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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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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11시 48분 등록

#1. 바다로 간다


낡은 트럭을 얻어타고 바다로 향한다. 해가 지고 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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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부님의 짧은 말씀


철없던 연구원 시절을 되돌아본다. 그 때의 나는 아직 어렸고 무엇보다 그 분의 책을 몇 권 읽지도 않았다. 연구원을 시작하고 한참 뒤에도 그랬다. 그 때, 사부님의 책을 좀 더 읽었더라면 그 분의 말씀을 보다 잘 받아들였을까? 사부님의 말씀은 짧으셨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셨다. 괄호 안은 그 때의 솔직한 심정이다. 물론 직접 말씀드리진 못했다. 


# 과제 발표 후 화장실에서

 

“주중에 시간을 확보해라.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 뒷풀이를 하기 위해 길을 가다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은 재미있느냐?” (재미있으면 제가 지금 여기에 있겠습니까?)


# 책 주제 발표 후


“제대로 싸우기 위해선 전선을 좁혀야 한다.” (그래도 이게 제가 쓰고 싶은 주제입니다.)


매주 새로운 책을 읽고 리뷰를 하고 칼럼을 써내는 과제는 부담이었지만 즐거웠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1년 동안 공부를 했음에도 주말과 밤샘 벼락치기로 제출한 과제들은 이후 습관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회사는 늘 회사 같았고, 나는 여전히 막연한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꾸준한 실천이 없는 일상은 지루한 쳇바퀴와 희뿌연 백일몽 사이에 놓인 불규칙하고 의미없는 파편들의 나열이었다. 그렇게 벌써 6년이 흘렀다.


연구원을 수료하면서 난 이렇게 엄살을 부렸다. 혼자서 나아가야 하는 푸른 바다가 막막하고 두렵다고. 그렇지만 한편으론 사부님께서 늘 그 자리에 계시리라 믿었기에 나태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있었고, 한켠에 기댈 곳이 있었고, 막히면 의논드릴 곳이 있었다. 자주 찾아뵙진 못했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따뜻한 햇살처럼 그 분이 서계셨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그 곳에 돌아갈 수 없다.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책을 읽다가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그 분의 부재에 눈시울을 붉히곤 한다. 사부님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려본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 병문안 때였다. 힘겨운 숨을 내쉬시면 제자들을 맞이하던 사부님께선 나를 보시고 환하게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도윤아, 통영 바다가 보이는구나.”


순간, 울컥하여 아무런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 포옹하기 위해 팔을 펼치신 사부님을 껴안았으나 몸은 텅비어 있었다. 한 줌 깃털 같았다. “사부님, 다시 오겠습니다.” 그리곤 그 때까지 참았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병실을 뛰쳐나갔다. 그게 사부님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봄이다. 이 즈음이다. 내 나이 서른 한살 때 남해에서 그 분을 처음 만났다. 섬진강변의 하얀 배꽃과 연분홍 벗꽃들을 지나 다다른 푸른 바다에서다. 이후 사부님께선 늘 내게 자신의 넓은 바다를 보여주셨다. 이제 와서 못난 제자의 가장 큰 후회는 나의 바다를 한 번도 그 분께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다. 


이제야 알겠다. 이게 나임을. 게으르고, 속 좁고, 끊임없이 뒤돌아보는 것. 호기심 많고,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방황하는 것. 짐짓 꾸미지 않고 이대로 나아가련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그것을 하며 작은 강처럼 흘러 흘러 나의 바다로 갈 것이다. 그렇게 마흔을 향해 가련다. 


그리하여 언젠가 그 곳에 햇살 좋고 파도가 잔잔한 날엔 모래로 집을 짓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비오고 바람 불면 자신의 못난 청춘에 분노하는 출렁이는 파도같은 젊음이 서 있다면 그것도 좋으리라. 


바다가 출렁이는 데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냥 그 곳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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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7, 2013 *.68.54.26

아주 작은 꽃들이 흔들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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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한명석 선생님의 이야기와 유사한 느낌을 받는군요.

자신의 찌질한 모습도 자신의 하나로 통합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마흔이 넘어서야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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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4학년 때였을거에요. 처음 본 바다의 그  한 없음이 좋았고 중고등학교 시절을 바다 너머 대마도가 보이는 그런 곳에서 컸어요. 그러나 여전히 바다는 동경과 두려움의 대상이지요..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곁에 있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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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30, 2013 *.109.215.88

늘 조급했나봅니다. 그런데 정작 마음만 조급했지, 몸은 제자리였네요.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그게 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서툰 변명이지만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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