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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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미울 때는 떠나야 할 때
미래를 위해 지금을 사는 자들의 생을 대하는 태도는 가엾다. 충분히 높은 사회적 지위와 어떤 재화도 깊은 고민 없이 교환할 수 있는 주름 없는 일상, ‘직업적으로 반들반들하게 닦인 목소리’,를 가졌음에도 스스로를 박차질 하고 웃음을 잃어버린 회색의 삶에 끝없이 침잠한다. 아이러니 하게 그런 일상이 계속될수록 그 스마트한 목소리 너머로는 무력한 청춘이 기죽어 있는 모습을 목도한다. 안정된 생활 속에 제 모든 걸 가두어 두고, 그저 바쁜 업무에는 발벗고 나서며 지금의 그 바쁨만을 즐긴다. 하루하루 바쁨의 기쁨 속에 저녁이 되어 녹초가 되면 순식간에 몰려오는 피곤에 일상은 기쁨에서 지겨움과 괴로움으로 변질된다. 이때는 빨리 늙어지기를 기다리며 생의 고단함을 하루 빨리 마감하고 싶어 진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왜 50대의 혹은 60대 나이의 현재, 자신의 모습을 놓아두고 세상을 살아갈까. ‘안정’은 생을 걸어 쟁취할 가치이자 목표인가. 조금 험하고 불안정하게 살아가면 그것은 실패의 삶인가. 삶의 모든 곡절에서 오로지 삶의 ‘안정’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고 난 뒤의 미끈한 삶의 결과가 뒤따른다면 그 삶은 찬양 받을 생인가. 안정의 대가는 현실의 압박을 끊임없이 견딘 결과일 텐데 장자의 절친 양주가 말하는 ‘압박 받는 삶’, (양주는 말한다. ‘온전한 삶이 첫째이고 부족한 삶이 둘째이며 죽음이 그 다음이고 압박 받는 삶이 제일 못하다’) 결국 죽음만도 못한 삶을 살게 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때 누군가가 자신의 아파트 평수와 층수, 자식을 건사한 노고를 훈장처럼 알아 주기를 기대하는가. 아니면 그것이 이 땅에 태어난 자신의 의무이자 책임이라 생각하는가. 이 가난한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손쉬운 질문에 사실 매일 같이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몇 번 뒤척이다가 더러는 거뜬하게 더러는 나른하게’ 일어나 칫솔을 입에 물고 머리를 순식간에 감고는 통근버스에 오른다. 무거운 다리를 사무실로 옮기고 허둥지둥 아침식사를 하고 나면 다시 사무실에서 부지런히 일한다. 서류를 검토하고 전화를 걸고 받으며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무수한 업무를 처리한다. 회사 근처의 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점심, 다시 분주한 근무, 그리고 ‘자동차와 버스의 물결이 도도한 삶의 바다를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종일반에서 종일 놀았던 이야기를 재잘대고 건성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눈은 텔레비전에 비끄러맨다. 시간은 이리 흘러가는 것이다. 그 끝없는 흐름의 끝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이렇게 사는 것이라며 스스로 답하고 있다.
남체를 넘어 텡보체로 간다. 메마른 공기로 인해 입안은 항상 갈라지는 소리를 내는데 청포도 사탕을 입에 물고 이쪽 뺨에서 저쪽 뺨으로 굴려 보냈다. 사탕이 굴러간 궤적을 따라 없던 침이 생겨나고 인적 없는 오솔길이 침이 생기듯 열린다. 햇살이 내 척추에 내린다. 고소증세를 이겨내고 맑아진 머리는 내가 살아온 중에 가장 쾌청했다. 죽을 것 같은 두통은 사라졌고 머리를 두 쪽을 내고 뇌를 꺼낸 뒤, 바람에 씻어 날려 풍욕된 뇌는 제 혼자 구만리 장천을 걷는다. 사무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 외에는 어떤 미래도 어떤 장소도 나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소심했던 내가 히말라야를 걷고 있다. 그 눈부신 아침을 맞이 했고 햇살아래 기뻐 그지 없이 걷고 있다. 경이로운 일이다.
사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없다. 어떤 일이든 일이란 항상 밀려 있는 법이다. 밀린 일들을 밀어내고 산으로 갔더니 산은 왜 이제 왔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밉다는 걸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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