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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7일 22시 52분 등록

두려움이 있더라도 그 행위의 계속함을 유지하여 지속하는 것이 행복할 수가 있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살이 찢어지는 아픔이 있더라도 그곳에 정주하지 않고 발을 내딛는 경우가 행복할 수가 있다.

보이지 않는 무언의 공간을 전진함에 소름 돋는 공포가 느껴짐에도 때론 한발을 내딛는 용기가 있다는 것이 행복할 수가 있다.

내가 왜 이곳에 올라왔을까 뒤늦은 후회감이 들더라도

나는 왜 오르고 있는가 자문감이 들더라도

올라간 곳에서 밑의 세계를 바라봄에 몸서리 쳐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올라야할 이유가 있다는 것이 행복할 수가 있다.

때론 피하고 싶은 그 시간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할 상황이 찾아 올수도 있기에.

 

새로운 낯선 환경을 대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내가 그러하였다.

“다음 주는 야외 등반을 나갈 것이니 예정된 장소에 집결해 주세요.”

이런, 올 것이 왔다. 겁이 많은 나로서는 어쩌면 피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실내에서 하는 훈련은 높이도 낮을뿐더러 떨어지더라도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있어 웬만하면 다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야외등반은 안전도 물론이려니와 자일 하나에 몸을 맡기고 올라가는 터라 일부이긴 하지만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 거기에다 여러 장비를 사용해서 오를 때의 그 느낌은 맨몸으로 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마음 때문인지 봄이 찾아 왔는데도 오늘 날씨는 왜이리 추운 걸까. 전쟁에 나서는 병사마냥 기구 등을 꾸려 출발지인 거대한 인공 암벽 앞에 섰다. 실내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야외의 환경이 먼저 사람을 압도한다. 기싸움에서 지지 않아야 할 텐데. 올려다본다. 저길 올라야 한단 말이지. 한숨이 나온다. 묘한 기분. 어떻게 올라가지. 올라갈 수 있을까. 벌써 자신감이 무너진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본인에게 편한 영역이 있다. 집, 자동차, 서재 등 내가 속한 공간이 그 범주이다.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절대적인 안락함을 느낀다. 내가 주인공인 곳이며 자신이 어떤 행동이라도 할 수 있는 익숙한 안전지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 안전지대에서 자의든 타의든 위험을 무릅쓰고 넓히고 나가야할 경우가 일어난다. 그럴 때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불편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모든 업이 마찬가지이지만 신규 고객을 직접적으로 창출해야 하는 세일즈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 안전지대의 탈피와 영역 확장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자동차, 보험 등 품목을 떠나서 이 계통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처음에는 안전지대의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의 가족, 친척, 친구가 그들이다.

“금월에 계약을 한건도 하지 못했어. 그래도 네가 친하니 들어줘야 되지 않겠니.”

인정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이런 부탁을 받을 때면 누구나 망설여진다. 들어주자니 부담이 되고 안 들어주자니 그동안 쌓아온 친분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도 있다. 실제 수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 예상치 않은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면서 네가 친구냐.”

그러다 가두리를 쳐놓은 고기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두 가지 선택 앞에 고민을 한다. 

‘어쩌지, 이제 찾아갈 인맥도 없는데. 그럼 그렇지. 내가 무슨 이런 일을 한다고.’

'OK.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진검승부.'

전자의 결정을 내린 이들은 작전상 후퇴를 하고 후자인 경우에는 안전지대를 넘어선 미지의 도전지대로 돌입을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이 도전지대의 영역은 누구에게나 성공으로의 월계관 영광을 씌어주지는 않는다.

자비를 들여 제작한 수백 장 전단지를 어렵사리 아파트 경비원을 뚫고 들어가, 밤늦도록 가가호호 붙이고 뿌린 후 기대감을 가져보지만 전화가 오는 건 손가락을 꼽을 정도다.

‘허탈하다. 비싼 밥 먹고 도대체 내가 무슨 헛짓을 한 것일까.’

자조감이 드는 가운데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어깨띠를 두르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로 나서, 처음 보는 그들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홍보를 해보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다. 가슴이 시려온다.

 

안전지대에서 도전지대 그 탈출의 어려움은 다음 예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퇴근 후 집근처 사거리.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트럭을 개조해 여러 간식 먹을거리들을 파는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룰이 있는 듯 요일마다 사장이 바뀌고 파는 품목도 달라진다. 그중 어묵을 파는 중년의 남자 한분이 눈에 띄었다. 자주보다 보니 안면이 있어 말을 건넨다.

“사장님, 댁은 어디세요.”

“인천인데요.”

허걱~ 인천? 인천에서 용인인 이곳까지 찾아온단 말인가. 그런데 굳이 왜.

“인천에서도 장사하실 데가 많으실 텐데 구태여 이곳까지 오시는 이유가 있나요.”

나무 꼬챙이를 꽂던 그분이 퉁명스럽게 하시는 말씀 왈.

“아는 사람이 있는 곳에서 하면 쪽팔리잖아요. 그래서 멀기는 하지만 나를 모르는 이들이 있는 곳에서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답니다.”

그랬다. 쪽팔린다!

도전지대로의 나아감은 내근직 분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출근길이면 은행에 근무하는 분들이 이열종대로 서서 외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00은행입니다.”

과열경쟁인 많고 많은 은행들에서 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기 위해 그들은 외부로 나선다. 남자 여자 연령에 관계없이.

KT 신입 직원들은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대로변에서 맨홀 뚜껑 아래 작업복 차림으로 내려가 공사 경험을 한다. 대학교 졸업장도 중요하지만 온몸으로의 현장 체험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이다. 당사자인 그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쨌든 가보지 않은 세계로의 과정은 사람 사는 세상의 요원한 과제의 하나이다.

 

강사는 몇 번이나 안전을 강조하며 로프, 볼트, 카라비너 등의 장비를 점검한다. 드디어 스타트. 머릿속에서는 여러 상념이 가득하다.

‘그래. 멋있게 폼 나게 하는 거야.’

한발 두발 걸음을 옮긴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처럼 벽을 올라가야지 하면서도 마음뿐이다. 자연스러운 포즈는커녕 어깨와 다리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연습한 것은 생각나지 않고 오로지 우격다짐의 인위적인 행위가 반복된다. 그러다보니 힘이 벌써 빠진다. 어쩌다 내려다본 밑의 풍경은 어질어질 하다. 그러면서 의식을 되잡는다. 올라 가야돼. 그런데 이런. 안경이 밧줄에 걸려 벗겨지는 상황이 발생 하였다. 눈이 나쁜 터에 안경까지 벗겨지니 순간적으로 당황이 엄습한다.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게 없다. 용케 손으로 떨어지는 것을 잡았지만 아찔한 상황.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손으로 발로 벽을 탄다.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올라가야한다. 손끝과 발끝으로 세상의 디딤돌을 찾고 경로와 방향을 모색한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안경이 벗겨진다. 어지러움이 찾아온다. 어쩌나. 호흡이 세차게 가빠오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평정을 찾아야지 하면서도 찬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오는 가운데 떨어지지 않기 위해 무서움을 감추기 위해 벽에 마냥 기댄다. 손이 떨린다. 발이 떨린다. 머리위에 있는 홀드를 잡아야 됨에도 몸이 굳은 양 뒤따라오지 않는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대단해. 이제 내려가도돼.’

‘무슨 소리야. 앞에 여자 분도 올랐는데 너도 올라가야지.’

두 마리의 늑대가 서로 으르릉 되는 가운데 도전지대인 정상을 뒤로하고 결국 '라펠링(Rappelling)'을 통해 하강하며 안전지대인 땅의 공간으로 내려온다.

잘한 짓인지. 착지해서 내가 올라간 곳의 위치를 바라본다. 올라간 만큼 이익일까 아니면…….

자족감이 있음에도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나의 첫도전의 행보는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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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08:34:20 *.39.145.75

힘내세요. 


하하하. 저도 언젠가 방과후 교실 홍보물 초등학교 100군데쯤 보냈다가 2군데 전화받았어요. 그리고 한군데도 못갔죠. 나중에 다른 분이 연락줘서 결국 그 일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2%는 괜찮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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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08 13:20:12 *.213.188.196

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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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4 16:45:16 *.122.200.138

변경연 여름 여행 사진을 몇 년에 걸쳐 보면서

몸이 전혀 불지 않은, 군살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유지하실까 생각했습니다.

스파이더맨처럼 멋지실 듯 합니다.

저도 저의 안전지대에서 뭔가 하나 도전하고 싶어지네요. 클라이밍 칼럼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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