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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22일 20시 44분 등록

질문을 받고 돈에 대해 한번 솔직히 얘기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여겨 다른 매체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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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돈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돈을 추구하거나 돈에 무관심하거나 이 중간의 어느 한 곳에 머문다는 것이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은 없다. 그것은 개인적 판단이고 취향이다.

예를 들어 나는 부자가 되지 못해 걸덕거리는 사람을 보면 다소 경멸하는 사람이다. 나는 돈과 조금 떨어져 사는 것이 고상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내가 돈에 무관심한 사람은 결코 아니다. 만일 아이들 학비가 밀리고, 은행의 융자가 많아지는 일이 생겨난다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게 될 것이다. 세상사는 맛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돈을 벌려고 한다. 책을 쓰면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란다. 강연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강연을 하고 싶어 한다. 원고를 쓰더라도 원고료를 많이 주는 곳이 훨씬 더 좋다. 이것이 돈에 대한 나의 감정이다. 그래서 나는 꽤 높은 강연료를 책정하고 꽤 비싼 원고료도 책정해 두었다.

그러나 또한 나는 팔리는 책보다 좋은 책을 쓰고 싶어 한다. 좋은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세상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책을 쓰면 그것은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쓰고 싶은 책을 쓰면 그것은 작품 활동이다.

내 경우는 좋은 책을 써내고 싶은 욕망이 팔리는 책을 쓰고 싶은 욕망보다 더 강하다. 적어도 돈에 정신적 가치가 팔려 다녀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략 여기쯤이 ‘내가 좋아하는 나’와 돈과의 타협점인 것 같다.

돈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하다.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사는 데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부류는 돈 버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다. 돈을 쫒아 다니지만 잘 벌지 못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자신에 대한 변명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돈을 그리워 하지만 돈을 잘 벌 수 없기 때문에 미워하게 된 사람들이다. 애정이 미움으로 바뀌고 무관심을 가장하게 된 사람들이다.

두 번 째 부류는 자신은 돈을 열심히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사는 데 돈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돈에 초연한 고상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만 내심은 돈의 힘을 믿고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안팎이 일치되지 않는 위선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 번째 부류는 말 그대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가난의 불편을 견뎌가면서 돈에 지나치게 구애 받지 않고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자부심이 강하고 고상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번에는 ‘살다보니 역시 돈이 최고’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모든 삶의 초점을 돈에 맞추는 사람들이다. 솔직할지는 모르지만 성숙한 사람들은 아니다. 돈과 다른 것 사이의 조화와 균형의 문제를 고려하지 못하는 가치 편중의 경향이 심한 사람들이다.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사람과의 관계보다 결국 돈이 더 중요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이해관계 측면에서 긍정적일 때만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봉이 될 생각이 단연코 없다.

두 번째 부류는 특별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인생을 살면서 몰입하고 헌신할 특별한 일을 가지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온 사람들에게 돈은 좋은 위안거리며 선망의 대상이다. 돈은 누구에게나 훌륭한 차선책이다. 이것이 돈의 매력이다. 그러나 돈에 관한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작은 돈을 벌고, 그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부대끼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돈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면 돈에 대한 태도 역시 정리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직업을 선택하거나 직장을 옮기게 될 때 돈은 중요한 의사결정 기준이 된다. 마음이 돈을 간절하게 원한다면 보기 좋은 직업보다는 험하더라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데 직업의 안정성이 높은 직장을 선택하는 것 역시 권장할 수 없다. 돈을 원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길을 택해야한다. 돈이 좋으면 절약하여 돈을 모을 줄도 알아야하고, 여유 돈을 굴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돈도 좋지만 다른 가치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좋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이 결정에 의해 최소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바라는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음이 끌리는 일을 하다보면 열정을 바치게 되고 몰입하게 되니 성과가 좋아지게 된다. 그 한 길을 오래 가게 되면 결국 그 분야의 특별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차별성이 금전적 보상으로 돌아 올 가능성 또한 높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잘 투자하는 것이 다른 무엇에 투자하는 것 보다 투자환수율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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