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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4일 16시 45분 등록

이런, 자고 일어나니 삭신이 아프다. 마늘님의 잔소리.

“운동 신경도 없는 사람이 일찍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맞다. 나는 운동 신경이 없다. 초등학교 운동회시 달리기 경주. 나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꼴찌에서 맴돌았고 응원을 오셨던 어머니의 실망하신 표정. 쪽팔렸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는 운동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기에 금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을 때도 적잖은 두려움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모든 운동은 눈이 생명이다. 예전 배웠던 검도라는 종목에서도 그러했지만 치고 빠지고의 타이밍과 타격대의 선점이 빨라야 되는데 나는 그렇질 못하다. 치명적인 눈의 질병(?)이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남들보다 눈썰미가 덜한 나로서는 학습속도와 반응속도가 아무래도 굼뜬다.

“자, 제가 하는 것 보셨죠. 그대로 순서대로 연습 하시면 됩니다.”

강사가 시범을 보인다. 루트를 정해 홀드(Hold)를 손으로 잡는 순서를 가리키며 한사람씩 나와서 해보란다. 내 또래의 남자가 먼저 일어서 총대를 메는데 능숙하게 해낸다. 감탄과 박수소리. 샘난다. 그다음 나의 순서. 앞사람만큼 루트가 눈에 선뜻 들어오지 않기에 배에 그려져야 할 王의 글씨가 자연히 손목과 팔뚝에 아로 새겨진다. 어영차. 그러다보니 몇 번 코스를 돌고나니 어깨가 욱신욱신 통증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렇질 않더니 웬일이지. 무리하면 더힘들 것 같아 잠시 휴식을 취하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없는 여유를 부려본다. 초등학생 나이쯤 되어 보이는 소년. 가볍게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올라간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덩치도 자그마한 힘도 없어 보이는 아이가 어찌 저리 잘 올라간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진짜 이 운동은 악력도 중요하지만 힘만으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어른이 훨씬 잘하여야 될 텐데 그렇질 못하니. 아이의 모습에 자극받아 나도 다시 출정 준비를 차린다.

도전. 호기 있게 두 손으로 목표물을 움켜쥐고 스탠스(Stance)를 찾아 발을 디디며 벽을 탄다. 머릿속엔 스파이더맨 영화 속의 주인공 장면이 지나간다. 거미가 줄을 뿜듯이 폼 나게~ 박수를 받았던 그 남자의 콧대를 눌러 줘야지라는 마음도 가득하다. 그러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매트위로 추락. 남들 하는 것 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짜 몸 따로 마음 따로 이다.

강사 왈.

“다리는 전혀 사용치 않고 손힘만으로 하니까 힘든 거예요. 저하는 것 보세요.”

잘도 기어 다닌다. 힘도 없어 보이는 여인네가 어찌 저리 벽을 잘 타고 다니는지.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나도 저런 내공이 나오는 걸까. 자극을 받고 다시 도전. 하지만 조금가다 다시 힘이 빠지고 지친다. 아이고, 오늘은 왜이리 힘든 겨.

 

힘은 무언가 억지로 하려고 애쓰는 인자이다. 그러했다. 가만히 나의 생을 돌이켜보노라니 나는 일부러 억지로 하려고 한 적이 많았다. 직장 후배 한분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었지. “편하게 사세요. 왜 그렇게 삶을 어렵게 사시는지.” 그럴 때 속으로는 이런 반론을 폈었다. ‘당신처럼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봐. 어떻게 되는지.’ 물론 그 억지로 하는 것으로 적잖은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업자를 들들 볶아 매출목표 100% 달성을 이루었고

억지로 매달리는 직장생활 덕분에 그래도 잘리지 않고 지금까지 살고 있으며

깡으로 하는 나의 거시기함 덕분에 새벽기상 그룹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나의 똘똘 뭉친 이 근성으로 책이라는 작품을 세상에 만들어 내기도 하였으니.

그럴 때 나는 우쭐함이 있었다. 봐라. 이것이 남들과 내가 다른 점이야. 억지로 이정도 라도 했기에 당신들보다 내가 조금 앞서 나가는 것이야. 억지로 한다는 것.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렇기에 역사가 이루어지고 그렇기에 성과물이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이후의 상황이다. 그것을 이루었을 때 그것의 정점에 섰을 때 오는 후유증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먼저 신체적인 증상이다. 의식적인 긴장을 하며 살다보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고 그러다보니 근육이 자주 뭉쳐진다. 사람이 힘을 주다보면 가장 그쪽 부위가 민감한 법. 다음은 정신적인 증상이다. 이루고 났을 때의 왠지 모를 허탈감. 무언가 해내었을 때의 성취감의 쾌감 물론 좋다. 그런데 그 이후에 이어지는 이 느낌은 뭐람.

한때 골프 여제라고 불리었던 박세리 선수. 맨발의 투혼을 보여 주면서까지 챔피언에 대한 열망과 확고한 목표의식으로 모든 난관을 무너뜨리고 정상의 자리에 섰던 그녀. LPGA에서의 승전보는 그녀 본인뿐만 아니라 IMF시절 의기소침해있던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하면 된다는 신념을 불러 일으켜 주었다. 그런데 정상에선 이후 그녀의 경기 기록은 어떠했던가. 끝없이 이어지는 추락의 나락.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라고 하지만 조금은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다. 경기를 왜 저렇게 하는 걸까. 그녀는 골프라는 목표 타이틀을 숙명적인 인생의 목표로 생각하였고 그녀의 전존재를 투입하였다. 정상에 서야 돼. 성공해야 돼. 부모님이 나에게 걸고 있는 기대감에 실망을 시켜드리면 안 돼. 이런 것들이 승리의 성장 동력 원인으로 작용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녀를 패배의 나락으로 빠뜨리게 하는 원인의 제공자로도 작용을 하였다.

 

가벼움, 자연스러움. 클라이밍은 리듬을 타는 스포츠이다. 발레를 하는 광경을 한번쯤은 본적이 있을 것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의 모습을 보노라면 천사가 따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이 격투기란 종목에서도 일가견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 이유는 발레의 동작 하나 하나가 어찌 보면 실제 싸움의 장면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강하고 약하게 턴하고 빠지고. 고유 무예인 태껸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쉽게 연상이 된다. 춤을 추듯 살랑 살랑 몸을 가볍게 움직이지만 타깃을 격파하는 그 파괴력의 무게감은 대단하다. 리듬. 이것은 살아가는 데에 무척이나 중요하다.

조직생활을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상황파악이 능하다는 점이다. 회의석상에서도 내가 언제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서 이 말을 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캐치한다. 그럴 때 터뜨리는 한방은 야구에서 9회말 역전 홈런으로 승리를 이끄는 것처럼 자신의 주가를 만방에 떨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모르는 나 같은 이들은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으련만, 잘못된 타이밍의 의사발언으로 오히려 쌓아놓은 포인트가 소멸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직언도 좋은 말도 피드백도 그 상황에 맞는 적절함이 필요하다.

 

흐름을 잘 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요구되어 지는 점은 내가 그 안에 잠기고 빠져야 되는 법. 나 따로 암벽 따로가 아닌 하나가 되는 것이다. 최근 김연아 선수가 은퇴의 공백기에도 아랑곳없이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하였을 때 하였던 TV 해설자의 멘트가 있다.

“김연아 선수는 음악을 느끼는 게 아니고 음악과 감정이 하나가 됩니다.”

이는 가수가 노래 부를 때, 직장인이 조직생활을 할 때, 작가가 글을 쓸 때와 같은 이치다. 따로국밥이 아닌.

억지로 힘으로 하지 말지어다.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하니 강사의 훈시가 이어진다.

“그렇게 꼭 앞으로 당기고 있으니 아프죠. 팔을 조금 놓아 보세요.”

그렇다. 능숙한 이들을 보니 팔을 늘어뜨리고 있다. 반면 나의 행위는 죽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절벽에서 나무 하나를 애써 잡고 있는 처절한 모습이다. 조카랑 놀이동산을 간적이 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로 몇 번이나 하강을 반복하는 기구를 탔었는데, 그때 나의 행위는 눈을 꼭감고 가슴에 있는 안전 바를 어떡하든지 부둥켜안는 꼴이었다. 반면 조카는 무어가 그리 좋고 신나는지 두 손을 들어 만세까지 부르며 야단이다.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저 아이는 어떻게 저런 포즈까지 취하는 것일까.’

축구경기에서 무승부 이후 페널티킥으로 승부를 겨룰 때 이론상으론 커다란 골대에 골을 넣어야 됨이 마땅한데 거기서 꼭 누군가의 실축이 나온다.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로는 킥커의 발에 잔뜩 힘이 들어가다 보니 원하던 방향으로 공이 가질 않는 것이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 때도 마찬가지다. 긴장 되다보니 엉덩이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그럴 때 간호사 언니가 던지는 회심의 어퍼컷.

“힘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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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33:20 *.175.250.219

상체는 힘을 빼고 하체에 중심을 잡고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면 힘이 덜 듭니다.

팔에 힘주면 펌핑이 생겨서 다음에는 더 빨리 떨어집니다...ㅋㅋ

시작이 반이라고 좋아지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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