 그리고 생태계와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와 철학을 프로그램으로
녹여내려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따라서 숲학교는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사람’의
모습을 회복하여 한 차원 높고 확장된 행복을 누리며 살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인간’의 모습 속에서는 찾기 어려운 ‘사람’의 모습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머리’에 주로 의존하지만 사람은 ‘머리’와
‘가슴’, 그리고 ‘몸’을 조화롭게 통합하며 살아갑니다. 요즘 유행하는 명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평화를 구하기 위해 특별히 좌선하여 명상을 하는 모습은 다분히 ‘인간’의 모습입니다. ‘사람’의
명상은 삶과 유리되지 않아야 합니다. 생명과 유리되지도 않아야 합니다.
노동 혹은 창작과 유리되지도 않아야 합니다. 땅을 밟고 생명을 대하는 농사 속에서, 장작을 패고 불을 지피는 삶 속에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담고 간장과
고추장을 만들면서, 혹은 냉이와 달래를 캐고 엄나무나 두릅의 순을 질러 나나물을 뜯느라 숲을 누비는
경험 속에서, 정성껏 쌀을 씻고 불을 지펴 밥을 짓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생명의 가르침을 만나고 이웃과
더불어 나누는 도움의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새집 하나를 만들어 나무에 걸고 자연물을 이용해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들어보면서 우리는 물질의 순환과 생명의 관계성을 알게 됩니다. ‘머리’에만 의존하여 구하는 행복의 허약함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관계 속에서 성찰하게 되며 나라는 실존의 강력한 힘도 깨닫게 됩니다.
숲학교의 프로그램은 ‘사람’의 평화, ‘사람’의 행복을
도우려 합니다. 그 매개는 생명이고 자연이며 농사요 노동입니다. 공부이고
성찰이며 창작입니다. 숲교실에서 이론 강의를 듣고 숲으로 나갑니다. 숲을
거닐며 나물을 배우고 뜯어 찬 거리를 구하고 만드는 경험을 나누지만 또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의 삶을 배웁니다. 나무 아래 편히 앉아 눈을 감고 자신을 들여다보지만 다른 생명의 소리를 듣고 에너지를 느끼며 받아들입니다. 몸과 도구를 써서 새집을 만들고 나무에 달며 새의 삶을 알게 되고 다른 생명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의 기쁨을 가슴으로 느끼게 됩니다. 다시 교실로 돌아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서 스스로를 창작하며
성찰하게 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297 |
생애 최고의 날 ![]() | 최우성 | 2012.01.02 | 4378 |
1296 |
용의 이야기 ![]() | 부지깽이 | 2011.12.30 | 5571 |
1295 | 여우숲의 건축가 | 김용규 | 2011.12.29 | 7997 |
1294 | 스크루지는 왜 개과천선 했을까? [1] | 문요한 | 2011.12.28 | 4705 |
1293 |
불가능한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불타오르는 삶 ![]() | 승완 | 2011.12.27 | 4619 |
1292 | 그 일은 결코 벌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매일 일어난다 | 부지깽이 | 2011.12.23 | 5943 |
1291 | 동지(冬至) 앓이 [4] | 김용규 | 2011.12.22 | 3818 |
1290 | 휘발유 사랑과 장작불 사랑 | 문요한 | 2011.12.21 | 4920 |
1289 |
작은 기쁨이 일상에 흐르는 삶 ![]() | 승완 | 2011.12.20 | 5959 |
1288 | 바다로 떠날 배를 수리하라 | 부지깽이 | 2011.12.16 | 6180 |
» | 여우숲 이야기 5 - 인간말고 사람을 향한 학교 [1] | 김용규 | 2011.12.15 | 4535 |
1286 | 반가운 질병 [1] | 문요한 | 2011.12.14 | 3756 |
1285 |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 승완 | 2011.12.13 | 5790 |
1284 |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될 때 [3] | 부지깽이 | 2011.12.10 | 4004 |
1283 | 여우숲 이야기 4 [1] | 김용규 | 2011.12.08 | 5883 |
1282 | 건강한 부채감 [2] | 문요한 | 2011.12.07 | 4274 |
1281 |
존재를 도약시키는 비밀스러운 삶 ![]() | 승완 | 2011.12.06 | 5456 |
1280 | 신들의 맹세 [1] | 부지깽이 | 2011.12.02 | 4571 |
1279 | 여우숲 이야기 3 [2] | 김용규 | 2011.12.01 | 3863 |
1278 |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때 [1] | 문요한 | 2011.11.30 | 4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