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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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연구원들과 벚꽃 가득한 남해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꼭 10분만 강의하고 싶었습니다.
겨우 10분을 강의하기 위해 그곳을 선택하여 데리고 갔습니다.
나는 바다를 등지고 섰습니다.
그들은 내 뒤로 푸른 마늘 밭과 대비된 남해의 빛나는 바다를 굽어 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내 뒤의 찬란한 풍광과 세계를 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들에게 그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하고 싶었습니다.
교실의 이라는 벽에 갇히지 않은 공간에서 10분간 자신이 1 년 동안 해야 할 일을 그려보게 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수평선이 저렇게 멀리, 까마득히 멀리 팽창되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먹고 사는 것 외에도 ‘저렇게 멀리 가는 삶을 살 수도 있구나’ 하는 느닷없는 깨우침이 찾아오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다가 굽어보이는 구릉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10분간의 수업을 다음과 같이 시작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들도 나도 우리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한 길고 먼 여행을 그 바다에서 시작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주말엔 바다로 가거나 꽃을 보거나 산에 가거나 책을 읽거나 설거지를 할 때, 잠시 한 10분 정도만, 하고 싶은 일 하나를 생각해 보세요. 그 일이 바로 여러분 인생이 될 바로 그 일을 느껴 보기 바랍니다.
[2006.4.14]
***
추모기간(4.26~5.31)동안 매주 금요일에는
구본형 선생님의 과거 편지 중, 한편 씩을 선정하여 [추모앵콜편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늘 저녁 '살롱 9' 에서 진행되는 ‘잊을 수 없는 한 구절, 첫 번째 추모의 밤’ 은 신청이 마감되었습니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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