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書元
- 조회 수 2164
- 댓글 수 2
- 추천 수 0
전철이 왜 이렇게 오지 않는 거지. 연신 시계를 쳐다본다. 새벽 기차를 타기위해 시청 환승역에서 헐레벌떡 숨을 고르고 있던 찰나 색다른 풍경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앉는 벤치위에 앙증맞은 돼지 인형의 마스코트. 표정은 바쁜 일상인과는 상관없다는 듯 여유 한가득 입에 물고 느긋한 포즈로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그놈 참 귀엽게 생겼네. 미소가 절로 묻어 나온다.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혹시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었는데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 바닥에 새겨져 있는 문구 하나를 발견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하루의 시작은 저마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학교, 일터, 비즈니스 등의 목적지를 향해 뜀박질이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아침 지하철안의 풍경은 사뭇 삭막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어제 못 다한 잠을 청하고,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올린 채 낭만에 취하며, 스마트폰으로 세상의 정보를 사냥하듯이 검색하고, 회의 브리핑할 자료 준비를 하며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공간을 탐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그 틈새의 여백에 침입이라도 할라치면 그는 허락받지 않은 냉정한 이방인의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타인의 손길이 들어오기를 희망하며 문을 여는 순간이 있다. 외롭고 쓸쓸하며 힘들고 지칠 때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숨을 고르기를 희망하는 시간이.
You are not alone. 삶의 노곤함을 잠시 쉬어가기 위해 혹은 주인 잘못만난 다리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앉은 사람들은 이 문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야외 암벽 등반을 하는 이들에게 시선들이 꽂히고 벽을 자연스럽게 타고 올라가는 광경에는 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우와.”
“어쩜, 저렇게 가볍게 올라갈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서커스가 따로 없다. 이곳에서의 무대의 주인공은 당연히 벽을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 목표점을 위해 체력 연습과 스킬을 가다듬는다. 어떻게 하면 보다 쉽고 빠르게 루트를 탈것인지를 고민하며 행위를 반복한다. 그러기에 주인공인 그들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이가 있으니 그것은 출발선상인 처녀지에서, 몸과 몸을 하나의 밧줄로 엮어 이끌어주며 연속선상의 호흡을 함께하는 누군가이다. 전문적으로 클라이밍을 하는 이들에게 암벽을 오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달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부분이 처음 자신의 밧줄을 잡아준 이다. 아마추어를 넘어선 프로의 입장이더라도 사람에게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낯선 곳에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는 낭떠러지위의 절벽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암벽을 타고 오르다보면 어느 순간 밑의 광경이 까마득하게 멀어지며 오롯이 혼자만의 공포가 느껴지는 정점이 있다. 그럴 때면 머리카락이 절로 곤두선다. 불현 듯 엄습하는 불안감이 장난이 아니다. 잘못하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기우도 든다. 호흡이 가빠오며 오로지 살길은 밧줄이기에 잡은 손에는 더욱 핏줄이 곤두선다. 다리에 힘을 주어 올라가야 되는데 한걸음 옮기기가 천근만근이다. 급기야 아래에서 밧줄을 제대로 잡고 있을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되면 전진은커녕 요지부동의 차렷 자세로 임하게도 된다.
밧줄은 목숨 줄이다. 그대와 나의 삶을 이어주는.
밧줄은 어머니와 한 생명을 연결해 주는 탯줄이다. 심장을 뛰게 하고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밧줄은 관계의 줄이다. 씨줄과 날줄의 인연으로 엮어진.
밧줄은 신뢰의 줄이다. 서로 믿지 않으면 되지 않는.
집단상담(group counseling) 과정중 신뢰감 형성이란 프로그램에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삼인일조로 팀을 형성하고 한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 뒤로 넘어지면, 나머지 두 사람이 안전하게 팔로 받아주는 것인데 이를 행하다 보면 개인의 특성들이 묻어 나온다. 뒤로 취침을 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러지는 이가 있는 반면 무어가 그리 미덥지 못한지 계속 뒤를 돌아보는 이도 있고 결국에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도 있다.
‘뒤로 잘못 넘어져 다치면 어떻게 되지.’
‘평소에 감정이 있던 사람인데 혹시나 앙심을 품고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저 사람들을 어떻게 믿고 내가 뒤로 넘어진단 말인가.’
이곳은 혼자만이 아닌 수많은 누군가의 힘으로 함께의 공생을 이루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밧줄로 묶인 그들은 하나가 되고 한 몸이 되어 믿음의 나래로써 한발 한발 목적지를 향해 발을 디딘다. 그렇기에 절망의 나락에서 힘이 들어 포기하고 싶어도 무언의 응원의 메시지로써 울려오는 그 주파수가 함께할 때 우리는 외롭지 않다.
12주 코스의 카네기 리더십 과정에서는 강의를 하는 주강사외에 코치라고 불리는 이들이 팀으로 짜인다. 과정을 이수한 후 좀 더 깊은 경험을 해보고 싶거나 혹은 강사의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들의 역할은 다양하다. 본인에게 배정된 수강생들의 참석 독려와 과제 점검 외에 다음 과정의 충실한 발표 준비 등 할 일이 많은 것이다. 강의장 분위기도 띄우고 정석대로의 시범을 보이기 위해 사전 연습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목소리를 키우며 제스처에도 신경을 쓴다. 그런 코치의 열정과 노력은 고스란히 수강생들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과정의 마지막 시간에는 강사에 대한 수강생들의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좋은 코치가 반드시 수반이 되어져야 한다. 방향성과 과정에 대한 이끎은 강사의 몫이지만, 그가 보지 못하고 캐치하지 못하는 부분을 코치가 해줄 수 있을 때 그 과정은 더욱 풍요롭고 시너지의 효과가 배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밧줄의 힘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을까?
누가 당신의 힘이 되어주는가?
용기를 내어 이번에는 당신이 누군가의 밧줄이 되어 잡아줄 용의는 없는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52 | 여수에서 갑자기 생긴 일 [6] | 한정화 | 2013.04.30 | 2358 |
3451 | 발견 [13] | 세린 | 2013.04.30 | 2115 |
3450 | 구본형 사부와의 만남,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4] | 학이시습 | 2013.04.29 | 2148 |
3449 |
스승의 서재 ![]() | 한젤리타 | 2013.04.28 | 2064 |
3448 | Climbing - 5. 참 잘했어요! | 書元 | 2013.04.28 | 2522 |
3447 | 묘비명에 쓸 욕망 [6] | 콩두 | 2013.04.23 | 2322 |
3446 | 마음 속에 뜬 달 [3] | 한정화 | 2013.04.23 | 2392 |
3445 | 산 life #1_책 읽어주는 남자 [4] | 서연 | 2013.04.22 | 5084 |
3444 |
스승이 남긴 시(詩)와 그림, 그리고 댓글 ![]() | 한젤리타 | 2013.04.21 | 6506 |
» |
Climbing - 4. You are not alone. ![]() | 書元 | 2013.04.21 | 2164 |
3442 | 새버전 이야기 만들기 [2] | 한정화 | 2013.04.10 | 2635 |
3441 | 그냥쓰기#12_당신 만나서 난 완전히 망했어요 [1] | 서연 | 2013.04.09 | 2319 |
3440 |
인간은 신이 싼 똥이다. ![]() | 한젤리타 | 2013.04.07 | 3025 |
3439 | Climbing - 3. 가보지 않은 세계를 간다는 것 [3] | 書元 | 2013.04.07 | 2097 |
3438 | 별을 지니다 [8] | 콩두 | 2013.04.07 | 2441 |
3437 | 2년차를 시작하는 소감 [7] | 콩두 | 2013.04.02 | 2769 |
3436 | 그냥쓰기#11_안녕하세요? [3] | 서연 | 2013.04.02 | 5316 |
3435 |
2013 새로운 출발(연구원 2년차 참여를 위한 소개) ![]() | 한정화 | 2013.04.02 | 2198 |
3434 | 스피치 마인드 수업 [3] | 샐리올리브 | 2013.04.01 | 2310 |
3433 | 아들아 힘을 다오 [3] | 용용^^ | 2013.04.01 | 22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