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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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붙이고 싶고 새로 구성해 보고 싶은 것은 어떻게 생겨날까? 소재로 쓰고 싶은 이야기는 어떻게 생겨날까?
몇해전에 재미나게 본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는 유럽의 민화 <장화신은 고양이>에서 그 캐릭터를 가져왔다. 그 영화 속에는 험프티덤프티 계란이 나오고, 잭과 질이라는 악당이 나오고, 올리버트위스트 같은 어려운 고아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마디로 영화 <장화신은 고양이>는 그동안 어디선가 본 캐릭터들을 친숙한 지역에 가져다 두고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스페인어를 쓰는 어느 지방에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느끼한 목소리와 음악을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가미하여, 장화신은 고양이가 자신의 마을을 구한다는 영웅이야기로 재구성했다. 물론 민담 속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의 특성인 마지막에 주인을 행복하게 한다는 특징도 영화 속에 들어갔다. 이 영화를 보고 궁금했다. 대체 어떤 특징을 가져야 캐릭터나 스토리가 새 버전으로 차후에 다시 만들어지는가 하고.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무티필리라는 다이아몬드가 많이 나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지역민이 다이아몬드는 캐내는 방법은 매우 흥미롭다. 나는 이 책을 읽기 훨씬 이전부터 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주 어려서 TV에서 해주는 만화를 보면서 자랐는데, 그중에 ‘신밧드의 모험’이란 것에서 이 방법을 보았다. 신밧드와 그의 친구가 계곡에 무슨 이유 때문인지 버려졌다. 뱀을 유인하라는 것인지 다이아몬드를 가져오라는 것인지, 혹은 그 다이아몬드 채취자와는 무관하게 계곡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쨌든 신밧드는 뱀에게 잡혀 먹힐 위험에 처했다. 고기덩어리는 어떻게 계곡에 있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신밧드의 눈에는 계곡에 위에 날고 있는 새가 눈에 들어왔고, 자신의 몸을 고기덩어리에 묶어서 새가 채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해서 커다란 뱀이 잡아먹기 전에 계곡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이 사건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동방견문록>에서 이런 방식으로 뱀이 있는 계곡의 다이아몬드는 채취한다는 것을 보고는 바로 의문이 떠올랐다. TV만화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차용했을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소재를 얻었을까, 또 하나는 마르코 폴로는 이 사건, 이 방법을 직접 보았을까 하는 의문이다.
내 나름대로 마르코 폴로와 TV만화 시리즈 제작자라고 생각하고 답을 한다면,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하건 들었건, 고기덩어리와 새를 이용하여 채취하는 방식은 흥미로워서 내가 마르코 폴로라면 타인에게 그것을 구술하여 전하였을 것이고, TV 만화 제작자라면 그 방식이 책에서 나왔건 다른 조사를 통해서 얻었던 그것을 이용해서 스토리를 짜볼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무티필리의 다이아몬드 채취 방법을 3가지를 기술하고 있다. 하나는 다이아몬드가 많이 매장된 곳을 지났던 물길을 쫒아서 물이 빠지고 나면 그곳을 뒤져서 채취하는 것이다. 다른 방식은 새가 고기덩어리를 물고 나오면 그 새를 쫒아가서 고기덩어리에 붙은 것을 떼어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가 고기를 먹으면 나중에 그 새의 배설물을 뒤진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다아이몬드를 얻는 세 가지의 방법이라고 하지만, 계곡에 들어가지 않는 방법인 새와 고깃덩이를 이용한 방법과 빗물 범람 후 산을 뒤지는 방법, 이 두 가지라고 생각된다. 새가 고기를 먹었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뒷부분만 달라질 뿐이다. 내 경우에는 빗물 범람 후 물길을 따라 뒤지는 방법은 책을 읽은 후에 금새 까먹었다. 내겐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라면 그 지역의 사람들이 정말 그렇게 한다 할지라도, 다른 이야기 속에 들어가서 새로 태어나지 않을 것 같다. 혹은 그 기본을 추려서 다른 이야기 속에 넣어다 하더라도 그것을 새버전으로 만들었는지 인지하지 못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있을 만한 곳을 뒤져서 채취한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뱀이라는 위험의 요소와 그것을 극복하는 재치나 흥미로운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물길을 따라 산을 뒤지는 것도 뱀에 물린 위험을 안고 있다.
왜 하나는 다른 이야기 속에 들어가서 고스란히 기억이 나고, 다른 하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면, 민담이나 고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사건을 내 나름의 새로운 버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싶다. 그러면 꿈그림 속에 그 이야기 속 캐릭터를 변형시켜서 데려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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