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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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것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 한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었다.
- 니코스 카찬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어느 날 저녁 그녀의 집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퇴근해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미소 짓습니다. 그녀를 향해 두 팔을 벌렸습니다. 그녀도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립니다.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 기뻤고, 안겨주는 사람이 있어 감사합니다. 가끔 가는 음식점에서 갈매기살과 물냉면을 먹으며, 소주 1병을 나눠 마셨습니다. 그녀 반잔, 나머지는 내 몫. 그녀와 이렇게 술 한잔하는 게 좋습니다. 같은 소주인데도 여느때와 술맛이 다릅니다. 소주는 술이 아니라 마음이고 대화 촉진제입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소재를 짚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일과 부모님, 겨울에 함께 하고 싶은 것들, 함께 먹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것들에 관해서. 그녀와 술 한 잔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 니코스 카찬차키스가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말한 실재하는 행복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행복에 취합니다.
“나는 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행복을 체험하면서 그것을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행복한 순간이 과거로 지나가고, 그것을 되돌아보면서 우리는 갑자기(이따금 놀라면서)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깨닫는 것이다. 그러나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행복을 경험하면서, 내가 행복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볼 때야 알게 되는 행복도 있지만, 바로 그 순간 실감하고 되새길수록 기쁨이 더해지는 행복도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첫 사랑을 처음 봤던 장면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합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햇빛 쨍쨍했던 그날처럼 내 마음 역시 밝아집니다. 2년 전 여름 혼자 떠난 여행길에 다산 초당에서 맞았던 바람은 여전히 마음속에 흐르고 있고, 얼마 전 나침반 제자들과 함께 떠난 여행길 지리산 노고단에서 본 노을이 준 경이감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합니다. 이런 순간을 떠올리면 늘 기쁩니다.
나는 좋은 삶에 대한 몇 가지 정의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작은 기쁨이 일상에 흐르는 삶’입니다.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게 나는 좋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게 또한 즐겁습니다.
행복은 대단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삶 역시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기쁨이 선사하는 선물인 것 같고, 일상 속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삶이 행복한 삶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쁨이란 무언가에 가슴이 미소 짓고 두근거리는 거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에서 작은 기쁨을 하나 둘 발견하고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면 그 하루는 특별합니다. 내일과 또 내일에서 그럴 수 있다면 앞날들 역시 오늘과 다르게 될 겁니다. 그런 순간이 쌓이고 그런 하루가 강물처럼 흐를 때, 일상은 풍요로워지고 존재는 새로워집니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이윤기 역,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2000년
*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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