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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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화경영의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나이가 들어 시를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평화를 지향하는 노년은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내가 왜 시인이 되고 싶은 지는 잘 모른다. 그저 시적인 삶, 묶인 곳 없이 봄날의 미풍처럼 이리저리 흩날려도 사람들을 조금 들뜨게 하고 새로운 인생의 기쁨으로 다시 시작하게 하는 그런 삶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리라.”
- 구 본형 선생님의 글 중에서 -
구 본형 변화경영연구소에서는 4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49제 기간) 구 본형 선생님 추모주간으로 정하고 ‘추모의 밤’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을 이 행사에 초대합니다.
<전체 추모 주간 일정>
일정 : 4월 26일 금요일 ~ 5월 31일 금요일
4.26 - 잊을 수 없는 한 구절 [책과 함께 하는 밤]
5.03 - 내 마음을 시에 담아 [시와 함께 하는 밤]
5.10 - 첫 만남에서 추억으로 [기억이 흐르는 밤]
5.15 - 나의 사랑, 구 본형 [스승의 날 추모행사]
5.24 - 꿈은 낮에 꾸는 것이다. [모두가 꿈꾸는 밤]
5.31 - 웃고, 노래하라, 춤추라 [노래와 춤이 꽃피는 밤]
<5월 3일> 두 번째 추모의 밤 ‘내 마음, 시에 담아’
5월 3일 펼쳐질 두 번째 [추모의 밤]은 ‘내 마음, 시에 담아’입니다. 이 시간은 시를 좋아하고 한편의 시처럼 살다 가신 선생님과 시로 만나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에게 시가 무엇이었는지를 음미해보고, 선생님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를 낭송하고, 선생님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시를 사랑하셨던 선생님이셨기에 영정에 올리는 시는 그 어떤 꽃보다 붉고 아름다운 꽃일 것입니다. 시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새 날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이 자리에 선생님을 추모하는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울긋불긋 앞다투어 밤새 활짝 피어난 꽃들처럼 시가 가득찬 아름답고 향기로운 봄 밤을 그려봅니다.
■ 일시 : 5월 3일 (금)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 장소 : 크리에이티브 살롱9 (지하철 2호선 6호선 합정역 9번 출구, 도보 5~7분)
마포구 합정동 436-2 2층, Tel : 02-325-2690
■ 진행 : 문 요한 연구원, 류 춘희 연구원
■ 순서
1. 시가 내게로 왔다 - 시와 구본형
2. 내 마음 시에 담아 - 시 낭송 및 소감
3. 시적 마무리
■ 참가비 : 1만원 (간단한 음식과 추모시집 소책자가 제공됩니다.)
■ 참가신청
구 본형 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음을 함께 나누려는 분이라면 누구라도 참가 가능합니다. 단, 5월 3일의 경우는 시와 함께 하므로 추모하는 마음을 담은 시와 소감을 먼저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먼저 올려주시는 분들의 시를 모아 행사시작전에 소책자로 제본하여 나누어 드립니다. 소책자에 시를 실으실 분들은 5월 2일(목요일) 오후 6시까지 한편의 시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소책자에 실리지는 않지만 당일 시와 소감을 준비하시고 오셔도 되고,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다른 분들의 시낭송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같이 나누는 것으로 참여하셔도 됩니다.
<신청절차>
1) 소책자에 참여하실 경우
1. 구 본형 선생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은 시 한편을 고르거나 직접 시를 짓고 그 아래에 시를 고른 이유와 자신의 소감을 간결하게 적습니다. 전체 분량은 A4 용지 2장이 넘지 않도록 맞쳐주시길 바랍니다.
2. 5월 2일 오후 6시까지 시와 소감을 추모게시판에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추모 게시판에 남기기 어려우신 분들은 이메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추모게시판이나 이메일에 보내주실 때는 <5/3일 추모의 밤 참가자 000>라고 자신의 성함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 이메일 : orora13@naver.com 류 춘희 연구원
3. 마지막으로 번거로우시더라도 이 공지 글 하단에 댓글로 성함과 소책자 참여여부를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2) 소책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당일 시와 소감을 준비해 오셔도 되고,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시낭송을 듣고 자신의 마음을 함께 나누어주시면 됩니다. 소책자에 참여하지 않은 경우라도 인원파악을 위해 아래에 참가하시는 분의 성함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참석합니다.
시와 사연은 추모게시판에 남기겠습니다.
선생님을 알고 좋아하게 된 시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한정화 - 010-육삼육구-1803 all4jh@gmail.com
예전의 글들을 찾아보니 시축제를 시작하면서 사부님이 올리고 사부님의 감상이 있군요. 사부님이 시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날 같이 공유했으면 합니다.
시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어, 말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밥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그건 나를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어.
내 영혼 속에서 뭔가 두드렸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그리고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진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어둠,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어둠,
소용돌이치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시 전문,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번역, 시집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 (196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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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시를 만년필로 옮겨 적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내가 소년이었던 그때로. 문명 이전으로, 알지 못하는 세계, 그러나 꿈으로 가득했던 내 인생의 신화와 전설의 시대로 되돌아갔다. 아무 것도 나를 막지 못했다. 그저 한 순간에 단 한걸음으로 그렇게 왔으니까.
시는 놀라운 기쁨으로 내 의식을 나르는 타임머신이다. 알지 못하는 모든 것으로 가득한 곳에, 마치 되 돌아오듯, 그때 그곳으로 귀환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휘휘 둘러 본 다음 다시 지구로 돌아오듯, 가기 전의 지구와 다시 돌아 왔을 때의 지구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땅 그 하늘이 전과 달랐다. 나는 이 봄 도화꽃잎 떠가는 강물이 되어 흐르는구나.
네루다는 나를 남미처럼 뜨겁게 달구어 줍니다. 가장 처음 만난 그의 시가 바로 이 시입니다.
시로 선생님과 함께 하실 분은 모두 오셔요.
꼭 시와 사연을 올리지 않으시더라도 함께 하시면 좋으실거예요.
우리 선생님은 풍류을 즐기셨지요.
시도 밋밋한 낭송은 원하시지 않으실거예요.
과제도 늘 자기를 표현 할 수 있는 포퍼먼스를 곁들이게 하셨으니까요.
추모행사지만 흥겹고, 신나고 멋이있는 시축제가 되었음합니다.
이봄을 즐기고 싶으신 분, 시 좋아하는 분, 스승님을 뵙고 싶은 분, 풍류를 즐기고 싶으신 분...
모두 오셔요~^^
2008년에 변경연에서 열었던 청량산시축제도 추억할 수 있습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한 분 한 분 눈에 익네요.