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고민

여러분이

  • 구본형
  • 조회 수 2220
  • 댓글 수 4
  • 추천 수 0
2006년 5월 30일 07시 31분 등록

어떤 분이 이곳 상담 /크리닉을 찾아 와 글을 남겨 놓았는데, 답이 없어 몹씨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글을 삭제해 달라고 했습니다. 대답이 없는 자신의 사연이 덩그러니 게제되어 있는 것이 불쾌하고 마음 아팠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여러 번 글을 올렸는데 그때 마다 답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연을 삭제해 주었습니다. 지금 그 사연은 지워 져 없습니다. 나는 이 일이 매우 쓸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담/클리닉을 운영하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참 미안한 일이 발생한 것이지요.

언젠가 나는 이 홈페이지가 작은 간이역 같은 곳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작은 주막이기를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살다가 문득 답답하여 찾아 온 곳이며,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며, 홀로 떠난 짧은 여정 속의 썩 괜찮은 쉼터이기를 바랍니다. 종종 아주 유쾌한 웃음과 만남이 이루어 지는 짜릿한 곳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때때로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습니다. 가장 어려운 질문은 조언이 필요한 것이 아나라 실천이 중요한 질문입니다. '가서 그렇게 하세요' 라는 말이 그 질문의 유일한 답일 때, 나는 답을 쓰기 어렵습니다. 가야할 길이 험해 보이면 홀로 져야할 짐이 무거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혹은 '더 참으세요. 조금 더 참으세요' 그게 답일 때 나는 답을 쓰기 어렵습니다. 견뎌야 하는 사람의 고통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먼저 알면 말하기 어려워집니다.

제가 답이 없으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저 조용히 주막에 들어 와 앉아 술을 한 잔 하고 문을 열고 다시 길로 나서듯 그렇게 생각하세요. 바쁘거나 불친절한 주인이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털어 놓고 조금 쉬거나 울다 가는 것이 더 나아 보여서 그러는 것입니다.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할 때, 나도 나에게 종종 " 더 견뎌라", " 한 발 만 더 나아가라",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곤 합니다.
IP *.116.34.124

프로필 이미지
꿈꾸는간디
2006.05.30 08:42:07 *.200.97.235
사부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글로써 하는 상담의 한계는 분명 있습니다. 간이역에서 자신의 고민을 정리하는 것 자체도 변화임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최영훈
2006.05.30 11:29:27 *.99.82.60
성철스님 시봉이야기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일반인들이 성철스님을 만나려면 삼천배를 한 다음에 만났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천배를 하면 성철스님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삼천배를 하는동안 스스로 답을 찾는다고 하더군요. 자기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은 자신의 절박함과 그에 따른 집중과 깊이 같습니다.

힘든 길을 가다가 가끔 주막집에 들려서 사람들도 만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쉬어가는것도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장박사
2006.06.07 03:04:47 *.110.241.109
선생님 안녕하세요...저도 한 3년전에 여기 상담을했었는데 답이 없으셨더라구요..왜 그랬을까?라고그땐 많이 섭섭했었는데, 이제야 이유를 알겠네요, 제가 넘 눈치 없나보내요, 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프로필 이미지
달님
2006.07.08 10:29:09 *.23.106.119
멋진글 잘보고 용기 얻어 다른글 더보고 공부 해야 겠어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