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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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얼굴의 반쪽은 눈 밑까지 부어 올랐고, 머리는 송곳으로 찌르듯이 아프고 열이 높아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어제는 진통제를 여덟 알이나 복용하고 겨우 버텼습니다.
여우숲 건물에 창을 달자마자 주변에 나무를 심는 일을 계획해 놓았는데, 일을 멈추고 쉴
수가 없었습니다. 더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를 심는 것 자체가 무리이고 심겨진 나무 역시 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병원을 갈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치통을 끌어안고 일을 하려다 보니 진통제를 남용하며
버틴 것이지요.
밤이 되어 구들방에 눕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위가 아려오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잠에서 깨지 않고 아침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며 잠이 들었건만 중간에
다시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또 진통제를 먹었습니다. 거의 두 시간 간격으로 깨어 몸을 약에 취하게
하고 깨어나기를 반복하면서 동지(冬至)의 아침을 맞았습니다.
나의 몸은 참 신기합니다.
거의 매년 동지 어간이 되면 어김 없이 몸살을 앓아 눕곤 합니다. 벌써 두 주전부터 몸이
빌빌했습니다. 체해서 복통으로 불면하기도 하고, 몸살의 징조를
털어내기 위해 몸을 조신하게 다독이는 시간을 보름 가까이 해왔습니다. 아 올해도 동지를 그냥 넘기지
못하는구나…
언제부터인가 자각하기 시작한 이 동지 앓이를 나는 자연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가장 짧은 날로 음(陰)의 기운이 가장 깊은 정점에 이르는 날인 冬至. 동지 앓이를 자각하고부터
나는 동지라는 시간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살피는 모멘텀으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통해 살살 신호를
보내주는 자연의 그 강력한 기운에 순응하면서 외출을 삼가고 몸을 숙이고 마음을 낮추어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간적으로도 한 해의 막바지여서 스스로를 성찰하기에 참 좋은
때가 바로 이 동지입니다. 옛 사람들이 동지를 작은 설날로 삼고 묵은 빚을 갚는 기점으로 삼는가 하면, 액운을 막기 위해 팥죽을 끓여 먹던 모습 역시 성찰의 한 모습, 새로움에
대한 준비의 한 모습일 것입니다. 내일부터는 낮의 길이가 조금씩 길어지겠지요. 올해는 치통까지 겹치며 죽다가 살아난 동지 앓이를 겪었지만, 새로이
시작될 양(陽)의 꿈틀거림을 맞이하기 위해 가벼워지는 시간으로
삼을 수 있어 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팥죽 한 그릇 챙겨 드시며 가벼워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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