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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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는 편지’ 게시판에 올리신 스승님의 마지막 글이 이렇습니다.
금요 편지를 보내지 못했다.
아마 당분간 보내지 못할 것 같다.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내 다시 가벼워 졌다.
하늘에 흐르는 저 흰구름 가닥처럼
봄이 온다.
배낭을 매고 떠나고 싶다.
지난 13일, 이렇게 마지막 편지를 써두시기만 하고 부치지도 못한 채, 스승님은 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오늘 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야 하는 날인데, 어제부터 나는 한 줄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8년 전엔가 스승님이 내게 나무의 날인 목요일에 ‘마음을 나누는 편지’ 하루를 맡아 써보라고 하신 이후, 딱 하루 추석명절날과 겹친 목요일을 빼고 단 하루도 편지를 보내지 못한 날이 없는 것 같은데, 차마 편지를 쓸 수가 없어 어제부터 이렇게 노트북을 열었다가 닫고, 또 열었다가 닫기를 반복하고만 있었습니다.
예비하지 못하고 스승님 떠나보낸 슬픔이 너무 커서일까요? 슬픔이 목구멍을 막고 그 어떠한 사유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해해 주십시오. 나는 지금 그렇게 지독한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이놈도 슬픔에 젖어있어야 하는 날 있겠거니 헤아려주십시오. 너무 오랜 시간 슬픔에 갇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스승님 심어두신 두 그루 나무에 아직 새순 돋지 않은 여우숲에서 이놈 총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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