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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12일 14시 08분 등록
처음인 것 같네요..누군가의 글을 읽고 이렇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글을 쓴 것이...
구본형님 사이트에 들어와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도움도 구해보고 이런저런 생각도 해보고...벌써 횟수로 3년째인거 같아요.

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제 마음인 것처럼.. 왜냐하면 님이 느낀 마음, 그동안의 생각들, 그리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의 모습.. 제가 지나왔던 시간들과 마니 비슷해 보였거든요.

제 이야기를 잠깐만 할까요. 전 나이는 24. 학교는 저번 1학기를 끝으로 작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가 가기전 겨울, 군대를 갑니다. 다 늙어서(^^ 친구들 말로..)왠 군대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이유가 있답니다..
3년전 군에 입대해야할 시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기 싫어서, 앞일 무시하고 연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저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되었죠.. 학교 다니는 내내 친구들, 선배들, 심지어 후배들 한테도 군대 문제로 상담(?)받고 지냈습니다. 언제가냐? 모 할라구 그러냐? 대부분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말이 아니라. 별 관심도 없으면서 툭툭 건드리는 식이었습니다. 그런 생활 2년정도 하다보니, 나중엔 정말 내 마음이 다 무거워 지더라구요..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죠.. 아픔을 잊고자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여러 공부도 해보고 또 자기계발 서적, 경영관련 서적 공들여 정말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변할 수 있다 노력해 보자 라는 희망으로 나름대로 제 생활을 찾아갔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전 지쳐만 갔습니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변변한 토익점수 하나 건져내지 못했습니다. 사랑도 없었고 우정도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미래는 두렵기만 하고, 그저 모든것이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나의 꿈,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도 모르면서 이런 자기경영 책이 무슨 도움이 되나..뭔가 순서가 거꾸로 된것은 아닌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군대도 안갔다와서 뭘 하겠다고 하는 건가.. 친구들은 공무원이다, 취직이다 영어공부다 해서 이제 준비들 하는데.. 나는 뭔가. 난 이제 20대 후반에야 그런 준비를 시작할 수있고 그나마 돌아올 학교도 없는데..그야말로 백수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정말 이런 부담감이 쌓여 마지막 학기는 얼굴에 웃음을 떠나 보내고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제 표정이 너무 어두워 졌다고 하더군요.. 건강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자신감도 상실했구요.. 저도 책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였지만. 이런 마음으로는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동안 그냥 술이나 여자에 빠져 아무 생각없이 지내볼까. 그냥 나를 버려볼까..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그렇게 버릴 순 없었습니다. 아마도 나 스스로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무거운 마음이 짓눌러도 그래도 날 완전히 버릴순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밤새 생각했습니다. 그냥 난 모든걸 잃어버렸다구 생각하자고.. 모든 걸 잃었기에 더이상 잃을것도 없고 , 그래서 내가 뭔가를 지금부터 시작하면 바로 플러스로 돌아 올 거라고...원점에서 마음을 비우자고...

한달이 지난 지금, 무거운 마음에서 어느정도 벗어났습니다.
운동을 시작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의식적으로 합니다.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데, 그동안 제가 읽지 못했던 그래서 내 마음의 일 부분을 차지하지 못했던 그런 분야로 넓혀서 읽고 있습니다. 이젠 책의 소리가 전보다 잘 들립니다. 0에서 시작하자는 마음을 가지니까 잘 받아들일 수 있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여러 정보도 알아보고 깊게 생각도 해봅니다. 또 이번 말엔 여행을 갈 예정입니다. 그냥 꼭 뭔가를 위해서라 아니라 자연을 보고 싶고 느끼고 싶어서요..군대요?? 괜찮습니다. 잃을것도 없는데. 꾹참고 힘들겠지만 고생하기로 했습니다. 갔다오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백수라 해도 아직 20대이고, 밑바닥 부터 시작해도 괜찮다고 내 체면과 타협해 봤습니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니깐 감사한 마음으로 이제 부터 채워나가자는 생각이 저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것이지요..

그리고 짧지만 지난 시간들.. 그리 나쁜 시간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처럼 영어,컴퓨터같은 결과물은 없지만... 대학생활동안 학점도 잘 받았고, 가끔 장학금도 받아 부모님 기쁘게 해드렸고, 여러 책 읽어보면서 뿌듯한 마음도 느꼈고, 친구들과 술한잔 하면서 웃고 떠들던 시간도 있었고, 돈 번다고 알바에만 빠진적도 있었고, 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던 시절도 있었고...
좋은 추억들이 많이 있음에도 또 내가 그리 인생을 헛되게만 보낸게 아님에도 자꾸 남과 비교하거나 취직준비 하나만을 기준으로 나를 몰아세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이 넘 길었네요... 저도 이제 노력할겁니다. 세상 기준에도 나를 맞추기 위해서요... 늦은감이 있지만. 내게 지금 허용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노력은 할 생각입니다. 지금의 이 시절이 내게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 될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죠..

님,,, 힘내시고요..
다음엔 제가 힘들때 글을 올리테니 그때 꼭 리플 달아주세요....
우리 다같이 힘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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