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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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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20일 01시 24분 등록
안녕하세요...
칼럼도 읽고 책도 읽지만 도대체 변하지않는 제게 조언해주세요...

전 장녀입니다. 밑으로 여동생 남동생이 있고 사춘기시절 미치도록 아버지를 증오한 경험도 있으나 이제는 다소 연민도 느끼며 큰 문제는 없이 살고있는 올해 서른살의 미혼녀입니다.

어려서 아버지가 노름빚에 무관심 이해할수없는 성격 문제를 외면하고 가장으로서 무책임함....게다가 가난하고 무능력까지....어떤 좋은 모습도 보여준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미워했지요....심지어 남자는 단 일초짜리 아버지랑 비슷한 부분만 보여도 모두 밀어냅니다....아버지만보면 결혼생각이 싹가시고 분노가 들끓는 맘이지만 연민인지 사랑인지... 건강에 신경쓰고 옷한벌 안사 입으면서 부모님 용돈 드리는....... 칭찬받는 장녀이지요.

공포로 보낸 학창시절동안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 동생들과 엄마는 제가 보호해야한다고 생각했지요.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하지만...전 그저 평범한 (조금은 허울좋아보이는 학벌 달랑하나가진..) 노처녀가 되었고 무기력과 싸우며 하루를 도전없이 살아가고있습니다. 다들 공무원시험이라도 치면 니머리로는 3개월이면 붙는다고 하는데도 그저 무기력에 찌든채로.....욕구 불만인체로 말입니다....

그러면서 불만없는듯 좋은 사람인척 하고사는 그런류말입니다...
엄마아빠 수시로 챙기고 건강음료 기기 사다놓고 동생들 옷사놓고 책사주고..
사랑을 무한정 베푸는 사람은 사실은 그만큼 받고싶어서라지요....
이제서야 제게 애정결핍의 요소가 있었음을 인정하고있습니다.

무슨 정신과 상담받듯 마음이 격해지네요...
길어지니.. 지금 중요한 부분만 풀어놓을게요...

남동생이 지금 군대에있습니다.
상병을 단지 2개월즘 되니까 올해말 제대입니다.
누나 동생간 허물없이 다투기도하고 화해도 하고 돈없다 말도하고 화도내고 그런 사이들이 많이 있다는데..
전 언제나 남동생에게 희생적입니다.
아니...이상하게 전 동생앞에서 작아집니다.
그냥 안스럽고 자식같기도하고 ......다섯살차이가납니다.

달라지도않는 용돈이 없냐며 따라다니며 묻고 5년된 탱크폰을 쓰면서도 최신핸드폰을 사주고....옷 사라고 재촉하고 밥먹었냐고 늘 궁금해하고......

그 동생은 제게 큰관심은 없습니다....별로 궁금한것도없는지 제게 묻는일은 없네요. .............하지만 착한아이란걸 압니다. 좀 소심하고 집안내력상 자신감도 없고 고집쟁이 그아이가 상처받고 주눅들까봐 크게 다그치지도 못합니다.

충고는 늘 회유형식입니다. 따끔히 혼내야할 일에도..
그러면 되겠니.......식의 눈치보기 멘트들......
또 저를 싫어할까봐 제 쪽에서 먼저 착한 누나가 되려고 애를 쓰는...

얘기가 길어지네요....사람은 저마다 풀어놓은 얘깃 거리가 많다지요..

이런 제 남동생이 4년제 대학을 2년이나 마쳐놓고도 군대 제대후 음악을 하고싶다며 전문대를 갈까 고민중이라고합니다.
그거가지고 지금 군대있는 그아이와 전화로 대치중입니다.

한달전 전화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지난일을 화도내고
'너는 한번도 웃지 않느냐....왜 가족에게 관심이 없느냐....니가 군대갈때 친구들에게 보여준 웃음을 보며....너도 웃을수있단걸 알고 충격이었다...등등...'

전화로 긴 얘기후에...

편지로...누나의 관심이 고마우며....자신이 그렇게 가족들에게 무관심했는지 몰랐다며 반성한다고도하면서 연락해왔습니다.

그리고 한달만에 전화통화를 했는데.....
전 별다른 조언을 하지못했습니다.

저희집은 아이들이 모두 모범생축에 들었습니다. 말썽도 부린적이없고 공부도잘했고....술담배도모르며 바람직해보이는....

그러나 저는 하고싶은 공부를 하지못해 욕구불만에 쌓인채로..있고..
남동생은 음악의 열정에 사로잡혀.....좋은대학을 뿌리치고 2년제로가겠다고하고.....저는 저자신조차 행복하지않은 상태에서 이것저것 그럴싸하게 충고라고하고있으나...

답이없습니다. 사실....취직이 보장되지도않는데 탄탄대로가있는것도아닌데.
저 하고싶은거 하고 살게 막지 말까 싶지만...

이미 25이 되고 제대후 26에...2년제 학벌...보장없는 기타공부..
자기가 만나 결혼할 여자...등등...
머리가 복잡하여....전화충고는 곧 신세한탄과 꾸지람
심지어 서로에게 상처주기 등으로 마감되고맙니다....

그저 4년제 대학만 졸업하라 그것만 지키는 선에서 설득할수있을까요?
아니....그런 대학문제는 인생에서 크게 문제 되지않을까요?

그냥 살고싶은대로 살도록? 무엇보다 그아이삶은 자기가 살도록
신경쓰지말까요? 대화의 방법도 이젠 모르겠습니다.

전 4년제나온 동생,과 동생 마누라....를 사실은 바라고있나봅니다.
전 그런 학벌과 모범적인 모습에 연연해서 남을 불행하게하고마는 그런누나가 될까 두렵습니다....그러면서도 2년제는 격에 맞지않는다며 속물스런 생각을 하는......

그냥 동생은 동생인생 살도록 두는거....그게 저를 위해서도 좋겠지요..
하지만..........

그 아일 매우 사랑한다고 말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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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06.02.20 11:32:56 *.116.34.208
좋은 누나네요. 내게도 누나가 둘이 있습니다. 큰 누나는 나보다 아홉살이 많습니다. 해방이 되던 해에 태어났으니, 이미 환갑을 넘었지요. 여전히 오래된 전통적 생각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이기도 합니다. 우리 집은 가난했기 때문에 큰누나가 번 돈으로 고등학교 학비를 내 준적도 있습니다.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누나는 어머니 역할을 하기도 했었지요. 늘 내게 잘해주려 했습니다. 누나에게 늘 고마워 하지요. 그러나 그 마음을 그렇게 잘 표현 하며 지내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마음이 가는 것은 좋은 일이지요. 사랑하는 것 처럼 좋은 것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조금 현명해 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생을 위한 현명한 도움,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

* 우선 관심과 애정의 불균형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해요. 마치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재하는 애정의 불균형이 있듯, 누나가 엄마 같은 애정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 그건 동생이 누나에게 가지고있는 형제애 보다 크겠지요. 커야해요. 동생은 그렇게 해서 세상 속으로 ,자신의 인생 속으로 걸어 나가야 하니까요. 자신의 세계, 자신의 여자친구가 더 중요하겠지요. 이걸 받아들여야 겠지요.

* 아직 1년 정도 시간이 있으니 더 이상 이 일로 다투거나 설득하려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졸업할 때 쯤 되면 본인이 더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고민할 것입니다. 본인의 고뇌, 이게 중요하니까요. 그때 까지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음악이고, 제대를 앞둔 성인으로 먹고살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하는 절실함 앞에서도 그 일을 해야 겠다고 결정한다면 동생의 생각이 굳은 것이고, 하고 싶은 욕망이 큰 것이지요. 지금 그에게도 어쩌면 불확실한 것을 놓고 다구치거나 회유하고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을 믿고 기다리세요. 그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놓아두세요.

* 다만 그가 젊은이 다운 고뇌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은 좋아 보입니다. '충분하다'는 뜻은 그 길이 어렵다는 것, 집안에서 별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 하나의 가정을 이루어 살기에도 어쩌면 어려운 길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그럼에도 그 일에 인생을 바치며 사는 것을 택하겠다면 그를 격려해 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길을 가려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좋겠군요. 음악은 언제나 어느 상황에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니까요. 좋은 음악적 취미 역시 훌륭한 위로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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