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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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가까이 뵌 지 7년, 나는 붙임성이 없어 주변에서 빙빙 도는 제자였다.
둘이 찍은 사진도 없고, 단 둘이 나눈 대화도 거의 없다.
(2006년, 2기 연구원이 신안군 증도로 여행갔던 장면,
어디서 장대를 하나 주워오셔서는 우리들 신발을 죽 매달아 어깨에 걸치고 걸으신다.
이런 식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모아 놀이로, 축제로 만들어 놓던 선생님은 진정한 쾌락주의자였다.
순간이여, 멈춰라! 찰라를 향유하는 일상예찬가였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먼 발치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회의가 있을 때면 본론만 마치고 뒤풀이 한 번을 안 가는
실로 멋대가리 없는 제자 노릇을 계속하였지만,
그러나 그런 내게도 그는 '진짜'였다. 합격이었다.
수줍고 내성적인 기질에서 발달시켰을 공감능력으로
그는 모든 사람을 개별적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 봐 주었다.
꼭 필요할 때 한 마디씩 건넨 말이 씨앗으로 박혀, 그 사람의 삶을 뒤집어버리는 큰나무로 자라곤 하였다.
슬픔에도 자격이 있다면
가만히 바라 봐 준 눈길 하나,
할 말 꾹꾹 눌러 담은 댓글 하나,
무엇보다도 몸으로 보여주신 좋은 삶을 서둘러 따라가던 발걸음은 나의 것이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 기막힌 사실 앞에 눈물이 흘러 넘칠 뿐,
부디 편히 잠드세요. 선생님.
이제 봄마다 사무칠 이름 하나 품었으니
봄꽃마다 아롱질 고운 생애 내 선생님,
그대의 뜻 민들레 꽃씨처럼 퍼져 온 세상을 덮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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