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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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습니다. 뮤즈가 사는 곳에 찾아가는 꿈이었습니다. 어느 깊은 산 속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누군가 그 곳에 들러서 뮤즈를 만나야지 너의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에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너무 갑작스럽게 방문해서일까요? 뮤즈는 옷 입을 겨를도 없이 속옷차림으로 저를 맞이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뮤즈를 보고 있는 그 황홀한 순간에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뮤즈의 하얀 속살을 가린 옷이 뒤집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뮤즈는 종이 한 장을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분명 글자가 적혀져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무슨 글이었을까? 꿈에서 깨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생각해 보았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저는 꿈에 이끌려서 어느 절에 들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일년 동안 써낸 글을 출력해서 함께 가지고 갔습니다. ‘칼럼’ 125장, ‘내가 저자라면’ 45장, 변경연 지원서인 ‘나의 이야기’ 25장 총 195장. 그 안에는 미완성 소설 2편과 동화 1편, 여행에세이 2편등 서른 아홉의 행복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동안 써온 글을 정리하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웃음짓기도 했습니다.
절 입구를 지나 얼마 가지 않아, 폭포가 보였습니다. 혹시 그 곳에서 뮤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높은 곳을 향해 고개를 뒤로 젖혔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인지 물방울이 얼굴에 부딪쳤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물소리만 들릴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맨발로 걸어도 좋을 만큼 길은 부드러웠고, 길 옆으로 늘어선 개나리의 노란 꽃 봉우리는 긴 겨울의 끝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봄이 왔다고 혼자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었습니다. 혹시 누가 보지 않을까? 뒤로 쳐다 보자, 바로 뒤에서 아저씨 한 분이 걸어왔습니다. 어찌나 쑥스럽던지요. 그래도 예전보다는 뻔뻔스러워졌습니다. 그 사람 눈을 쳐다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거든요.
또 다른 폭포가 나왔습니다. 이번 폭포는 작지만 두 개의 물줄기였습니다. 이왕 젖는 몸이라 손을 쭉 뻗어서 물방울의 감촉을 느꼈습니다. 순간 나도 계곡으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된 것 같았습니다. 물방울은 잔잔한 물결이 되어 춤을 추기도 하고, 높은 곳에 떨어질 때는 하얀 속살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호수같이 넓은 곳에 이르면 침묵하면서 흐르고, 큰 바위를 만나면 얼싸 안고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문득 꿈 속의 뮤즈는 작은 물방울이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물방울은 자신의 속살을 보여주며 모든 사물을 비쳐주었습니다. 손바닥에 고인 물은 몸을 타고 흘러서 손에 들고 있던 종이뭉치에 스며들어 갔습니다. 뒤늦게 손수건을 꺼내서 닦아 보았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이미 절반 정도가 물에 젖어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단어 하나 하나가 물방울처럼 느껴졌습니다. 나의 단어들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어나 봅니다. 작은 물방울이 계곡으로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듯이 세상 속으로 흘러가고 싶어나 봅니다.
꿈 속에서 뮤즈가 건네 준 글은 작년 한 해 동안 제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사부님의 말씀으로 여겨집니다. 그 때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간다.
그것은 어쩌면 비극일지도 모른다.
여행이 내면을 향하면 눈은 소용없다.
꿈 속에서 뮤즈는 말합니다. 어쩌면 보이는 것으로 세상을 판단하지 말고,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비록 뒤집어진 옷을 입었다고 세상 사람들이 우습게 여길지라도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물줄기가 되어 세상으로 흘러가듯이 너의 글도 꾸준히 세상으로 흘려 보내라고 말합니다. 바다가 있는 이유는 섬을 있게 하기 위함이듯이 한번에 하나씩 나의 글을 써서 세상에 흘러가도록 하는 것은 단 하나뿐인 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나의 글이 있어, 누군가의 하루가 행복하다면 그것만으로 나의 삶은 눈부신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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