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는날
- 조회 수 1931
- 댓글 수 3
- 추천 수 0
안녕하세요?
저도 몇자 적어볼게요.
32살 미혼 여자입니다.
남들보기엔 참 그럴 듯 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대기업에 다니고 혼자 자립할 만큼의 여유도 있고..
그렇지요.
직장도 돈도 없어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던 1997-8년 IMF때를 생각하면 저도 가끔은 제가 배가 불렀구나 생각하니까요.
그때는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그냥 확 가버릴까,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로 그냥 뛰어들까라는 유혹도 느꼈었지요.
모두가 힘들었지만 저 역시 그렇게 신산스러웠던 그 시절을 보냈지요.
30대가 된 지금이 저는 20대때보다 좋습니다.
20살에도 저는 서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능력도 없었고, 저를 받쳐줄 어떤 배경도 없었으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악착같이 살았는데
문득 되돌아보니 참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악착같이 살았으면 그래도 뭔가 대단한 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기껏 남들만큼 살고 있는 게 답니다.
원래 없는 사람들은 기를 써봐야
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가진 것 만큼 갖기도 힘들다는 거 아세요?
암튼, 저는 요즘 저를 되돌아봅니다.
무조건 성공하려고,남들만큼 살려고 기를 쓸 줄만 알았지
삶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눠줄 줄도 몰랐고 사랑할 줄도 몰랐고
안 주고 안받는 것에 만족했었습니다.
줄 게 없었으니까.
항상 외곩수로 저만 옳다고 생각했고
누군가 저를 앞서는 거, 저보다 잘날 것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한다고 상만 받고 컸거든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해서 들어간 회사에서는 그냥 그렇고 그런
승진도 못하는 열등한 사원이고
그게 싫어 뛰쳐 나오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보면
번번히 내세울 게 없고
그래 그럼 대학원에라도 가보자 하니
거기서도 낙방하고...
저는 요즘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니 20대 이후엔 항상 패배자였지요.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저, 저의 마음가짐때문이란 걸 압니다.
저만 옳고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적이고 열등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혀있고...
저도 좀 여유있는 환경에도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좀더 여유있고 너그러운 사람이었을텐데 라는 어리석은 변명도 해봅니다.
암튼 늦었지만 32살이 된 이 시점에서 저는 저를 바꿔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니 항상 생각은 했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요.
그냥 마음만이었어요.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생각만 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결론이 없어요.
그래서 이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움직여볼려구요.
머리가 터질것 같거든요.
기존의 저와는 다른 것들을 해볼려구요.
기존에는 생각만 하는 진지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행동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어보려구요.
옷 입는 스타일도 바꾸고, 평소 안하던 것들도 해보려구요.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당분간은 그만두고
돈 모으는 것도 당분간은 신경쓰지 않으려구요.
그래서 안 입던 미니스커트도 사입고
저와는 다른 세계인 춤도 배우고 있어요.
영어에대한 강방관념에 거의 매달 보다시피 한 토익시험도 이젠 필요없으니 꺼져라하는 마음에 관둔지 오래고,
이직에 대한 계획도 다 접었습니다.
결론난 것은 없지만 고민해봐야 해결도 없는 것들은 싸잡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해서요.
승진이고 이직이고 그냥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눌러앉자라는 무대뽀 생각도 해보고, 남들처럼 가벼운 연애도 해보자는 생각도 해봅니다.
당분간 진지하지 말고 가볍게, 즐겁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 이래도 되는건가요?
갑자기 바람 난 게 아니라
저를 던져버리고 싶어서요.
기존의 내 모습, 기존의 사고, 다 던져버리고 싶어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한편에선 이렇게 날 던지고 아무 개념없이 즐겁게 사는 것에 정신 팔렸다가, 어느순간 그동안 왜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러보냈을까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당장 올해가 가는 12월에
그동안 뭘했을까, 또 한살 먹는구나, 결혼도 아니고, 새로운 직장도 아니고, 승진도 아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 없이 새해를 맞는구나라는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해봅니다.
종교도 갖고 싶어요. 종교는 저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건가요?
누구든 말씀 부탁드려요..
IP *.140.138.124
저도 몇자 적어볼게요.
32살 미혼 여자입니다.
남들보기엔 참 그럴 듯 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대기업에 다니고 혼자 자립할 만큼의 여유도 있고..
그렇지요.
직장도 돈도 없어 자신이 너무 비참하게 느껴졌던 1997-8년 IMF때를 생각하면 저도 가끔은 제가 배가 불렀구나 생각하니까요.
그때는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그냥 확 가버릴까,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로 그냥 뛰어들까라는 유혹도 느꼈었지요.
모두가 힘들었지만 저 역시 그렇게 신산스러웠던 그 시절을 보냈지요.
30대가 된 지금이 저는 20대때보다 좋습니다.
20살에도 저는 서른이 되고 싶었거든요.
당시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능력도 없었고, 저를 받쳐줄 어떤 배경도 없었으니까.
나름대로 열심히 악착같이 살았는데
문득 되돌아보니 참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악착같이 살았으면 그래도 뭔가 대단한 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기껏 남들만큼 살고 있는 게 답니다.
원래 없는 사람들은 기를 써봐야
있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가진 것 만큼 갖기도 힘들다는 거 아세요?
암튼, 저는 요즘 저를 되돌아봅니다.
무조건 성공하려고,남들만큼 살려고 기를 쓸 줄만 알았지
삶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나눠줄 줄도 몰랐고 사랑할 줄도 몰랐고
안 주고 안받는 것에 만족했었습니다.
줄 게 없었으니까.
항상 외곩수로 저만 옳다고 생각했고
누군가 저를 앞서는 거, 저보다 잘날 것은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 잘한다고 상만 받고 컸거든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해서 들어간 회사에서는 그냥 그렇고 그런
승진도 못하는 열등한 사원이고
그게 싫어 뛰쳐 나오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보면
번번히 내세울 게 없고
그래 그럼 대학원에라도 가보자 하니
거기서도 낙방하고...
저는 요즘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니 20대 이후엔 항상 패배자였지요.
그리고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저, 저의 마음가짐때문이란 걸 압니다.
저만 옳고 남을 인정하지 못하고
부정적이고 열등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혀있고...
저도 좀 여유있는 환경에도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되었더라면
좀더 여유있고 너그러운 사람이었을텐데 라는 어리석은 변명도 해봅니다.
암튼 늦었지만 32살이 된 이 시점에서 저는 저를 바꿔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니 항상 생각은 했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요.
그냥 마음만이었어요.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 생각만 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결론이 없어요.
그래서 이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움직여볼려구요.
머리가 터질것 같거든요.
기존의 저와는 다른 것들을 해볼려구요.
기존에는 생각만 하는 진지한 사람이었는데
이제 행동하고 가벼운 사람이 되어보려구요.
옷 입는 스타일도 바꾸고, 평소 안하던 것들도 해보려구요.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당분간은 그만두고
돈 모으는 것도 당분간은 신경쓰지 않으려구요.
그래서 안 입던 미니스커트도 사입고
저와는 다른 세계인 춤도 배우고 있어요.
영어에대한 강방관념에 거의 매달 보다시피 한 토익시험도 이젠 필요없으니 꺼져라하는 마음에 관둔지 오래고,
이직에 대한 계획도 다 접었습니다.
결론난 것은 없지만 고민해봐야 해결도 없는 것들은 싸잡고 있는 제가 너무 한심해서요.
승진이고 이직이고 그냥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때까지 눌러앉자라는 무대뽀 생각도 해보고, 남들처럼 가벼운 연애도 해보자는 생각도 해봅니다.
당분간 진지하지 말고 가볍게, 즐겁게 살아보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 이래도 되는건가요?
갑자기 바람 난 게 아니라
저를 던져버리고 싶어서요.
기존의 내 모습, 기존의 사고, 다 던져버리고 싶어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경험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한편에선 이렇게 날 던지고 아무 개념없이 즐겁게 사는 것에 정신 팔렸다가, 어느순간 그동안 왜 이렇게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러보냈을까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듭니다.
당장 올해가 가는 12월에
그동안 뭘했을까, 또 한살 먹는구나, 결혼도 아니고, 새로운 직장도 아니고, 승진도 아니고 아무것도 새로울 것 없이 새해를 맞는구나라는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해봅니다.
종교도 갖고 싶어요. 종교는 저와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건가요?
누구든 말씀 부탁드려요..
댓글
3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나의바다
이곳에 오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님들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무섭도록 진지한 댓글들을 보게 되지요. 이곳을 찾는 것만으로도 님은 자신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 역시 남들에게 주제넘는 충고를 할 형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곳의 존재 이유는 변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끼리 고민을 공유하는 데 있다 여겨 짧은 댓글을 남깁니다. 주변 환경으로 인해 자신을 내던지지 마십시오. 인생의 주인은 당신 자신이며 선택 또한 당신 자신의 몫입니다. 직장이 혹은 가난이 님을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님이 그 상황을 힘들다고 느낄 뿐입니다. 한발 물러서서 보면 깨닫게 되겠지요. 지금 님이 인위적으로 팽개치듯 물러선 모습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겠지요. 억지로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예컨데 토익) 살 필요는 없지요. 님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꿈을 일구십시오. 님보다 한참 나이 많고 가정을 가진 저 역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도대체 제가 무엇에 재능이 있는지 부터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님은 저보다 10년의 세월을 더 가지셨지요. 님의 고민이 성장통이 되어 님을 더욱 성장시키리라 믿습니다. 아자!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91 | -->[re]제인에게 | 구본형 | 2004.08.04 | 1806 |
990 | -->[re]새로운 경제 생활 패턴 | 구본형 | 2004.08.06 | 1981 |
989 | -->[re]7 : 3 정도 | 구본형 | 2004.08.10 | 2079 |
988 | 힘겨운 인생 | 슈퍼맨 | 2004.08.11 | 1959 |
987 | -->[re]답신 | 구본형 | 2004.08.14 | 1725 |
986 | 제가 어떤길로 가야하는거지... | 김진철 | 2004.08.15 | 1955 |
985 | -->[re]제가 어떤길로 가야하는거지... | 버리 | 2004.08.16 | 1960 |
984 | 내가 갈길, 마이웨이는? | 스마일맨 | 2004.08.17 | 1714 |
983 | -->[re]아직은 여러가지 길에 마음을 열어 놓으세요 | 구본형 | 2004.08.18 | 1750 |
982 | -->[re]나의 어디에 비범성이 있는가 ? | 구본형 | 2004.08.21 | 1704 |
981 | 7년차 직딩 | 변덕쟁이 | 2004.08.23 | 1902 |
980 | 영어 공부의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 이성민 | 2004.08.25 | 1827 |
979 | -->[re]적성을 찾은 사람들 | 구본형 | 2004.08.25 | 1678 |
978 | ---->[re]적성을 찾은 사람들 | 7년차 직딩 | 2004.08.25 | 2131 |
977 | ------>[re]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네요 | 호호호 | 2004.08.25 | 1911 |
976 | 순발력이 필요해요 [1] | 대학생 | 2004.08.26 | 1709 |
975 | -->[re]영어 공부의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 이승필 | 2004.08.26 | 1683 |
974 | -->[re]일상에서 창의력을 기르는 법 | 구본형 | 2004.08.29 | 1791 |
973 | -->[re]몇 가지 팁 | 구본형 | 2004.08.29 | 1937 |
972 | 28세 젊은이의 가슴앓이 | 28세 젊은이 | 2004.08.30 | 1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