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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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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0일 16시 09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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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욕심만 부리다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두바이를 경유한 탓에 서울을 떠난 지 거의 20시간이 걸려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호텔에 짐을 풀자 어느덧 오후 3시가 지났기에 늦은 점심을 먹고 프라도 미술관을 향했다. 제대로 본다면 꼬박 하루도 부족할 수많은 미술 작품들을 눈으로 겨우 훑어보기만 한 뒤, 숙소로 돌아와 쓰러져 잠들었다.


문제는 다음 날 아침이었다. 시차 탓인지 일찍 잠을 깼고, 눈을 뜬 김에 - 내 체력을 잘 아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예상보다 마드리드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고, 목이 말라 사 마신 탄산수가 화근이 되었는지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스페인 독감*은 그렇게 찾아왔다. 


이후 며칠 동안의 일정은 말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었다. 고열과 오한으로 멋진 그림이고 톨레도 고성의 아름다운 풍경이고 간에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 앞의 스페인 요리들은 입 속에서 톱밥과 같았고, 거친 빵과 두툼한 고기, 짜디짠 빠에야 대신 흰 쌀밥과 따뜻한 국이 그리웠다.


몸이 아프면 시선은 자연스럽게 내면으로 향한다. 어쩌면 보고자 하는 욕심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제서야 보는 것 또한 욕심이란 걸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무리한 욕심은 감기를 낳고, 감기는 자기 반성을 낳는다. 


어쩌면 모처럼 여행을 떠났는데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마음 먹고 떠난 여행지에서 재수없게 비가 내린다고 투덜대지 말자. 어차피 비는 그치고 날은 갤 테니, 혹 줄곧 비가 내렸다면 그 장소의 질감과 시간의 감촉은 그렇게 물 머금은 당신만의 독특한 풍경으로 아로새겨질테니 말이다. 


때로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스페인의 감기가 내게 남긴 처방전 속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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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과는 상관없이 1918년 미국에서 발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왜 그렇게 명명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물론 내가 걸린 감기와도 전혀 관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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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1, 2013 *.37.122.77

인센토님의 감각적인 눈은 살아있네요.

나 같으면 기울어진 사진을 잘 찍으려 하지 않을텐데.

느낌있습니다.

 

앞의 두 사진은 꽤 높은 곳에서 찍었을법 한데.

밤과 낮에 두번 오르셨나봐요.

 

지금즘은 감기에서 회복되셨기를~~

즐거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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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2, 2013 *.119.171.144

높은 곳에 두 번 오를 컨디션은 아니었고, 

숙소가 풍광이 좋은 곳에 있었죠.


좋은 풍광을 앞에 두고 

술 한잔 못했네요^^;;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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