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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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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23시 22분 등록

 

딸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을 겁니다. 녀석은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교장 선생님께 일러바치려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담임선생님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와 함께. 딸에게 확인한 앞뒤사정은 이랬습니다. 새 학년이 되어 만난 선생님과 두어 달 생활했는데 선생님 때문에 자신을 포함한 반 아이들이 너무 큰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했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자기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고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단 아이에게 시간을 좀 갖자고 달랜 뒤 아내와 상의하였습니다. 같은 반 다른 학부모들은 선생님에 대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딸의 주장이 사실임이 드러났습니다. 나는 고민했습니다. 아이의 자발적 내부고발이 가져올 파장을 아는 나이의 아비이자, 그저 아이를 만류할 경우 아이가 겪을 심적 부담과 좌절감을 또한 짐작하는 아비여서 나는 선뜻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그 답을 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나는 내 삶의 스승이신 구본형 선생님께 전화를 올렸습니다. 스승님은 교직에 계신 친구 한 분을 대동하고 나오셔서 나의 이 사소해 보이는 고민에 친절하게 상담해 주셨습니다. 그 결과 스승님과 친구 선생님 덕분에 최대한 지혜를 모아 녀석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한 기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뒤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당시와 입장이 바뀐 경험을 했습니다. 내 또래의 한 남자로부터 아비로서 그가 가진 고민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늦게 결혼했고, 늦게 아이를 낳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이는 아직 유치원도 가지 않은 어린 애라고 했습니다. 누구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이 참 어렵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로부터 훌륭한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고백까지 했습니다. 그의 고민은 포괄적이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만나는 문제 하나하나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습니다.

 

나 역시 포괄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답은 이랬습니다. ‘우선 부모는 교육이 무엇이고 우리는 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인지, 그 궁극적 목적에 대해 스스로 묻고 그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더 쉽게 말해 우리는 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지 그 대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그 근본적 질문과 해답 없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냅니다. 이런 부모들은 남들이 하는 것을 자꾸 기웃거리고 목적의식 없이 따라하게 됩니다. 이 경우는 흔히 다른 부모들이 하는 일을 따라하지 않는 것이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둘째 아이가 가진 힘을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보다 선험한 삶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럴 경우 저런 결과가 온다는 것을 미리 짐작할 수 있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래야 한다 혹은 저래야 한다... 이러면 안되고 저래야 한다... 하는 식의 결론만을 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럴 경우 아이들은 과정 없이 결론만을 마주하게 됩니다. 과정이 생략된 채, 성장하게 하는 교육은 언제고 분명한 한계를 만나게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불완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떤 교육방식도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요 아이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양육과 교육의 지혜를 하나하나 얻어가는 존재가 바로 부모라는 것입니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들보다 모든 것에서 명확한 판단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첫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부모가 되는 첫 경험을 모두 겪으면서 비로소 부모가 되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것을 인정하면 모든 면에서 훨씬 편안해 질 것입니다.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이렇게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문제는 자녀 교육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언가를 정말 잘하고 싶은데 정작 겪어보지 못한 것을 해야 할 때 우리는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불완전한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비로소 조금 더 완전해지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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