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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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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3일 22시 51분 등록
한참동안 이곳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어렵게 글을 올려 봅니다.

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희 집안은 10명이나 함께 부대끼며 사는 집안인지라, 가족이 많습니다.
가족이 많다보니 사생활의 침해는 거의 당연하다시피 한 상태입니다. 상당히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집안이라 어른들 하시는 말씀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요.
이런 집안에서 큰딸로 자라다 보니 어릴 때부터 집안 분들 하시는 말씀에 한마디 반항도 못하고 커 왔습니다.
저희 집안은 저희 어머님을 포함하여 여러 분들이 미술계열 대학을 졸업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을 전공해서 잘 된 분이 없으시다 보니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을 때에 무척이나 반대가 컸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모습만 보이면 그 즉시 엄청나게 맞고, 교복도 찢겨보고, 자퇴서를 내라던가 호적을 판다던가 그런 소리도 아주 비일비재하게 나왔지요. 덕분에 탈진할 정도로 울어본 적도 많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우울증 증세도 조금 보였습니다.

제 성적이 한참 바닥으로 내려간 후에야 어머님과 겨우 중간 타협을 하여 제가 원하던 계열의 학과가 아닌 어머님이 돈을 잘 벌거라며 마음에 들어하시는 시각디자인과를 고등학교 3학년 중반부터 공부하여 입학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어느 과라도 좋았는데.. 입학해 보니 그렇지가 않더군요.

제 문제는 자신감의 결여입니다.
그림만 그리면 맞았던 것에 대한 트라우마도 있고, 미술을 전공하신 가족분들이 제가 미술하는 것을 포기하게 하기 위해 옆에서 계속 너는 재능이 없다는 등등의 소리를 하시는 바람에 그런지 그림을 그리면 도통 제대로 완성할 수가 없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그리다가 중간에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요. 때문에 학교 과제를 하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해 보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만 돌아오는 건 엉성한 수준으로 완성된 그림 뿐이더군요. 물론 성적도 엉망이어서 정말 울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제는 진심으로 제 미술 재능에 대해 의심까지 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가족들이 미술전공자가 많다 보니 제 과제를 보면서 자주 실망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다고. 이런 가족들의 시선도 신경쓰여서 도저히 과제 한 것을 내보일 수가 없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집안의 금전 사정입니다.
저희 집안은 어머니 아버지께서 큰 빚을 지시는 바람에 두분이 열심히 일하셔도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제 명의로까지 약간의 연체금이 있어 저 자신이 생활하기에도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미술계열 대학의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평소에 드는 돈도 많아서 결국 작년에 1학기를 마치자마자 학교를 1년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었지만 제 앞의 빚을 약간 해결하고, 제 생활비를 제가 다 내고 이번 학기 등록금에도 어느정도 넣다 보니 남는 것이 전혀 없더군요. 가뜩이나 학과 생활에 대해 자신감도 없는 터인데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치니 학교를 다니는 것이 사치스럽게까지 느껴집니다.
저희 부모님은 금전사정이 나빠지면서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지셨고, 지금은 각방을 쓰고 계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제가 대학에 붙은 날에 붙은 4년제 말고 2년제로 가서 빨리 취직이나 하라는 말씀을 하셨을 정도로 상태는 좋지 못합니다.

학교가 거리가 가깝지 못한 편이라 교통비로도 큰 지출이 있는데, 교통비를 제외한 용돈으로는 정말 생활하기가 힘겹습니다. 학교가 멀다보니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여의치가 않고요. 학교에서 이것저것 재료비라던가 돈 지출할 일은 끝없이 생기는데 부모님께 돈을 받을때마다 염치없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얼마전엔 아버님께서 짜증까지 내시더군요.. 죄송한 마음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픽 과제를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도 바꿔야 하는데.. 도저히 말조차 꺼낼 수가 없어서 과제는 모두 학교나 친구집에서 하고 있습니다.

1년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미술은 멀리하게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제 모습에 디자인 계열 직종에 종사하시는 외삼촌의 실망 또한 크셔서 하지도 못할 디자인은 왜 하겠다고 했느냐, 넌 디자인을 할 자격이 없다.. 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이제는 저 자신도 디자인을 해서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지 어떨지 잘 알수가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괴롭습니다..
가족에게라도 이런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부모님은 생활에 많이 지치셔서 저와 제 동생에게 전혀 신경을 써 주시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저, 동생.. 이렇게 네 가족끼리 세마디가 넘는 대화를 한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요...

동생이 제가 졸업할 때쯤이면 대학에 들어오게 되니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취직을 해야 할텐데, 지금 이런 상태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큰딸이라서 제가 어떻게든 해결을 봐야 할텐데 말이죠...
당장 제 앞으로 달려 있는 빚도 해결해야 할 판인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물감 하나, 옷 하나 사는것도 죄스러워서 살 수가 없고요...
돈이 없으니 학교에서 교우관계도 소원한 편입니다. 아무리 밝게 행동하더라도 돈이 없어 본의 아니게 식사자리, 술자리마다 빌붙게 되는거... 서로 불편한 일이더군요.

학교 공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이 됩니다.. 원하던 과가 아니었던데다가 휴학했다가 복학해서 친한 사람 하나 없이 다른 학년과 공부를 하자니 너무 힘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재수를 할 수도 없고...

아직도 제 명의로는 갚지 못한 돈이 있어 계속 전화가 옵니다. 이런 전화를 받다 보면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돈을 벌어야 하나 싶고, 그러자니 인생에서 지금까지 하나 이뤄놓은 것이 없는 제 자신의 삶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학점이 나쁘게 나올 수록 집안식구들 눈치가 보여서 미칠 것 같습니다.
집에 오셔서 인사하는 저만 보면 대답 없이 담배를 빼어물고 베란다로 나가시는 아버지를 보면 눈물만 나오네요....

다른 친지분들은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제게 네가 잘해야 한다, 네가 잘해야 한다 라고 하시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많은 힘든 일을 겪으신 분들께는 배부른 투정같아 보일듯합니다만...
조언 부탁드립니다.
꿈도 희망도 없어서, 삶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IP *.211.5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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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뺨
2005.10.14 14:15:29 *.217.38.25
읽으며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보면 나 자신의 어려웠던 기억때문일겁니다. 오늘은 가을빛이 완연하군요.바람도 차고요.가로수밑의 철망에 시선이 가다보니 남들은 이름도 알려하지도 않고 무심하건만,여리고 어린 풀들이 옹기종기 모여서,고개를 들고 안감힘을 쓰며 살아내는 모습이 안쓰럽네요.하지만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여요. 자기 자리를 탓하지도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안간힘을 쓰는 것 말입니다.
Li님.힘내세요! 이렇게 자기 자신을 드러낼 줄 알고 분석할 줄 알고 잘 살고자 노력하니 지혜로운 어여쁜 숙녀일게 틀림없어요. 지금껏 해왔던 대로 잘 버티세요. 가장 중요한 학교도 중단하지 말고 꼭 제 때 마쳐야 되요. 돈,교우관계,아버님,등 모두 이해가 되고 말고요. 산도 오기가 나야 고산 ,명산이 된다 하더군요,자기 자신을 다잡아서 아르바이트에 연연하지 말고 잡념에 정신을 빼앗기지도 말고 장학금을 받는다거나 자신의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싶은 그림'은 인생이 아직 창창하기만 하니 그 마음만 식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우리 이전에 살다간 사람들이 어떻게 살다갔는지 잘 살펴보세요. 멀리 사마천,일연,김정호,....고갱,고호 등등 (가까운 예를 들자면 친구중에 그림을 버리고 살다가 현재는 좋은 그림을 미친듯이(?) 그리는 것도 봤어요.) 싱글싱글 웃는, 예쁜 얼굴로 다가가서 희망을 잃은 어머니,아버지께도 행복감을 줬으면 좋겠군요.
Li님,훗날에 지금을 돌아보며 분명 환하게 웃을 수 있을거예요! (대신에 투자는 제대로 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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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10.19 15:02:17 *.190.84.126
세상사는 사람중에 문제없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손톱및에 까시가 우주의 문제 보다 더 큰 것입니다.

우선 자신의 문제를 돌아볼 수있는 것에 희망이 시작되어야합니다.
현제 많은 젊은이들이 주제파학을 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에 비해서
Li님은 좋은 출발을 새로운 시작을 할 수있을 것입니다.

빨간뺨님이나 홍선생님 말씀처럼 자신에게 R&D에 최선을 다해야합니다.
그누구도 빼앗아 갈 수없는 것이고
열심히 하면 장학금에 취직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지금 어려운 여건은 이겨낼 수만 있다면?
분명 좋은 삶의 교제가 될 수있습니다.
이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몰려볼 수있겠습니까?
이렇게 본다면 이제부터는 상승의 삶을 살 수 밖에없습니다.
하루하루 성실을 외쳐야합니다.
그래서 그 문제의 투성이에서 뛰쳐나올 수 있록해야합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기가 쉽습니다.
그러니 Li님 자신이 자신을 도와야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기쁘고 행복해야 그런 분들이 주위에 함께할 확율이 높아갑니다.

하루를 잘 보낼 수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셔요.
물론 먼미래에 꿈과 희망도 자신에게 물어서 찾아 놓아야합니다.

Li님 말씀"배부픈 투정"처럼 진짜 중정일 것같아요.(스티븐호킹박사, 헬렌켈러...)비교한다면

불행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만약에 (IF~)을 습관적으로 외쳐됩니다.
돈이많다면~ 아버지가 부자라면~ 좋은 교육을 받았다면~ 미국에 태어났다면~ 등등...
이것은 난 할 수없다는 표현의 핑게에 불과합니다.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있는 것을 찾으면 어떨까요?
건강하고, 대학에 다니고, 부모님이 계시고...
그리고 이렇게 상담할 수있는 곳이있고 꿈에 동지가 있고...등등

Li님 끝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합니다.
자신이 누구이고 왜 살아야하는지? 어떻게 살 것인지?
이것에 대한 답을 시작하면 꿈도 희망도 시작 될 것입니다.

좋은 답을 얻을 수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신의 행운이 Li님과 함께하시기를 간절이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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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아
2005.10.26 17:16:17 *.164.124.150
힘 많이 드시죠!
힘을 내십시오 세월이 흘러 모든걸 극복하는시기가 올거라 믿습니다
집안입장도 이해가 안되는것이 아니나 진짜 중요한것은 자기자신입니다
포기하지마세요 절대 포기하지말고 선택의 주인이 되어 사십시오 지금 극복하지못하면 시간이 흘러도 절대극복하지 못합니다
힘든것은 잠시라고 생각하세요 누구나 어려움은 있을수 있습니다
살아가다보면 내 마음대로 안되는것(가족, 금전적어려움, 자신감...)
있지요 자기의모습은 가족들로인해 그려지는것이 아닙니다
당신자신의 살아가는 마음과 노력에 따라 당신은 정말 소중한 인생을살수있습니다. 정말 정말 열심히 살아가십시오 언젠가 당신을 알아주는 시절이 있을것입니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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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
2005.11.05 11:51:51 *.211.53.109
조언을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얼마전에 부모님간 싸움으로 인해 어머님이 허리를 다치셨는데.. 더이상 걱정끼쳐드리기도 죄송스럽습니다.
조언해주신대로 힘내서 열심히 살겠습니다. 열심히 살다보면, 그래도 바뀔 날이 있겠지요..
글을 쓰고부터 지금까지, 천천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조언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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