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의 가상 인터뷰
1. 자서전을 펴낸 동기가 궁금합니다.
니체- 나는 <이 사람을 보라>를 탈고했을 때 전투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나의 가족은 대관절 무슨 굉장한 이유 때문인지 그 원고를 그토록 불쾌하게 여기고 또 출판마저 보류해버렸다. < 이사람을 보라>는 나의 자서전인데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분개하여 제 2의 자서전을 쓰게 되었다.
2. 그대는 이 책을 쓰면서 인생항로에 크게 영향을 끼친 여자들에게 어떤 마음이었는가?
니체- 내가 지금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나이 어머니, 여동생, 루살로메에 대한 나의 관계들을 내가 폭로할 경우에 사람들이 보일 여러 반응들이다
위대한 비도덕주의자가 코지마, 라마, 루 살로메 등 그녀들을 발가벗겨서 그녀들의 알몸에 낙인처럼 찍힌 근친성애의 상처와 불륜의 상처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그녀들에게 도덕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녀들이 참담하게 울부짖을 것을 생각하니 속이 좀 후련했다. 그녀들은 저마다 너무나 강력한 접착력을 지닌 가면을 뒤집어 쓴 나머지 더 이상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없는 자들이라 생각한다. 그녀들의 모든 겉치레와 모든 가면을 깡그리 벗겨져서 속물들의 유흥꺼리들로 전락해버렸으면 좋겠다.
3. 이 책을 쓸 때의 심정은?
니체-나의 죽음은 나를 삶을 극복한 승리자로 만들어주지는 않겠지만 나의 고백은 나에게 확실한 불멸성을 안겨줄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거룩한 지성소를 가리던 장막을 과감히 찢어버렸고 온갖 고약한 피부병에 걸려 악취를 풍기는 발가벗은 영혼을 백일하에 드러내버렸기 때문이다.
4. 그렇다면 자신의 불멸을 위해서 내밀한 침대이야기며 연애이아기를 까발린 것인가?
니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나정신병원에서 나를 돌아보니, 네 명의 여자들이 내 인생의 항로를 바꾸어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작정하고 써내려갔다.
5. 고모는 임종하기 직전 여동생 엘리자베트가 그대의 내연의 여자임을 밝혔다. 그대의 충격은 꽤 컸으리라 생각한다. 엘리자베트가 먼저 그대의 침대 속으로 살며시 들어 온 그날을 떠올리면서 “그토록 풍부한 온기를 사랑함과 동시에 원망했다.”고 했다. 사랑과 증오가 그대의 가슴속에서 불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니체- 엘리자베트가 비록 근친성애성향들을 지녔을지언정 나에게 그녀는 어머니같은 존재인 동시에 아버지같은 존재였다. 엘리자베트가 나를 엄격히 훈련시키지 않았다면 ‘신은 죽었다’는 것과 우리는 존재의 무의미한 카오스 같이 어찔어찔한 공허에 빠져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리자베트가 없었다면 ‘나의 천재성은 시들어버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의 영원한 사랑이자 스승인 루 살로메를 좇아버린 것에 대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6. 그대는 동생과의 근친연애의 그 원인을 ‘어머니’라고 했다. 그 이유는? 어머니의 정숙함이 왜 정상적인 사랑을 방해했는지 궁금하다.
니체- “나의 어머니가 조금만 더 적게 위선을 떨어서 우리 집 주변을 맴돌던 슬만한 노총각들 중 한 명과 결혼했다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여정도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새로운 남자라도 이 집에 들어와서 우리와 함께 살았더라면 엘리자베트가 지금만큼 사납고 심술궂은 작은 동물로 성장하지는 않았겠지.
어머니의 위선적인 미덕은 그녀가 일생 나를 결박해둔 쇠사슬이었고 나는 오직 성공 불가능한 시도를 감행해야만 비로소 그 쇠사슬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 우리는 정상적인 성애관계를 감히 바랄 수조차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감히 비정상의 극한들까지 넘보았다. 이것이 바로 내 존재의 패러독스인데 왜냐면 나는 삶을 열정적으로 사랑했으되 그 사랑을 결코 정상적인 성애체험으로 유도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내 어머니의 과도한 정숙이라는 독(毒)은 내 존재의 샘물을 오염시켰다.
만약 내가 두 번째 유년기에 나의 주거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기회를 부여받았더라면 나는 내가 실제로 주거하던 위선적 집안보다는 차라리 사창가의 유곽을 선택했으리라고 생각한다.
7. 그대는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여성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그것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궁금해요.
니체-나는 열다섯 살 때 백작부인을 만났다. 그녀는 나를 성적노리개로 생각했다. 그래서 백작부인을 향하여 “나도 인간이로소이다”라고 절규했다. 나의 인간적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해 승마용 장화와 함께 그녀의 침실에 항상 비치해두던 승마용 채찍으로 그녀를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위는 자기학대와 가학행위를 열망하는 그녀의 기괴한 변태성욕만 채워주었을 따름이었다. 그런 연유로 여자는 채찍으로 맞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했다. 그리고 여자의 자궁은 여자의 정신과 의지를 고갈시켜서 여자를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거미집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8. 그대는 철학자가 된 이유도 참으로 오만한 것에서 출발한 것 같아요?
니체- 내가 철학자가 되기로 한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바그너만큼 고매한 지위를 도저히 획득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내가 누군가의 밑에서 심지어 신(神)의 밑에서조차 2인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도저히 납득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면 현실에 대한 화해를 갈구하는 서민적 본능의 요구들에 내가 굴복했다면 나는 음악가가 아니면 신학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둘 중 어느 쪽이 되었건 나는 대단히 완고하고 평범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문헌학자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9. 학자들은 그대를 두고 ‘서양의 붓다’라고 한다. 신을 부정하고 우리 자신을 신이라고 하는데서 연유한다고 생각하는지요?
니체-재미있군. 나를 두고 서양의 붓다라고 한다니.!
신들은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고 우리의 내면은 그들의 형상을 비추니, 우리 모두가 신들이요 천상의 강자들이므로 부디 신들에게 기도하지 밀라‘고 말하고 싶다. 차라리 그대들 자신에게 기도하라. 그리하여 안타이오스(해신 포세이돈과 지신 가이아의 아들로 반거인(半巨人)이다.)처럼 대지의 흙을 움켜쥐고 전능한 대지의 권능을 받아서 강해져라.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인도하는 안내자들이다. 나는 그대들의 운명이요 그대들은 나의 운명이다. 이것이 신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10. 그대는 ‘신은 죽었다’는 말로 서구세계에 철학거리를 던져주었다. 특히 기독교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상당히 모욕적인 발언이 많다.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는가?
니체-나는 신을 나 자신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불경스럽고 병적인 이기주의자라고 비난받는다. 나는 거룩한 성자로 변하는 대신 십자가에 못박히는 고통을 당했고 나의 무신론자 차라투스트라는 비록 죽음을 남몰래 두려워하면서도 십자가에 못박힌 삶을 긍정하는 ‘니체 -예수’였을 따름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의 시대에는 야훼를 전지전능한 은행가와 혼동할 지경이다. 부르주아 인간은 신(神)을 부르주아 신사(紳士)로 둔갑시켰다. 신은 나의 귀족취향에 비하면 너무 저급한 피조물이라서 내가 볼 때 그가 신을 대체하는 과정은 시나이 산의 공기 희박한 꼭대기로 승진하는 과정이 아닌 증권거래소로 좌천되는 과정이다.
나는 도덕적인 단어를 혐오한다. 인간은 선(善)한 예의범절을 창조했다. 그러나 신이 선한 인간들을 창조하지 못했거늘 인간이 창조한 예의범절이 어찌 선하겠는가?
11. 바그너는 한때 그대 철학의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존경했다. 그런데 부인인 바그너 코지마와 어떻게 사랑에 빠질 수 있었는가?
니체-내가 코지마와 만난 것은 24살 때이다. 백작부인의 미모는 비너스의 고혹적 미모처럼 나를 유혹하는 막강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녀의 매력을 극복하기 위해 바그너의 음악 속으로 그리고 그의 아내 코지마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코지마는 자신의 중년내연남편한테서 빌린 사이렌의 음악으로 젊은 율리시스(니체)를 유혹하는 바다요정 칼립소 역할을 맡았다고나 할까.
나는 그녀를 ‘아리아드네’라고 불렀다. 나의 아내 코지마야말로 디오니소스와 예수가 영원한 여성의 가슴에서 상봉하는 세계의 사랑으로 나를 돌려보내줄 유일한 여성이다. 그리고 절대 진리라고 불리는 대단한 거짓말들의 세계에서 걸음마하는 법을 나에게 처음 가르친 사람은 바로 코지마였다. 나의 절친한 벗이 나를 배신했을 때 나의 양심은 죽을 만치 지독한 병에 걸렸지만 코지마는 나를 치유했다. 그녀는 나의 양심자체야말로 점잔빼는 위선적인 루터주의가 만연한 나움부르크에서 걸린 질병의 일종이었음을 깨우쳐주었고 나는 지독한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12. 예나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담당의사에게 “나의 아내 코지마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소”라고 말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녀와 결별하게 되었는가?
니체-나의 책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읽고 실망한 코지마는 나를 멀리했다. 바그너와의 결별이 코지마와의 결별이 될 줄 몰랐다. 내가 코지마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나에게 <파르지팔>서곡의 마지막 음표들만큼 슬픈 사랑의 표정을 얼핏 지어보였지만 나는 나의 인간적 자긍심의 제단에 그녀를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그녀는 열렬한 지식애호자인 나를 처음으로 무장해제 시켜버렸고 나는 그녀의 사랑노예가 되어 그녀에게 굽실거리며 온갖 심부름을 하고 그녀의 수발을 들기도 하면서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느라 나의 남성인격마저 스스로 비하하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가 보았던 그녀의 얼굴에 어린 요염한 격정은 ‘사랑하기 위해 파괴하고 파괴하기 위해 사랑하는 우리 시대의 니힐리즘을 반영했다.
12. 바그너를 한때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고 존경했다. 그런데 <니체 대 바그너>라는 글에서 바그너를 형편없는 음악가로 추락시켰다. 바그너의 음악이 갑자기 왜 싫어졌는가?
니체- 비제의 <카르멘>은 바그너주의의 싸구려 감상과 난리법석을 완전히 탈피하여 베를리오즈의 명쾌한 지중해식 음색들을 자랑했다. <카르멘>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처럼 만세를 부리며 환호성을 질러대게 만드는 기적 같은 작품이엇다. 더욱 싫었던 것은 바그너가 베를리오즈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12. 루 살로메에 대한 찬탄과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이 책 곳곳에 배여 있다.
니체-루 살로메는 여성해방을 선택했고 속물적 도덕들로 방직된 갑갑한 구속복을 벗어던져버렸다. 이것이 바로 나를 매료시킨 그녀의 매력이었다. 루 살로메는 나에게 일종이 마약이요 영국의 아편쟁이 드퀸시가 묘사한 금단증상과 황홀경의 모든 끔찍한 심연으로 나를 처박았던 마약이었다. 나는 나의 루살로메 중독증을 스스로 치료하는 동안 나를 인간정신의 왕국에서 다시금 흥청거릴 수 있도록 체질개선된 마약중독자 같은 존재로 느꼈다.
13. 루살로메에 대한 감정들이 때로는 분노심으로 때로는 지극한 사랑으로 바뀌는 것 같다. 니체-나는 가끔씩 ‘루살로메가 자신을 나에게 결코 완전히 증여하지 않았던 까닭은 무엇일까?’하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녀의 육체와 영혼이 그녀의 소유재산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예나정신병원을 탈주하여 루 살로메와 함께 통속에 들어가서 사는 것을 꿈꾸었다. 그리고 그 통의 입구에 문패를 걸고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여기에 살므로 ‘악(惡)은 들어오지 말지어다’라고 써넣고 싶었다.
그녀가 나에게 불어넣어준 영감덕분에 나는 <차라투스트라>를 발상할 수 있었으니 살로메가 나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한다.
6. 그대는 사후에 어떤 대접을 받기를 바랐는가?
니체- 제논은 죽어서 황금왕관과 케라메이코스의 기념조각상을 헌정받는 영예를 누렸지만, 나는 그런 사후축복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죽은 나의 시신을 운구하는 장례행렬이 천천히 지나가는 예나의 길거리들에서 창문이 하나도 열리지 않고 요강이 하나도 비워지지 않더라도 나는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나는 죽어서 50년이 지나면 신화가 될 것이고, 서양이 어둠에 먹혀도 나의 별은 하늘에서 빛날 것이며 나의 별빛을 받은 나의 권력철학은 권력이 아닌 섭리로서 재검토될 것임을 굳게 믿는다. 나는 삶의 신성을 시험한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7. 그대가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니체-내가 바라는 것들은 지극히 소박하고 지극히 희귀한 것들이다. 나의 뼈를 온화한 기후, 나이 허파를 위한 깨끗한 공기, 나이 위장을 위한 신선한 채소들, 나의 정신단련을 위한 간명하고 지식적인 대화이다. 나는 살아오면서 정녕코 지금까지 돈을 한 번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돈에 관해서 생각하는 유일한 경우는 나에게 돈이 필요해질 때뿐이다. 나는 철학자로서 시인으로서 소박하게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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