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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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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24일 22시 53분 등록
이제 슬슬 인생이란 이런거다.. 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참 누구에게서든지 밝고 상대방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었습니다. 적어도 올해 초까지는..

제가 생각해도 저는 항상 긍정적이고 목표의식이 강하고
늘 발전하려는 욕구와 실천의지로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늘 넌 그렇게 노력하고 대담하니까 잘 될거다. 라는 말을 항상 들었습니다.
어려움이 닥치면,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한 또 다른 기회다! 라고 여기며
덤벼봐라, 내가 눈 하나 깜빡할 줄 아냐! 라며 되려 웃어버렸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 가족이, 대학 3학년때
저는 몰랐던 오래된 부모님의 갈등으로 이혼을 하시고 양쪽으로 갈라졌을때,
그렇게 숱하게 울며 지낼때에도 저는 담담히 울음뒤에 엄마의 등을 토닥이며 진정 엄마의 인생의 아픔을 알게 되고 엄마의 친구가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화이팅! 하며 웃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 중에 제가 원하던 분야로의 이직 기회에서도
막판에 탈락되는 실패를 몇번 경험하면서도 허탈하고 속상하긴 했지만,
인생인데 실패가 있는 건 당연한거야, 더 노력해야한다! 라며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25살이던 작년 가을에는 그렇게 건강하다고 믿던 제가
병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부분의 조기검진을 위해 병원에 진료를 받다가 우연히 제 갑상선에서
자라고 있던 암세포를 발견한 것입니다. 그때가 제 생일 직전이었습니다.
참 많이 울고 왜 젊은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한탄했지만, 얼른 이성을 찾고
다음카페에서 갑상선 환자들의 모임에 가입을 하고, 그 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서 경험자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전 아직 초기이고 수술하고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가 된다는 것을 알고
저는 수술을 되려 웃으며 기다릴 정도로 그 상황마저 즐겨버렸습니다.
병원복도 입어보고 수술도 해보고, 내 인생 참 변화무쌍 재밌구나! 하며..

그래서 올해를 수술과 함께 병원에서 시작하고, 수술 후에도 방실방실
웃으며 저는 여전히 밝았습니다. 목에 생긴 수술자국 쯤이야 목걸이로
가리면 땡이지, 덕분에 목걸이 예쁜거 많이 사게 생겼네! 하고 웃었습니다.
하지만.. 수술 2달 후 방사능 치료가 있었는데.. 약을 한번 먹는 것 뿐이었지만.
그 3월 한달이 제 생애 그렇게 괴로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몸이 힘든것 보다,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불안하고, 의욕도 없고, 자신감도 떨어지고, 식욕도 없고.. 눈물만 흐르고..
수술보다 치료가 더 힘들다고는 들었지만, 거의 우울증 초기였던것 같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밝게 생각하려고 해도, 제가 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은.. 거의 공포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당시 배우 이은주씨가 세상을
등졌을 때였는데..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더 두려운건, 그렇게 세상 둘도 없을 만큼 의욕적이고 밝던 제가 그렇게
흑과 백 처럼 전혀 반대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나마 치료기간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바쁜 생활 속에서 그 기분을
좀 잊고 살았지만, 요즘도 종종 저를 덮치는 그 무력감을 어찌해아할지
모르겠습니다. 인생 어차피 죽을텐데, 아둥바둥 살아서 뭐하나..
그렇게 목표를 갖고 열심히 살면.. 어차피 가는 인생 뭐가 다를까..
이런 제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일이 발전적이지 못해서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다가도,
대기업을 가면, 공부를 더 하면.. 결국 그게 행복할까.
또 어려움이 닥치고.. 권태스러워지고 그러지 않을까.. 라고 연결이 됩니다.
고난과 역경을 즐기던 제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니.. 충격적입니다.

친구들은 예전의 너는 어디로 갔느냐고 묻습니다.
항상 무언가 하고 싶어하고 도전하고 반짝반짝 빛나던 그 눈빛은
어디로 갔느냐고 안타까워 합니다.
정말 그 원인이 그 치료때문인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불분명한 확신 때문인지..
아직 역경에 대처하는 방법에 서툰건지 모르겠습니다.
9월에 있을 2차 방사능 치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불안감에 맥박이 뜁니다..

늘 제 자신을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난 즐거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이다.. 이슬맺힌 풀 한 포기만 봐도 행복하다.. 했던 저였는데.
그 모습을 다시 찾고 싶습니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고, 삶에 대한 강한
목표과 실천의지에 늘 불끈불끈 힘솟던 저를 다시 찾고 싶습니다.

5천만의 역사, 5천만의 꿈 을 읽으며 저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자신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면 곧 저를 다시 찾을 수 있겠지요?


IP *.153.99.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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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5 01:43:54 *.89.198.81
아마 울고 싶던 "어린 나"를 한번도 크게 울게 해주지 못하고
씩씩하게 삯이기만 해서 해피바이러스가 지쳤나봅니다.

영화"보디가드"에 나왔던 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캐빈의 아버지가 휘트니에게 저 아이도 어렸을때는 겁이 많고 소심했었다고 얘길하자 휘트니가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강인하게 될 수 있었죠? 라고 묻는데, 아버지가 이런 얘길하죠,
저 아이가 무서움을 이기는 방법은 단 한가지예요,
더 이상 무서워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 그 일을 반복하는 것!이라구

예전의 님의 모습을 다시 찾겠다는 의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마음을 먹고 또 먹고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예전의 님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겁니다.
님을 보고 또 다른 희망과 의지를 가질 많은 분들,님을 사랑하는 주변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며 해피바이러스님,,힘내세요,
꼭 건강히 이겨낼 수 있을꺼예요,
치료 마치시고 건강을 되찾을 그날, 여기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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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2005.07.25 03:44:59 *.190.84.134
보리숲님 안녕하심을기원합니다...()...

어깨동무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미약한 온라인의 줄기를 타고 보리숲님의 지금의 처한 상황에대해서
먼저 자신의 근본을 돌아볼 기회로 생각해보시며
스스로 마음에 품고있는 것을 점검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궁하면 통하고
통하면 길게간다."합니다.

삶이란 우여곡절이 있는 것입니다.
누구나 끝까지 잘나가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변화의 곡절을 잘 이용하는 방법뿐인것같아요.
저조기일때일수록 고조기를 기다리며 자신을 더욱 달구는 모습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대한 자신의 연결고리에대한 끈을 놓치않는한
결과를 확인할 수있을 것입니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이든
그 과정을 향해서 끝임없이 고민하고 행하였던 과정을 사랑하는 님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현재 이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의해서 미래를 볼 수있는 것입니다.
그 미래를 더욱더 가치있는 것으로 채울수 있는 방법은 지금 현제 행복할수있는 일을 해야합니다.
그 행복은 중독성이 있는 것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높혀줄 수있는 것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보리숲님의 행복을 찾을 수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 치료를 받을 수있는 상황이 제일 큰 행복일 것이고,
그 의지를 충분히 갖고있는 것이 두번째이며...
보리숲님을 간호하고 있는 어머님이 계시는 것이며...
또한 위의 벗님처럼 이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보리숲님께서 더 행복해지시기를 바라는 것....
이렇게 행복은 늘려있습니다.
그리고 보리숲님 말씀처럼
"5천만의 역사, 5천만의 꿈 을 읽으며 저도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자신을 놓지 않으려 노력하면 곧 저를 다시 찾을 수 있겠지요?"
맞습니다. 저는 보리숲님을 믿습니다.

부디 힘 내시고 끝까지 결과를 지켜볼 수있는 원래의 자신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퇴원후 건강해진 보리숲님의 모습을 그리며....
06년 2월에 지구반대편으로 보리숲님과 함께여행을 떠나는 것을 상상해봅니다. 그래서 그 하늘아래서 함께 별을 따볼 수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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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숲
2005.07.25 23:23:01 *.153.99.169
벗님, 그리고 어깨동무님.. 진심으로 저에게 따뜻한 기운을 넣어주시는 말씀들에 코끝이 찡해옵니다.. 오랜만에 짠..한 행복감을 느껴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도 천사와 악마;; 같은 마음의 변덕 사이를 왔다갔다 조금 힘이 들었지만, 하루하루 천사의 힘이 커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진 저를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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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2005.07.26 04:27:54 *.190.84.24
보는데로 믿을 수있고 믿는데로 실현됩니다. 늘 평안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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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2005.07.26 12:24:23 *.94.41.89
저는 사람에게 있어서 고통의 크기는 누구에게나 같은양 으로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가끔씩 고통이 파도처럼 저를 위협하지요, 현재 나의모습을 변화하라는 신호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았거나, 자신을 억제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또하나는 현재까지 너무 좋은환경에서 살았으므로 고통의 시간도 가져보라는 의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파트 앞마당에 나무들이 있읍니다, 겨울에 앙상하고 볼품없이 추운날씨를 견딥니다, 새봄이 오면 세싹들을 틔우지요. 사람에게 잉어서도 그런 고통을 인내하는것은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고통으로 어디론가 피해버리고 싶겠지만 담담히 받아들여 보시기 바랍니다. 영원한 고통의 터널은 없읍니다, 반드시 끝납니다, 믿음을 가지시고 하루하루를 나무같이 살아보시는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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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2005.07.26 15:50:19 *.79.193.146
님의 글이 남의 일 같지 않네요
역경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저에게 주어진 역경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당
보리숲님 힘내네요 아직 우린 젊잖아요
많이 웃을 수록 병은 저멀리 떠날거라 생각해요
보리숲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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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숲
2005.07.27 23:19:14 *.153.99.78
사랑님, 레인맨님, 박미경님.. 따뜻한 댓글만으로도 이렇게 힘이나고 행복해집니다.. 저 금방 일어설 수 있을거 같아요. 오늘은 어제보다 나았던것 같습니다. 내일은 더 나아지겠지요? 입가에 미소가 점점 살아나는것 같습니다.. 곁에 힘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것 같은 느낌에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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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배
2005.08.01 16:13:33 *.35.3.25
제가 태어나고 꾸준히 아버지께선 3번의 사업부도를 내셨습니다. 3번 째 부도에선 다행히도 간신히 친척집에 들어가 길거리에 나 앉지는 않았습니다. 2003년 겨울이었던가요. 아버지께서 장농에서 보험증서와 여러 문서를 들고 오시더니 제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내일이면 보지 못할 듯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때부터 나의 시간은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 저 역시 님과 비슷한 바이러스를 가슴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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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나
2005.08.06 10:40:55 *.50.125.104
들은 애기 하나..
여자는 갑상선..
남자는 전립선 암이
그나마 가장 났다 합니다.
힘내세요..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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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숲
2005.08.13 23:51:31 *.153.99.186
박원배님께서도 힘내셨음 합니다..^^
그리고 조안나님 저 힘내겠습니다.. ^^ 현재 저도 가장 낫다고 하는 갑상선암에 걸려서 참 많이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는데, 역시 그래도 생각지도 못하게 완치 과정이 저로서는 그다지 쉽지 않아서 무척 당혹스럽고 그랬습니다. 결국 혼자만의 과제풀이 과정인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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