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 조회 수 5577
- 댓글 수 0
- 추천 수 0
며칠 전 연구원들과 벚꽃 가득한 남해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꼭 10분만 강의하고 싶었습니다.
겨우 10분을 강의하기 위해 그곳을 선택하여 데리고 갔습니다.
나는 바다를 등지고 섰습니다.
그들은 내 뒤로 푸른 마늘 밭과 대비된 남해의 빛나는 바다를 굽어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내 뒤의 찬란한 풍광과 세계를 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에게 그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교실의 이라는 벽에 갇히지 않은 공간에서 10분간 자신이 1 년 동안 해야 할 일을 그려보게 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수평선이 저렇게 멀리, 까마득히 멀리 팽창되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 외에도 ‘저렇게 멀리 가는 삶을 살 수도 있구나’ 하는 느닷없는 깨우침이 찾아오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다가 굽어보이는 구릉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10분간의 수업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들도 나도 우리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한 길고 먼 여행을 그 바다에서 시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주말엔 바다로 가거나 꽃을 보거나 산에 가거나 책을 읽거나 설거지를 할 때, 잠시 한 10분 정도만, 하고 싶은 일 하나를 생각해 보세요. 그 일이 바로 여러분 인생이 될 바로 그 일을 느껴 보기 바랍니다.
[2006.4.14]
***
추모기간(4.26~5.31)동안 매주 금요일에는
구본형 선생님의 과거 편지 중, 한편 씩을 선정하여 [추모앵콜편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 '살롱 9' 에서 진행되는 ‘잊을 수 없는 한 구절, 첫 번째 추모의 밤’ 은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36 | 모든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2] | 한명석 | 2007.04.26 | 3064 |
1635 | 나는 고난에 큰 빚을 졌습니다. | 문요한 | 2007.12.11 | 3064 |
1634 | 당신의 실험일지에는 어떤 기록이 있습니까? [4] | 문요한 | 2010.09.08 | 3065 |
1633 | 불안은 영혼을 흔들어 깨운다 [1] | 문요한 | 2009.10.21 | 3066 |
1632 | 소박했는지? [1] | 김용규 | 2011.08.11 | 3066 |
1631 | 그때로 돌아가도 그녀를 사랑할 것 같습니다 [2] | 승완 | 2010.09.07 | 3067 |
1630 | 작은 몸짓, 따뜻한 온기 | 문요한 | 2007.12.18 | 3068 |
1629 | 투명한 연둣빛 오후 [1] | 김도윤 | 2008.04.24 | 3068 |
1628 | 보르헤스에게 배운다 | 승완 | 2013.11.19 | 3068 |
1627 | 아이를 키우면서 세 가지 반성을 합니다 [1] | 오병곤 | 2007.05.14 | 3069 |
1626 | 당신을 위하여! [14] | 최우성 | 2013.06.03 | 3069 |
1625 | 가슴으로 만나는 숲 | 김용규 | 2014.04.24 | 3069 |
1624 | 스위치를 다이얼로 바꿔라 | 문요한 | 2009.09.23 | 3070 |
1623 | 개의 머리로 생각한다면 [1] | 문요한 | 2007.10.02 | 3072 |
1622 | 그 사내, 무사 | 구본형 | 2009.03.27 | 3073 |
1621 | 가을, 그 외롭고 근면한 시간을 위하여 [2] | 오병곤 | 2007.10.15 | 3074 |
1620 | 있지도 않은 다리는 잊어라 [10] | 신종윤 | 2010.08.30 | 3074 |
1619 | 버려서 다시 시작하는 방법 [6] | 김용규 | 2010.07.08 | 3075 |
1618 | 삶의 기울기를 바꾸는 작은 힘 [6] | 문요한 | 2010.12.29 | 3075 |
1617 | 초점을 전환하라 | 문요한 | 2008.06.17 | 307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